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연다. 바람이 분다. 가을이 뜨겁게 불타오르던 여름을 드디어 밀어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게 기분 좋은 가을은 여름에 가까운 초가을이다. 이 완벽한 날씨는 몇 주 뿐이고 그 후에는 겨울에 가까운, 늦가을보다는 초겨울이 어울리는 날씨로 변해버린다. 겨울 초읽기를 코앞에 둔 이때, 모토 캠퍼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지난 추석에 캠핑장을 예약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더운 날씨에 곧바로 예약을 취소했다. 그때 떠나지 못한 여행을 9월 말에 다녀왔다. 캠핑하기에는 황금 같은 시기이기에 북적이는 주말을 피하려면 평일 캠핑이 최선이다. 퇴근 후 캠핑을 갔다가 다음날 반차를 내서 오전에 천천히 복귀하여 출근하는 일정으로 결정했다.

순천 자연 휴양림 캠핑장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 캠핑장이다. 도심에서 2-3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휴양림에서는 불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바베큐를 하거나 음주·가무를 즐기는 분위기보다는 혼자 혹은 가족, 친구와 함께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캠핑장 내 시설이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있다. 캠핑 데크 사이트에서는 전기 사용도 가능하다. 각종 편의 시설(화장실, 샤워실, 취사장 등)도 잘 갖추어져 있어 처음 캠핑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취사장이 감동적이었는데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전자렌지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또, 캠핑장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다양한 형태의 숙소도 예약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8시가 되어야 도착한 캠핑 사이트에는 데크를 비추는 가로등이 있어 걱정과는 다르게 수월하게 세팅을 마쳤다.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야외에 앉아 있기 딱 좋은 날씨. 세팅을 마치자마자 저녁을 준비한다. 메뉴는 마트에서 산 어묵과 물 떡 세트. 봉지 육수까지 들어있어 냄비에 물을 붓고, 세척 대파를 넣고, 밀키트 재료를 넣은 뒤 기다리면 끝이다. 인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캠핑장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로 앞엔 작은 개울이 흐른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 별을 관찰하기에도 좋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오뎅탕이 완성되었다. 그냥 흔한 오뎅탕 맛이더라도 밖에 나와서 먹으면 왜 더 특별히 맛있을까? 후식으로 마시멜로까지 구워 먹고 차를 한잔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받아 버너를 다시 켰다. 그런데 아뿔싸! 쌀쌀한 날씨 덕에 오뎅탕을 먹는 내내 버너를 켜둔 탓이었을까, 가스를 다 썼다. 내일 아침은 어떡하나 싶지만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기분 좋게 차가운 숲 공기를 즐기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버너 가스가 떨어져서 원래의 아침 계획은 실패했지만 텀블러에 챙겨온 커피와 과일로 식사를 차렸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고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아침의 휴양림은 다채로운 색으로 반짝여 떠나기가 더 아쉬웠다.

순천자연휴양림의 국민여가 캠핑장은 모두 금액이 같다. 하지만 일부는 노지 사이트, 일부는 데크 사이트이니 12번부터 19번까지인 데크 사이트가 가장 좋은 자리다. 이곳의 단점으로는 캠핑 사이트간의 간격이 좁다는 것. 그래서 양 끝에 위치한 12번이나 19번 데크를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순천 자연 휴양림 국민여가 캠핑장]
예약: www.foresttrip.go.kr
캠핑 사이트 이용료: 주중 1만5,000원 / 주말 2만원(1박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