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욕망과 열정 사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바람을 가르는 꿈

M스토리 입력 2021.02.26 15:00 조회수 9,920 0 프린트
 
정창헌 작가 ‘저녁을 보내는 근사한 방법’ 저자
우리 주위에는 위험해서 더 끌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정복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하지요. 어마어마한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몸을 날리는 것도 비슷한 마음이겠지요. 위험한 것이 주는 두려움만큼 강렬한 쾌감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모터사이클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안고 달리기 때문에 더 진한 쾌감과 만족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륜차 위에서는 절대 느슨해질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고도 합니다. 분명 모터사이클에는 자동차나 자전거에서 느낄 수 없는 생기와 에너지,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모터사이클의 매력에 푹 빠졌다거나 길에 세워진 모터사이클 한 대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습니다. 오십에 찾아온 모터사이클이라는 두 번째 사춘기의 풍랑은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으로 진정시킵니다. 또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터사이클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이륜차를 좋아하면 모두 예술가라도 되는 것일까요?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이 생각만으로도 흘러넘칩니다.

모터사이클은 비록 물건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정신이고 영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 덩어리지만 나를 싣고 달리는 이륜차의 엔진이 뜨거워지고 RPM이 상승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해봅니다.

모터사이클에 올라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좋은 사람들과 오지 깊숙한 데서 얘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깊은 얘기가 하게 될 것이며 사는 얘기, 힘들었던 얘기, 앞으로 살아갈 얘기, 도시에서는 정말 불가능한 얘기들….

나에게 모터사이클은, 나이 육십, 칠십이 돼도 계속하고 싶은 꿈입니다. 외국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차고에 낡은 모터사이클 하나씩 들여놓고 정비하거나 가끔 시동 켜서 달리는 것처럼 오래오래 타고 싶은 욕망. 

사람도 아닌 기계 덩어리에 애정과 동료애가 자라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지 모르나 바이크와 내가 한 몸이 되어야만 달릴 수 있고 달리는 동안 즐거움을 맛보다 보면 분명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자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행복을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책을 쓰며 일하고 있을 때 < 서재에서 한가로이 책 보고 있을 때 <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린다고 생각할 때 <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인 작가에게 놀러 갈 때’ 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들의 모터사이클 사랑에서도 불안을 맛보기는 싫습니다. 이륜차를 사랑하는 즐거움만을 나누기에도 하루의 시간은 늘 짧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과 같은 삶 우리들에게 찬란하게 밝아오는 젊음도 끝날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서로 좋아하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마음은 얼마나 정답습니까? 

오늘은 사전에서 낱말들을 찾습니다. 우리들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낱말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고 싶습니다. 아! 아! 사전을 뒤적거리다 나는 그만 자신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모터사이클과 함께 있으면 전부가 사랑인데 또 다른 무엇을 찾겠습니까? 
모터사이틀과 작가의 공통점은 이륜차나 책이 ‘자신의 영혼을 움직인다’고 믿는다는 점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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