[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베트남과 한국의 바이크 문화 차이 - 1 -

M스토리 입력 2022.08.01 14:09 조회수 3,687 0 프린트
지난 한 달간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은 도로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걸을때도, 버스를 타도, 이륜차 택시를 타고, 직접 이륜차를 운전할때 등 다양한 위치에서 도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은 탈 것의 디폴트는 이륜차다. 이렇게 이륜차가 주류인 베트남의 풍경은 한국과 다른점이 많다. 그중 라이더들이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해보려 한다. 

<텐덤>
 
바이크의 뒷좌석에서 텐덤을 할 때, 당신은 어디를 잡는가? 나는 어색한 사이일 경우에는 어깨, 스스럼없는 사이 혹은 어색함이 사라질 정도로 빠르게 달릴 경우에는 허리를 잡지만 종종 아주 어색한 경우에는 시트 뒤의 짐대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가장 기본적인 텐덤 자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이다. 변형으로는 ‘주머니에 손 넣기’가 있다. 
 

두 손으로 핸드폰을 하기도 하고, 무언가 가리키면서 운전자와 대화하기도 하고, 짐을 들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흔한 자세는 무릎 위에 한 손씩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 달간 베트남에 있으면서 바이크 운전자들을 열심히 관찰했는데, 어제 처음으로 허리를 꼬옥 잡는 텐덤자를 보았다. 그 밀접한 신체접촉은 절대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35도가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그저 넘치는 사랑만이 뜨거운 신체 일부를 잡고 싶어지게 할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베트남의 텐덤자들이 어떤 것도 잡지 않은 채 텐덤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프로 텐덤러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많은 바이크가 (시내 기준) 시속 40km 언저리로 저속으로 운행하고, 늘 차나 사람이 오는지 살피기 때문에 급정거할 일이 많이 없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법적으로 허용되는 텐덤 탑승 인원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특별한 1인용 바이크를 제외하고, 바이크의 탑승 인원은 1+1로 표기되어 있다. 운전자 한 명, 그리고 텐덤자 한 명. 베트남에서는 2+2로 운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부모인 성인 2명과 자녀인 아동 2명이 한 바이크에 타는 것이다. 그럴경우 아이+어른(운전자)+아이+어른의 순서로 앉는다. 또, 성인 3명이 한 바이크에 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보기 드문 두 가지 행위가 베트남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베트남에서 법적으로 텐덤이 가능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8세 이상인 운전자 뒤에 탈 수 있는 14세 이상의 동승자는 1명이다. 그러니까 성인 3명이 이륜차 한대에 타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13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 명 더 탑승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륜차 한대에 탈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운전자를 제외하고 2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동승자가 2명일 경우에는 한 명은 14세 이상, 1명은 13세 이하이여야 합법적으로 텐덤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경우이고, 흥미로운 예외사항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베트남 도로교통법 제 30조에 따르면 세 명의 어른이 한 이륜차에 타도 불법이 아닌 특수한 경우가 두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탑승자 중 한 명이 긴급한 의료 처치가 필요하여 응급실로 실려 가는 중인 경우. 두 번째로는 탑승자 중 한 명이 체포된 범죄자일 경우이다.
 


<패킹>
사람을 태우는 것뿐만 아니라 짐을 싣는 스킬 또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장치가 발달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하는 느낌이다.

배달 문화가 발달한 한국 못지 않게 베트남도 배달 음식 문화가 발달한 국가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가장 유명한 플랫폼인 ‘그랩 푸드’ 로고가 그려진 헬멧을 쓴 기사들이 음식을 픽업하러 온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들 보냉가방을 배낭처럼 메고 다니거나 시트 뒤쪽에 탑박스처럼 고정하기도 하고 시트의 앞쪽 베트남 캐리어에 걸어 고정하거나 스쿠터인 경우 발판에 얹어두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음식을 실어 나른다. 각자 음식이 흐트러지는것을 예방하기 위해 충격을 덜 받는 방식을 고안해낸것일테다. 베트남의 배달 노동자들은 한국 배달 노동자에 비해 아이템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는 것 내에서 최적,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요령이 발달한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의 패킹 방법은 대부분 앞선 그랩 푸드 라이더와 비슷한 방식이다. 패킹의 목적이 ‘어떻게든 길에 떨어뜨리지 않고 목적지까지만 이동할 것’인가 싶다. 캐리어를 테이프로 꽁꽁 감싼 이 경우처럼 말이다.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마트에서 냉장고 등 웬만한 가전제품은 이륜차로 거뜬히 패킹해 운송한다. 베트남에서 바이크에 실을 수 없는 것은 아마 없는 것 같다. 무거운 쌀 두 포대를 바이크 양옆에 동여매고 가거나 기름통을 운반하는 바이크도 흔히 볼 수 있다. 또, 바이크보다 더 커다란 꽃다발이나 기다란 파이프와 건축 자재까지도 척척 싣는다.
 
 

어쩌면 이륜차 패킹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짐대와 짐 끈 등 좋은 장비가 아니라 약간의 균형 감각과 자신에 대한 믿음일지도 모른다.
by. 노노
M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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