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번째 치앙마이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치앙마이에서 한곳에 쭉 머물러 생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올드타운이나 맛집이 많은 님만해민에 머물렀지만, 이동이 편리한 중심가는 그만큼 집세도 물가도 비싸다.
치앙마이의 거점지역 네 군데를 복습해 보자. 네모난 성곽 안쪽의 올드타운, 그 북서쪽에 있는 가로수길 격의 님만해민, 님만해민 북쪽의 창푸악, 올드시티의 북쪽으로 핑강을 안고 있는 창클란. 거기에 더해 올드시티 북쪽의 산티탐 지역도 물가가 저렴하고 올드타운이 가까워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지역이다.
본인의 취향과 예산에 맞추어 대략적인 동네를 선택했다면, 나에게 맞는 숙소를 찾기 위한 발품 팔기가 시작된다. 치앙마이에 도착해 단기 숙소에 머물면서 진짜 ‘발품’을 팔아도 되지만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손품을 파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 기간이 한 달 이하라면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 호텔 등의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한 달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방 안에 옵션이 갖춰진 콘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콘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 콘도의 홈페이지나 이메일, 라인 등의 연락처를 통해 원하는 기간에 예약이 가능한지 빠르게 문의하는 게 관건이다. 콘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최소 체류 기간이 한 달 이상이고, 그 외의 숙박시설에서도 한 달 이상 머문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체류 동안 이륜차를 빌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접근성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숙소에 딸린 편의시설이었다. 예산 문제로 콘도나 호텔을 제외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찾아봤다. 저렴하고, 무료 세탁기와 정수기가 딸린 공용부엌이 있고, 구글맵에서 찜해둔 체육관까지 이륜차로 10분 거리인 곳을 찾았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말할 만하다. 이처럼 치앙마이 한 달 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달 동안 내 집이 될 숙소와 내 동네가 될 곳을 정하는 것이다.

같은 숙소에서 머물던 미국인 친구가 기존에 빌렸던 스쿠터를 반납하고 방콕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뒤 새로운 스쿠터를 빌려야 한다고 해서 그를 내 이륜차에 태우고 무작정 올드타운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가 치앙마이가 가장 북적거리는 연초라서 가는 대여점마다 빌릴 수 있는 이륜차가 없거나 가장 비싼 300cc 대형 스쿠터만 남아 있어 여러 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며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린 뒤에야 님만해민까지 가서 이륜차를 빌릴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출발한 이륜차 대여 원정대는 5시가 되어서야 목적을 달성했다. 별 고생하지 않고 적당히 골랐던 내 이륜차가 가장 상태가 좋고 압도적으로 저렴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나는 며칠 남지 않은 대여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이륜차를 빌리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곧바로 기존 계약을 연장했다.

내비게이션은 구글맵을 이용하면 된다. T맵이나 카카오맵 같은 국내 내비게이션 앱과 사용법이 같고, 한국어 음성 안내도 제공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