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웨딩드레스와 바이크의 명장면, ‘천장지구’

김은솜 기자 입력 2020.03.27 15:29 조회수 10,498 0 프린트

그 때 그 시절 명장면
웨딩드레스와 바이크

[기사 생성일 2020. 02. 01.]

 

1990년 개봉한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천장지구>는 개봉 당시 대히트를 치며 동아시아 영화시장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홍콩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릴 만큼 주인공 간의 비극적이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 개봉 제목인 ‘천장지구’란 「노자」 제 7장에 나오는 구절인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치 않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만큼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콩 버전의 원제는 <천약유정>으로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를 인용해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이라는 뜻이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읜 아화(유덕화 분)는 스피드를 즐기는 바이크 라이더로 등장한다. 아화는 병든 할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어둠의 세계 일원이 된다. 범죄에 빠져 보석상을 털던 중 탈출 과정에서 죠죠(오천련 분)를 인질로 삼아 위기를 모면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죠죠는 자유롭고 거친 삶을 살아가는 아화를 사랑하게 된다. 아화를 사랑하게 된 죠죠는 경찰들이 범죄에 관해 추궁할 때도 아화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모른 척한다. 아화의 조직에서는 죠죠가 자신들의 얼굴을 알고 있음에 죠죠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지만 죠죠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아화는 그녀를 지켜준다. 죠죠와 아화는 조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을 치고, 그러던 와중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아화는 죠죠를 위해 바른 삶을 살려고도 하지만 죠죠의 부모에 의해 두 번째 시련이 닥친다. 아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죠죠의 부모는 죠죠를 캐나다로 보내려 한다. 하지만 죠죠가 캐나다로 떠나는 날 둘은 웨딩숍을 털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훔쳐 입은 채 바이크를 타고 성당으로 간다. 성당에서 간단한 결혼 서약을 마친 후 아화는 기도하는 죠죠를 두고 조직원들과의 남은 싸움을 위해 홀로 떠난다.

 

<천장지구> 아화의 바이크는 2스트로크 500㏄의 스즈키 RG500이다. 두툼한 배기음을 자랑하는 RG500은 1976년 개발돼 세계 선수권 500㏄에 출전해 세계 챔피언이 된 기념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천장지구>의 흥행으로 유덕화의 바이크, 청재킷, 찢어진 청바지가 당시 큰 유행으로 번져 많은 청년들이 <천장지구> 아화의 스타일을 모방했다고 한다. <천장지구>에서 바이크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은 바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죠죠를 태우고 달리는 장면이다. 많은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직비디오 등에서 지금까지도 패러디가 되고 있는 장면으로 엄청난 명장면으로 꼽히는 씬이기도 하다.

명배우 유덕화의 전성기를 감상할 수 있는 <천장지구>는 1990년 개봉해 당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 회자되는 명장면과 아화의 멋들어지는 바이크 라이딩 씬을 감상할 수 있는 명작이다. 8-90년대 유행하던 홍콩 영화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전설이 된 바이크와 비극적인 로맨스가 어우러져 추천할 만한 영화다. 

김은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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