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키스’‘남자충동’ 조광화 연출 “바이크 타는 순간 나만의 세계 느껴”

백현주 교수/방송인 입력 2020.12.16 08:18 조회수 5,657 0 프린트

어떤 분야든 세대를 초월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레전드가 존재한다. 연극계도 예외가 아니다. 미친키스(1998년 초연) 남자충동(1997년 초연)은 처음 관객과 만난 후부터 무대에 오를때마다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완판 신화를 써가며 이미 본 관객들에게나 아직 못 본 관객들에게나 보고 싶은 갈증의 작품이 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대단한 창작품은 창작자의 천재성에서 탄생되니 우리는 늘 멋지고 감동적인 작품, 인간의 본능과 세상의 룰을 관통하는 작품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한다. 지난 2017년 ‘미친키스’‘남자충동’을 만든 연출가가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했을 때 그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은 대중들의 궁금증 심리를 여지없이 입증했는데 그는 바로 조광화 연출가이다. 

그는 때로 극작가로 연극과 뮤지컬 연출가로 대학 교수로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데 ‘모래시계(대본,가사,연출)’‘서편제(대본,가사)’‘베르테르(연출)’‘레미제라블(한국어가사)’ 등의 작품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음을 확인하게 되면 고개를 끄떡일 수 밖에 없다. 평생 연극계에 몸담고 있지만, 분야의 범주에 안주하지 않고 대중적인 친밀감과 인지도 그리고 작가적 성향을 두루 갖춘 조광화 감독.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의 창작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그 해답을 바이크에서 찾았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전 서울 중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조광화 연출은 역시 바이크를 타고 도착했다. 벌써 20여 년 탔다는 조광화 연출은 요즘에는 바이크를 얼마나 자주 탈지 궁금했다. 

“요즘은 굉장히 불규칙해요. 예를 들면 일이 많거나 머리 써야 되는 일이 많으면 못 타요. 생각이 길로 안 가고 머릿속으로 다 들어와 있으니까 제가 무서워서도 안타고요. 마음에 좀 여유가 있을 때는 자주 타고요. 할리를 판 뒤로 지금은 혼다 줌머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거의 시내 약속 갈 때는 웬만하면 그냥 줌머를 타죠.” 

지난 2001년 무렵 같이 연극을 하는 후배 연출가가 바이크를 타는 걸 보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계기가 되어 바이크를 시작했다는 조광화 연출.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전거 대여점을 했던 터라 두 바퀴로 가는 이동수단에 대해 친밀함도 있었기에 바이크를 타는데 크게 어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남들은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데, 저는 자전거는 좋아했어서 바이크를 타기 위해 면허부터 땄어요. 제 성격도 다른 사람하고 어울려서 뭘 하는 것 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해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 나를 제어를 하는 듯한 느낌, 사회나 조직에 적응도 해야 되고, 통제받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바이크를 탈 때만큼은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나만의 세계,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죠. 마음먹는 순간. 그리고 열려있으니까 세상하고 하나 돼서 달리는 듯한 느낌. 어떻게 보면 길이 좋았고요.” 

바이크를 시작하면서 푹 빠져들었던 조광화 감독도 처음 바이크를 시작했을 때는 함께 작업하는 연극계 후배 동료들 중 바이크를 탈 줄 아는 사람들과 바이크 동호회도 도모했지만, 들쑥날쓕한 스케줄 때문에 마음처럼 제대로 결성이 안되어 아쉬웠다고 한다. 요즘에는 이웃에 바이크를 타는 지인들이 있어 이따금씩 바이크 여행도 떠나고 맛집도 찾아 식도락의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춘천 갔을 때는 거의 닭갈비를 먹죠. 의암호 옆에 있는 혼자 떨어져 있는 2층에 있는 닭갈비집이 있는데 늘 거기 가서 먹고 춘천 호반 쭉 돌다가 때로는 화천도 가고. 또 제가 호수들을 좋아해서 충주호, 그리고 충주호로 해서 영월, 그리고 거기에서 또 단양 거기에서부터 이제 동해시로 넘어가는 그 코스가 너무 좋더라구요. 단양 지나면 동해로 넘어가기 전에 절벽이 있는 길이 있는데 신선같았어요.” 

속도보다는 길을 느끼는 걸 더 즐긴다는 조광화 감독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펼쳐내듯 멋진 바이크 코스들을 연결지어 소개했다. 덧붙여 바이크의 대중화가 빠르게 정착하는 만큼 바이크 문화의 인식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바이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도로 사정 뭐 이런 거겠죠. 그전에는 막연하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왜 우리나라 브랜드의 바이크가 없나 뭐 이런 거죠. 당장 시급한 거는 도로인 거 같아요. 도로가 너무 위험해서요. 여기 오면서도 한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거든요? 스쿠터로 오는데 위험한 돌발 순간이 한 10번은 됐던 것 같아요. 일단 자동차들이 깜빡이를 미리 안 켜고 핸들을 꺾으면서 켜고 요철이나 파인 곳, 맨홀 뚜껑 등등 바이크 타기에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요. 바이크 타는 라이더들도 그렇고, 자동차 운전하는 사람도 그렇고, 행인도 그렇고 바이크의 특성을 전혀 고려를 안 하는 거 같아 그런 것들의 개선이 우선인 듯 싶어요.” .

조광화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바이크가 이미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고, 일상의 한 부분이기에 가능한 고민들이었다. 바이크가 남녀노소, 성별과 세대를 초월하며 깊이 파고드는 요즘. 레저와 출퇴근 퀵서비스 배달문화 등 바이크가 우리의 일상에 주요한 존재가 되고 있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이륜차 인식들도 발맞춰 개선되길 바라는 필자의 마음도 보태며 대한민국 연극계 거장 조광화 연출가와의 인터뷰를 마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습니다.

백현주 교수/방송인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