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은 이륜차 업계가 큰 시련을 겪은 해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이륜차 수요는 급격히 줄었지만 고환율로 제조 및 수입 원가는 증가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환경 규제의 강화로 날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 전기이륜차는 내연기관 이륜차 이상의 시련을 겪고 있다. 이륜차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륜차 산업을 향한 규제의 칼날이 조여오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엠스토리는 올 한해 본지가 보도한 이륜차 업계의 주요한 장면 10개를 정리해봤다.
이륜차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허용 논의 불붙인 권익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19일까지 온라인 정책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여부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에 나섰다. 이는 이륜차 운전자 단체의 민원 제기에 따른 것으로, 현행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통행 허용 여부가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이권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에는 1만3624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응답자 중 89.7%가 통행 허용에 찬성했다. 응답자 중 이륜차 운전자가 85.84%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이륜차와 자동차 운전자 간 위험성이 동일하다는 응답은 65.54%였다. 그러나 통행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72%에 그쳤다. 다만 이륜차 운전자가 설문에 주로 참여한 점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 의견을 토대로 이륜차의 통행 허용 가능성과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논의는 안전성, 평등권, 통행 자유 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돌연 입장 바꿔 전면 번호판 시범사업 추진하는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배달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관계 기관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번호판 제작 및 배달 라이더들의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비용을 지원할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범사업이 실행되려면 다른 기관이나 단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륜차 산업계와 배달 라이더들은 국토부의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실효성 부족과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면 번호판 도입이 새로운 정책적 필요성보다는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륜차 산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이 안전성과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번호판도 잘 보이지 않는데, 더 작은 스티커 형태의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이 무슨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난폭운전의 낙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륜차 폐차 제도 도입 위해 보증금 25만원 검토 논란
국토교통부가 이륜차 폐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소비자가 대당 25만 원의 폐차 보증금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륜차는 자동차와 달리 법적 폐차 제도가 없어, 고장 난 이륜차가 방치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빈병 보증금 제도와 유사하게 폐차 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영남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폐차 비용은 기술자 인건비와 폐기 비용 5만 원, 수거비 포함 10만 원 수준이며, 농어촌 등 지역을 고려해 25만 원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방치 문제 해결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신차 구매 시 소비자 부담을 키워 이륜차 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소형 이륜차의 경우 차량 가격의 10~20%가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대형 이륜차는 폐차 비용보다 수익이 커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만, 소형 이륜차는 보증금이 줄어들어 제도 지속성이 의문시된다. 폐차 비용 차감 시 소비자에게 지급할 환불금이 줄어 정책 목표 달성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95dB 이동소음 시범 사업 추진 등 지속되는 소음 규제
서울시는 교통소음 관리를 위한 일환으로 고소음 이륜차 운행 규제를 시범 추진한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은 배기소음이 95dB를 초과하는 이륜차로, 종로구의 일부 지역에서 저녁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운행이 금지된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규제는 환경부가 고소음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그 후 여러 지자체들이 비슷한 규제를 시행하거나 검토했다. 그러나 이륜차 업계와 라이더들은 소음 기준이 과도하다고 반발하며, 광명시와 같은 곳에서는 행정 소송을 제기해 규제 철회를 이끌어내 이동소음원 고시로 지자체가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며, 종로구는 규제 지역에서 소음 민원이 크게 감소했다고 보고 규제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청주시장을 상대로 이륜차 운전자들이 제기한 95dB 초과 이륜차 대상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 철회 소송이 올해 각하 되는 등 이륜차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 되고 있다.
신차 판매 시 제작 정보 국토부 전송 이륜차 업계 우려
이륜차 업계가 내년 3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륜차 제작정보 전송 의무화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제도에 따르면, 판매자는 신차 판매 시 제작정보를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VMIS)에 즉시 전송해야 한다. 이는 제작정보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사용신고의 편의성과 체계적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유사한 제도를 10여 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륜차 업계는 영세한 판매점과 고령 인력이 많아 VMIS 접속 장비 구축과 보안 유지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시스템을 다루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 구조의 복잡성도 문제다. 이륜차는 제작·수입사에서 대리점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 다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거나 판매점에 위탁 판매되는 방식으로 제작·수입사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는 정부 방침에 공감하지만 유예 기간 연장과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판매점이 시스템을 다룰 수 있도록 장비 지원, 교육, 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 시행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법원 판결에도 뒤늦게 보조금 환수한 지자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허위 렌탈 사업계획서를 이용해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 약 7억5700만원을 부정수급한 일당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법원 판결 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환수는 커녕 판결 결과조차 인지하지 못 것으로 드러나 보조금 관리 제도와 보조금 환수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기이륜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전기이륜차 구매자 또는 제작‧수입사 등이 보조금을 부정수급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발견되는 즉시 환경부에 문서로 통보하고 부정수급이 확인된 시점에 보조금을 즉시 환수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들은 언론의 보도 이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보조금 환수에 나섰다. 서울시는 부산에 본사를 둔 전기이륜차 제조사 A사에 국고보조금·지방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및 반환 행정처분 사전 통지하고 A사가 서울시로부터 부정수급한 보조금 3억4299만원과 보조금 지급일로부터 반환 명령일까지 이자 8140만7530원 등 총 4억2438만1440원을 환수할 예정이다.
내년 이륜차 안전도 검사 시행 두고 이륜차 업계 우려
내년 3월 15일부터 이륜차도 자동차처럼 운행 중인 차량이 배출가스 및 소음 허용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차량 안전도 적합 여부까지 정기적으로 검사받게 된다. 문제는 안전도 검사 과정에서 불법 튜닝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다 이륜차 튜닝 특성상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워 이륜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4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이륜차 안전도 검사를 비롯해 이륜차 안전도 검사와 관련된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15일부터 이륜차 정기검사를 받을 때 배출가스 및 소음 검사뿐만 아니라 차량 안전도 검사를 함께 받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이륜차 안전도 검사는 사용검사와 정기검사, 튜닝검사, 임시검사 등 네 가지다. 사용검사는 사용폐지 이후 재사용신고를 하고 다시 이륜차를 사용할 때 실시하는 검사로 사용폐지 이후 재사용신고를 할 때마다 사용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 이륜차 소유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튜닝에도 부담이 커진다. 현재는 튜닝 이후 적합하게 튜닝 됐는지 튜닝 확인을 하지만 내년에는 튜닝검사로 변경돼 별도의 검사수수료를 부담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기이륜차 보급 지지부진에 내년 예산 삭감까지
2023년 전기이륜차 보급사업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보조금 실집행률이 50.6%에 그쳤다. 이는 전체 무공해차 보급사업 실집행률 80.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전기이륜차 보급은 2020년부터 계속해서 목표를 미달하고 있으며, 2023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배달 라이더들의 수요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달 라이더들은 내연기관 이륜차를 선호하며, 전기이륜차는 고장, 사후 관리 문제,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 시간 등으로 기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이륜차는 일반 소비자들만 사용하는 상황이며, 상업적 수요로의 전환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환경부 전기이륜차 보급 목표는 올해 대비 절반인 2만대로 줄었으며, 예산도 절반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이륜차 활성화를 위해 성능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장 기반이 형성되고 정비 인프라가 구축된 후 상업적 수요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전기이륜차의 성능 개선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편의성, 안정성, 경제성, 유지보수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이용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KS 표준 강화 움직임에 업계 우려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국가표준(KS) 정책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전기이륜차와 교환형 배터리 팩, 충전소에 대한 KS 표준의 상호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환경부는 교환형 배터리 충전시설에 대해 KS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액을 70%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KS표준을 준수하려면 기존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를 교체해야 해 많은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큰 전기이륜차 업계는 새로운 배터리 팩과 충전 인프라 개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존에 투자한 비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일고 있으며, KS표준이 전기이륜차 성능을 제한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상호 호환성을 높여 전기이륜차 보급을 촉진하고자 했지만, 업계는 정부가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준화가 성급히 강제되면 기존 기술과 인프라가 무시되고, 이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존의 기술을 존중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령해저터널 이륜차 통행 허용 소송, 잇단 선고 연기로 재판 장기화
보령해저터널 이륜차 통행금지를 둘러싼 소송이 반복적인 선고 연기로 장기화하고 있다. 이 소송은 충남 지역 이륜차 운전자들이 보령경찰서장을 상대로 통행금지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그러나 1심 선고기일이 올해에만 두 차례 연기되며 2년이 넘는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보령해저터널은 2021년 12월 개통된 국내 최장 해저터널(6.927km)로, 대천해수욕장에서 안면도까지 이동 시간을 약 90분에서 10분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보령경찰서장은 터널과 진출입로 약 7.894km 구간에서 이륜차와 자전거, 농기계 등의 통행을 금지했다. 법원은 올해 1월과 7월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잇달아 취소하며 변론을 재개했다. 변론재개는 선고 직전 심리가 부족하거나 추가 증거가 필요한 경우에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또 해를 넘기게 됐으며, 내년에도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 문제는 재판이 장기화되며 이륜차 업계와 일반 라이더들의 관심이 줄어가는 사이에 소송 진행이 어려워 지고 있다. 일부 원고가 소송을 포기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원고인 이륜차 운전자들을 대리하던 변호인이 사임하는 등 이륜차 운전자들이 싸움이 더 힘겨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