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장래를 보려면 그 나라 청년을 보라’는 말이 있다. 즉 다음 세대가 미래라는 것이다. M스토리는 올해부터 국내 이륜차 산업의 내일을 이끌어갈 ‘이륜차 산업의 차세대’라는 연중 기획을 통해 이륜차 산업의 내일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만날 계획이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미래 세대가 보는 이륜차 산업의 트렌드와 비전을 보고자 한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의 김태형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진 전기이륜차 성능향상과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영구자석을 쓰지 않는 특수 전동기 전공으로 2005년 대학원 시절 처음 전기이륜차를 접했으며, 2009년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입사하며 전기이륜차를 본격적으로 연구・개발했다. 2010년 대구기계부품연구원으로 이직해 관련 업계와 전기이륜차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전기이륜차를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5년에는 환경부의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국내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성능 기준과 평가 방법을 비롯한 보급방안과 활성화 지원방안 등을 제시해 전기이륜차 성능 향상과 보급에 기여했다.
지금은 전기이륜차 시장이 내연기관의 10% 이상 규모로 성장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는 조악한 성능과 품질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기이륜차 제작사들도 전기이륜차의 성능 부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성능향상이 더뎠다.
김태형 박사는 “업체들과 전기이륜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령 배터리 전압이 떨어지면 속도가 당연히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연기관으로 생각해보면 연료가 부족하면 속도가 떨어지는 것인데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술을 잘못 적용했거나 기술력이 부족한 것을 전기이륜차라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이륜차가 갖춰야 할 기본을 안 갖췄기 때문에 소비자가 외면한다고 생각했고 기본을 갖추게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박사는 전기이륜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성능에 대한 최소 기준과 그 기준을 달성했는지 확인할 평가 방법 등 일정한 기준점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꼈다.
김태형 박사는 “전기이륜차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업체들 스스로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높은 속도, 긴 주행거리, 뛰어난 등판능력과 같이 매우 추상적인 목표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성능적 요소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목표가 없으니까 어떤 수준의 전기이륜차를 만들어야 할지 몰랐고 목표한 성능을 달성했는지 확인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방법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막연히 개발하면 결국 주행성이나 성능보다는 가격에 치우치게 됩니다. 또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판매업체가 독자적으로 설정한 기준으로 시험한 결과만 공개되고 이러한 기업의 잘못된 홍보성 정보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늘어 인식이 나빠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박사의 생각처럼 2015년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전기이륜차에 대한 기준과 평가 체계가 마련하고 이를 관련 기업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전기이륜차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장도 빠르게 확대됐으며, 김태형 박사는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는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최근 김태형 박사는 전동기기 기업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도 개발하는 나라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체계적인 개발체계, 고급인력, 풍부한 부품 인프라를 여건을 갖춘 고가의 전기차 개발환경과 매우 한정된 열악한 여건에서 추진되는 전기이륜차 개발은 어려운 점이 매우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열악한 개발여건을 개선해 전기이륜차 제작사가 좀 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본이 탄탄한 제품의 개발을 위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이륜차를 비롯한 전동모빌리티를 개발할 때 사양을 정하면 성능과 효율을 최적화한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초기 개발과정에서 적은 횟수의 테스트로도 배터리나 주요 부품의 내구성이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도록 업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량을 잘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기이륜차는 물론 전동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김태형 박사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