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이륜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충전 인프라 업계도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보조금 축소, 차량 가격 상승, 엔데믹 이후 이륜차 시장 둔화 등의 악재가 겹친 가운데 지난해 잇따른 화재 사고까지 터지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운영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사용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전기이륜차는 한때 환경부 보조금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차량 가격 상승과 보조금 축소, 내연기관 이륜차에 대한 선호 회복 등으로 인해 시장이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 환경부 전기이륜차 보급대수는 2021년 1만6858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2년 1만4892대, 2023년 8183대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불과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발생한 두 건의 화재 사고는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서울 영등포의 BSS 화재 사고는 전기이륜차와 관련 인프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BSS 업체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BSS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미래 성장성을 보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나누라는 이름으로 BSS 서비스를 운영하는 에임스는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세븐일레븐 등에 설치된 BSS스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사용자는 대체 충전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에임스는 지난해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에 설치된 다수의 BSS 서비스를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 31일, 공식적으로 “전기이륜차 시장 위축과 화재 사고 이후 서비스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경영이 악화됐다”며, 2월 1일부터 세븐일레븐과 CU 등에 설치된 BSS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BSS 서비스 중단 소식에 기존 사용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BSS가 운영이 중단된 상태로 사용자들은 충전 대란을 겪고 있다.
대구에서 에임스의 BSS를 사용하던 A 씨는 “갑작스럽게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사용자 B 씨는 “서비스를 이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중단된다니 황당하다. 배터리와 충전기를 제공해서 자가 충전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에임스가 제공하는 BSS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개발한 볼타팩을 사용하고 있다. 통신 모뎀 추가 부착 등의 개조를 통해 LG엔솔의 사내 기업인 쿠루가 운영하는 BSS를 이용할 수 있지만, 쿠루의 서비스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사용자들은 대체 충전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BSS 서비스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도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기이륜차 제작사와 협력해 수도권 등 대체 BS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개조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며, “또한 환경부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받아 설치된 BSS의 운영 중단 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에임스는 BSS 사업을 지속할 의지를 보이고 있어 대체 부지를 확보하거나 세븐일레븐 등과 협의가 잘 이루어질 경우에는 BSS 서비스 재개가 가능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이륜차 BSS 설치 보조 사업인 지역별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 사업을 환경부와 함께 주관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에임스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BSS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대체 부지 확보 등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에임스는 서울, 부산, 대구, 경남 창원 등 전국 주요 도시에 BSS를 운영해 왔으며, 그중 242기는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시설이다. 이에 따라 최소 5년간 운영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운영 기간에 따라 최대 70~10%의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
BSS 업체들의 철수가 본격화될 경우,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기이륜차 충전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향후 전기이륜차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