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바이크 문화는 획일화할 수 없는 문화, 인식 체계 바꿔야 해”

백현주 교수/방송인 입력 2020.11.16 13:41 조회수 5,413 0 프린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감독의 성향이 어떤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보다 보면 성격이나 추구하는바, 그의 호불호가 무엇인지 가늠하게 되면서 그 감독이 더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지고는 한다. 그래서 궁금증이 유발된 그 작품 이전의 작품세계는 어땠는지 알고 느껴보고자 전작들을 찾아서 굳이 보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면 직접 만나 묻고 듣고 싶은 작품관과 인생관이 마음속에 궁금증으로 피어오른다. 

그런 궁금증 유발자인 명감독 중 한 사람이 바로 이준익 감독이다. 이준익 감독은 정적인듯싶다가도 굉장히 역동적이기도 하고 억누르는 에너지가 있는가 싶으면 분출되는 에너지가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정과 동이 공존해서 너무 느리지도 지나치게 빠르지도 않기에 그의 작품을 보는 일이 늘 흥미롭다.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가 않다. 그래서일까 그는 크고 작은 스케일의 영화로 관객들을 향해 다양한 메시지를 부단히 전달한다. 

언제나 관객들이 그 메시지를 궁금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이준익 감독만이 지닌 열정의 원천이 무엇일까? 필자는 바이크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2003년부터 탔으니까 17년 됐네요. 50cc부터 이렇게 쭉 계단을 밟아 가지고... 4대 있었는데 1대 팔고 지금은 3대. 목적과 기능에 맞게 그때그때 바꿔서 타고 다니지.”라며 바이크 인생 17년을 간략하게 설명한 이준익 감독. 혹자는 바이크 타며 작품 구상하고 에너지 충전하는 어떤 수단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절대 바이크 타며 작품 구상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바이크만 타면 평소 느껴지는 불안감 같은 것도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하면 넘어지거나 옆에 차와 부딪히거나 아니면 내가 뒤에 오는 차를 몰라서 뒤에서 받치거나 위험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위험요소로부터 내가 나를 보호하고 때로는 내가 타인에게 위험한 요인을 주지 않기 위해서 초집중하고 몰두하고 그냥 뇌에서 칼로리 엄청나게 소비하기 때문에 불안하지도 않아요.” 또한 1987년부터 자동차 운전을 했지만 운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바이크 타면서부터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출퇴근하는데 드는 시간이며, 주차해야지, 가다 서다하죠. 서울 시내에서 차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바이크를 타니까 일단 차 운전으로부터 해방된거에요.” 

바이크를 오래도록 일상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이용해 온 만큼 이준익 감독은 바이크 문화나 제도, 인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크의 생활화를 통해 스스로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크지만, 사회적으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의 바이크 문화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해야 될 혐오 문화잖아요. 일단은 차, 도로 사이로 휘젓고 다니는 위험한 사회적 요소로 본다던가 혹은 바이크를 타지 않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 등 사회적 반감을 살 만한 문화도 있고, 반면 그런 거에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면서 바이크를 젠틀하게 타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건 개인차의 문제이지, 그걸 바이크 문화로 다 폄하하기에는 타당치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바이크 문화에 대해서 인식이 굉장히 인색한 거는 사실이에요.” 

최근 들어 여성과 젊은층의 바이크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비춰 봐도 바이크를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게 이준익 감독의 생각이었고 필자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소비층이 확대되고 증가되는 추세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바뀐 외식문화의 추세만 봐도 바이크에 대한 호의적 인식과 보완제도가 얼마나 발 빠르게 움직여줘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외식 소비가 위축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배달해서 집에서 먹는 식문화가 확대되고 정착되었고 배달음식 문화가 정착하고 발달할 수 있었던데 큰 기여를 했던 것은 바로 바이크다. “코로나 이후에 딜리버리, 퀵서비스가 급증한 것은 바이크가 젊은이들의 생계수단으로서 어떤 직업으로서 또 큰 사회적 이득을 담당하고 있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죠. 그들이 생계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바이크를 타는 사례들이 뉴스에 종종 나오는데. 그런 것들이 잘 개선될 수 있게끔 사회가 다 합의하고 그런 과정이 앞으로 남은 숙제라고 봐요.” 

그 누구보다도 우리나라의 바이크 문화와 바이크에 연계된 산업에 대해 진정 어리게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지적해준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도록 바이크를 타고 생계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요즘 퀵서비스하는 젊은 친구들도 급증하고 있는데,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주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죠. 뉴스를 보니 청년들이 너도나도 퀵서비스에 나서는데 한 달에 몇백을 벌었네. 500만원 600만원 그러는데 포커스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어요.” M스토리와 만나 바이크를 대하는 사회적 책임과 인식 개선의 방향성 등 현실적인 맥을 짚어준 이준익 감독. 지난 17년간 바이크와 삶을 함께 해온 바이크 마니아로서 진정 어린 지적과 제시해준 개선점들이 하나둘씩 개선되고 달라지는 그날이 올 때 꼭 다시 만나 미처 나누지 못한 바이크 이야기들을 또다시 이어가길 희망하며 M스타 스토리 이준익 감독 편을 갈음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습니다.

백현주 교수/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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