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발견한 사진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데려와 줄 때마다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하지만 라이더는 사진을 남기기가 어렵다. 정지신호에서 만난 멋진 풍경조차 그렇다. 풍경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대단한 미션처럼 느껴진다. 핸드폰을 거치대에서 꺼내서, 톡 톡 터치를 해보지만, 터치는 결국 먹히지 않아 더 좋은 스마트폰 터치 기능이 있는 장갑으로 바꾸겠다고 생각하며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는다. 신호가 다시 초록 불로 바뀔지 불안해하며 두어 번 셔터를 빠르게 누르곤 장갑을 다시 끼고, 핸드폰을 다시 거치대에 거치하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실행시킨다. 그 모든 과정 중에 바이크는 두 발로만 지탱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조차 급하게 찍은 사진은 흔들리고 손가락이 나오고 엉망인 경우가 태반이다. 내 시야조차도 이렇게 담기가 어려우니 나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은 난이도가 더 높다. 바이크와 나를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고독하고 부지런한 늑대형
같이 다닐 라이더 친구가 없거나, 있더라도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는 그들은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며 포토스팟만 나오면 각도와 빛의 방향을 고려해 멋진 셀프 사진을 남긴다. 종종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므로 약간의 철면피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움은 좀 떨어지지만, 안정된 퀄리티가 장점이다.
2. 대문자 E형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다니는 그들은 딱히 부탁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그들 자신도 종종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것은 기본이다. 정지신호에 서 있을 때를 포함해서 바이크에 앉아 있는 모습, 바이크에서 내리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찍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복불복인 퀄리티가 단점이다.

어색했던 촬영을 마치고 며칠 뒤, 친구에게 받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바이크가 참 예쁘게 나왔네.’란 말이 튀어나왔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진 기계일 뿐인데 마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너 예쁘게 나왔다.’고 말한 것이다. 바이크에 느끼는 이 정서적인 애착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자주 사용해서 그렇다기엔 매일 쓰는 핸드폰이 고장 났을 때 안에 든 데이터의 복구만 걱정했지 핸드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큰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크가 넘어지거나 긁혔을 때는 마치 생물인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