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No’라고 말할 때, 혼자서 당당히 손들고 ‘Yes’를 외친 건 역시나 가와사키였다.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고 전기로의 대체가 모빌리티 시장의 큰 흐름인 지금, 시대를 역행한 배기량 400cc의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Ninja ZX-4RR’의 등장은 당연히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배기량 400cc, 4기통의 의미

배기 배출 가스와 소음 등의 규제가 나날이 엄격하고 강력해지고 있는 2023년의 라이더들에게 어쩌면 400cc급 슈퍼스포츠들은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현실감없는 존재로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하고 가장 먼저 손에 닿게 되는 250cc(쿼터) 클래스와 미들급 슈퍼스포츠의 기준선이었던 배기량 600cc 미만 사이에 다양한 스포츠 모터사이클들이 존재한다. 유럽을 기준으로는 A2 라이센스에 해당되는 클래스로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초심자들은 물론, 과거에 모터사이클을 즐겼던 리턴 라이더 등이 분포한다. 근래 이 클래스의 모터사이클들은 대부분 입문자의 문턱을 낮추고 포지션을 더 편안하게 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고 그만큼 접근성 있는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기 위해 단기통이나 병렬 2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이 즐비하며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들을 살펴보면 그 성격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요컨대 과거의 400cc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근래의 쿼터급 모델들은 엄밀히 말해 슈퍼스포츠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의 400cc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처럼 오롯이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제조사에서 입문을 담당하는 이 대중적인 클래스에 높은 수준의 기술과 많은 연구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적당한 성능을 가지도록 검증된 데이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됐다.

오리지널 레이서 ZX-4RR

직렬 4기통 엔진은 돈이 많이 든다. 다기통 엔진일 수록 필요한 부품의 숫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기계적인 스트레스는 커지는데 그걸 견디면서도 높은 성능을 끌어내려면 더 높은 수준의 설계와 제조 공정이 필요하고 이런 과정 하나 하나는 모두 제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리터급 이상에서나 직렬 4기통 엔진을 만날 수 있게된 것도 그래서 그렇다. 하지만 가와시키는 정말 그들답게 간다. 그 이유가 과거 ‘영광의 시대’를 떠올리면서 그때 그 시절의 낭만을 되살리기 위해서든, 아니면 머지 않은 미래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내연 기관 엔진의 시대를 장렬하게 불태우기 위한 일종의 파티일 수도 있다. 그 결과가 바로 2023년 새롭게 공개된 가와사키의 ZX-4RR이다.

ZX-4RR은 엔진 회전수 14,500rpm에서 최고 77마력을 발휘한다. 400cc도 안되는 상대적으로 소배기량 슈퍼스포츠 모델이지만 최신예 모델답게 각종 전자장치로 무장했다. 먼저 선보였던 직렬 4기통 250cc급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인 ZX-25R과 비교하면 ZX-4RR은 ZX-25R 대비 배기량이 37.5%나 늘어났지만, 차량 총 중량을 188kg로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ZX-25R의 무게는 183kg으로 무게 증가폭은 겨우 2.73%에 불과하다. 최고 마력은 약 51%를 높인 것을 생각하면 늘어난 5kg은 무시해도 될 정도가 아닐까.

ZX 패밀리 룩 & 최신예 전자장비

ZX-4RR의 외관 디자인은 다른 닌자 모델들과 그 궤를 같이하는 패밀리 룩이다. 상당한 수준의 출력을 제공하는 하드웨어적 발전과 트렌드를 따르는 전자적인 지원도 빠지지 않는다. 블루투스 통신으로 라이더의 스마트폰 등과 연결이 가능하며, 4.3인치 크기의 풀 컬러 디지털 계기판이 기본 제공된다. 이 밖에도 3단계로 설정이 가능한 가와사키 트랙션 컨트롤(KTRC), 그리고 통합적 라이딩모드(Sport, Road, Rain, Rider)를 제공하는 등 가와사키의 상위급 모델에 투입되는 전자장비 대부분을 적용했다. 업·다운이 모두 지원되는 퀵 시프터와 Ninja ZX-10R에 장착되는 밸런스 프리 리어 쿠션 라이트(BFRC-Lite)을 장착해 더욱 향상된 승차감과 스로틀 조작에 따른 일관된 트랙션을 확보했다. 현재 2025년식의 새로운 KRT 컬러가 출시됐으며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1,6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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