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 ‘베스파’가 있다면, 체코에는 ‘체제타’가 있다.
1946년 시작된 베스파는 전 세계에서 아직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1950~60년대 유럽 내에서 클래식 스쿠터 시장의 유일한 지배자는 아니었다. 체코에서 1957년 베스파에 경쟁할 수 있는 모터 스쿠터를 만들어 체코의 국민 스쿠터로 자리매김했던 ‘체제타(Čezeta)가 있었기 때문이다. Čezeta 스쿠터를 최초로 개발한 제작는 당시 세계 최대 2행정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중 하나인 체코의 Česká zbrojovka Strakonice(ČZ)였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약 11만5,000대의 스쿠터가 생산되었으며, 501 및 502 모델이 전 세계에 판매되었다.
‘돼지’라는 애칭으로 불린 체코의 국민 스쿠터 Type 501 / 502
Čezeta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은 클래식 스쿠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1957년에서 1963년 사이에 생산되었던 175cc의 2행정 공랭식 가솔린 엔진 타입인 ‘501과 502‘ 모델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당시 체코인들로부터 ‘돼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2미터 길이의 전장에 긴 휠 베이스로 두 사람이 앉기에 편안한 좌석과 넓은 수하물 공간이 좌석 아래에 위치하고 있고, 짐을 올릴 수 있는 긴 주둥이 모양의 디자인으로 자동차 후드와 비슷하다. 이 후드 아래에는 연료 탱크가 자리했다. 스쿠터 디자인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형식으로 당시 체코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젊은이들의 자유와 모험을 상징하는 체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연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Type 505
1957년~1959년에 출시한 최초의 모델이었던 501과 502 모델 이후 1960년에는 3륜식 유틸리티 버전이었던 일명 ’릭쇼(Rickshaw)’라고 불리는 타입 505 모델을 출시하였는데, 이 모델은 502 모델의 기계 부품과 전면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 모델의 인기로 뉴질랜드까지 생산 범위가 넓혀지면서 일부 모델은 N-Zeta라는 이름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N-Zeta
뉴질랜드의 현지 회사인 JNZ Manufacturing Ltd는 ‘Čezeta’를 ‘N-Zeta’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변경하였다. 뉴질랜드 생산의 핵심은 바로 수입차에 대한 의무(제한적 수입 허가 법)를 피하는 것으로, 뉴질랜드 내에서 조립하고,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여 업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타이어, 시트, 트림, 조명, 컨트롤 등의 부품을 사용하여 Čezeta 생산량의 25%를 뉴질랜드에서 달성했으며, 1960년대 초에 4,000대의 스쿠터를 생산했다.
하지만 1964년 체제타의 역사는 마지막 모델인 505를 남기고 중단되고 말았다.
타입 506 전기스쿠터 / Čezeta의 부활
Čezeta를 다시금 부활시킨 건 다름 아닌 영국인 Neil Eamonn Smith였다. 스미스는 1988년 고향인 영국에서 체코로 이주하여, 체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가 Čezeta를 처음 마주했다. 그는 “나는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친구들이 그 스쿠터를 보고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Čezeta 라고 말해줬어요. 나는 Čezeta를 보자마자 즉시 사랑에 빠졌고, 그 디자인은 환상적이었어요. 즉시 나가서 한 대를 샀습니다.”라고 Čezeta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후 스미스는 Čezeta의 소유권을 사들였고, 2행정 가솔린 엔진을 전기 모터 및 배터리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프라하에서 오래된 스쿠터 공장을 복원하여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타입 506은 Čezeta의 사랑스러운 오리지널 외관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고 다른 것은 과감하게 버렸다. 신구의 만남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역학을 갖추었다. 아이코닉한 Čezeta의 재출발을 알리는 전기 스쿠터 506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고,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한정된 소량 생산을 고집하여 매년 600~800대 정도의 생산만 가능하고, 유럽 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Čezeta 506은 테슬라 차량과 동일한 유형의 18650 배터리를 사용하여 3.5 시간 내에 완충이 가능하고, 체코 최초의 공인 전기 차량이 되었다.
506 모델은 01/02 2가지 버전이 있다. 그 차이는 125cc 또는 300cc 스포츠 스쿠터와 거의 비슷한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최고속도와 가속력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Type 506/01은 기본 모델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0-100km 수준이다. 최고속도는 85km/h로 정지상태에서 50km/h까지 가속하는데 4.3초가 걸린다. 상위 ㅂ버전인 Type 506/02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150km에 달한다. 최고속도는 120km/h로 정지상태에서 50km/h까지 가속하는데 2.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재 506 모델은 모터와 배터리 팩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업그레이드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스쿠터의 가격이 한화로 약 1700만원(12600유로)부터 시작되어 2000만원을 호가한다면 그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라이더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Čezeta는 탈 것을 너머 컬렉터들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Čezeta의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매력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