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혁신적인 이탈리아 브렌드 이탈젯

입력 2020.03.30 11:30 조회수 4,546 0 프린트

 

모터사이클 브랜드 스토리 '이탈젯'편

이탈젯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1959 년에 이탈리아의 산 라자로라는 지역에 설립 된 모터사이클 및 스쿠터 제조업체다. 이탈젯은 레오폴도 타르타리니(Leopoldo Tartarini)가 창립한 이래로 지금까지 타르타리니(Tartarini) 가문이 변함없이 그들의 명맥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창립자인 레오폴도는 레이서이자 개발자였고, 브랜드 창업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미학적인 디자인에 대한 조화로움을 중요시 했고, 미적 감각과 더불어 나만의 모터사이클을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되어 이탈젯이 탄생하게 되었다. 만약 그가 레이서가 아니었다면, 이탈젯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레오폴도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탈젯은 ‘사업(事業)’이 아닌 ‘가업(家業)’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의 철학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스타일리쉬하고 강력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이탈젯의 사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창업자 레오폴도 타르타리니가 83세의 나이로 서거를 한 후, 2대 회장으로 마시모 타르타리니가 이탈젯의 수장이 되었다. 

이탈젯의 첫 번째 모델은 1961년에 출시되었으며 125cc MZ 엔진을 사용했고, 이는 이탈젯 50 모델 등 다른 많은 바이크들의 초석이 되었다. 이탈젯 50은 1962 년에 출시되었으며 레오폴도가 만든 첫 번째 모페드 바이크였다. 1965년 Mustang 50 SS와 Vampiro 50을 출시했다.

60년대 말, 레오폴도 타르타리니와 인도 상표권을 인수 한 전직 미국 조종사였던 플로이드 클라이머(Floyd Clymer)의 우정 덕분에 회사는 새로운 모터사이클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때 생산된 모델인 Indian 500은 그리폰(Grifon)과 Velocette 500cc 엔진이나 로얄 엔필드750cc 트윈 실린더 엔진 장착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었다. 

1969년에는 영국의 트라이엄프사의 T120을 기반으로 한 Grifon 650 모델이 공식적으로 소개되었다. 트라이엄프가 다른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에 엔진을 공급 한 것은 실제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72년 이탈젯은 야마하 모터사이클을 수입 및 유통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의 작은 비즈니스가 1973년부터 1975년까지 3년간 이탈리아 주니어 챔피언쉽을 휩쓴 장본인인 ‘부캐너 125’라는 2행정 2기통 엔진의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는 데 도움이되었다는 점이다.

이후 1979년 이탈젯은 일부 시범 경기에 참가하여 Bultaco와 다른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 덕분에 이탈젯은 350T라는 새로운 모터사이클을 개발할 수 있었다. 

1982년에는 Road Master 350이라는 새로운 오토바이를 출시했으며, 1983년에는 시험용 4 행정의 Scott 350을 출시했다. 그리고 1985년에는 350T의 개선 된 버전 인 Piuma Trial T3 350으로 모터사이클 생산을 지속했다. Piuma는 250cc T2 버전으로도 제공되었다.

이탈젯만의 궤적을 만들어가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그들에게도 역시 어려운 시기가 찾아온다. 90년대 후반 경영난이 악화되며, 그들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완성차 브랜드들이 자신들만의 디자인 역량을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소화함에 따라, 이탈젯에 의뢰하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탈젯은 그들이 연구 개발한 특별한 디자인들을 자사 브랜드의 고유 제품으로 만들어 라인업을 다양화했고, 생산량도 늘려갔다. 

사각의 헤드라이트가 포인트인 ‘젯셋’, 트랠리스 프레임과 허브링크 등을 채용한 스프린터 스쿠터인 ‘드랙스터’ 등은 전세계에 이탈젯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몫을 해내 전화위복이 됐다.

뉴욕 모던 아트 박물관(MoMA)의 디자인 부서는 이탈젯의 모터사이클디자인에 매료돼 레오폴드에게 영구컬렉션을 제안하고 전시 보관했다. 또한 벨로시페로에게 ‘가치있는 탈 것’이라는 상을 수여했다. 1998년에는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으로부터 ‘올해의 스쿠터 상’을 수상했다. 

늘 꽃길만 걸었으면 좋았겠지만, 이탈젯은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새로운 스쿠터를 개발하는 가운데 기술 유출도 있었고 자본잠식 등의 악재와 더불어 유로환경의 강화는 이미 생산된 수많은 제품을 상당 부분 폐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업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레오폴도의 아들 마시모 타르타리니가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이탈젯의 디자인센터를 물려받으며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와 레트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살린 디아블로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다시한 번 스쿠터 라인업을 부활시키고 있다. 

이탈젯이 한국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효성(지금의 KR모터스)의 GT650코멧 모델을 이탈젯만의 디자인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이탈젯의 스크램블러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카페레이서 스타일로 디자인하여 이탈젯의 조립라인에서 재조립하여 생산하였던 모델이 바로 ‘그리폰650’이었고, 이때 이탈젯의 슬로건은 바로 ‘아시탈리아’였다. (아시아와 이탈리아의 합성어) 그리폰 시리즈를 빼고는 이탈젯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카페레이서로 대표되는 모델이다. 60년대 트라이엄프의 본네빌에서 영감을 얻어 그리폰 650과 그리폰 900 모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그리폰이 탄생되기도 했다. 

이탈젯만의 고집과 혁신의 가치 그리고 ‘이탈젯스러운’ 디자인이 한층 강화돼 모터사이클, 미니모토, 스쿠터, 전기자전거의 네 가지 라인업과 함께 창업자 레오폴도의 철학을 계승해 가문의 가업(家業)으로 3rd 밀레니엄까지 살아남길 바라본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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