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규정을 준수할수록 라이더를 위험에 빠뜨리는 규정이 있다. 바로 지정차로제다.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인단모임인 ‘앵그리라이더’와 ‘이륜자동차시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등 370명은 지난 10월 23일 지정차로제가 이륜차 운전자의 생명권과 통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륜차에 대한 지정차로제에 대해 헌법소원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더이자 이번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삼율의 이호영 변호사는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륜차 운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륜차 운전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륜차 지정차로제의 위헌결정을 촉구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6조 제1항 별표 9 ‘차로에 따른 통행차의 기준’에 따르면 이륜차는 고속도로 외의 도로에서 하위 차로인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차량 크기가 작고 속도가 빠른 이륜차와 같이 하위 차로를 통행하도록 규정된 차량이 대형승합자동차와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건설기계 등과 같은 대형‧저속 차량이라는 점이다.
이날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륜차 운전자들은 도로 교통의 핵심은 안전이라며, 안전한 주행방법을 선택할 권리, 방어운전을 할 권리가 운전자들에게 있으나 현행 지정차로제는 화물차, 대형차 사이를 주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이륜차 운전자가 방어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정차로제를 지키다 불법주정차된 트럭을 들이받고 사망한 초보 이륜차 운전자의 실제 사고 사례를 소개하며 이륜차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정차로제의 위헌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소원 청구인 중 한 명인 A 씨는 “우리도 안전하게 도로를 함께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사고가 나면 자동차는 상처가 나는 수준이지만 우리는 목숨을 잃습니다. 살려달라는 것입니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정차로제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형차는 이륜차와 같은 소형차량이 옆차로 진입 시 사각지대에 놓여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회전 시 이륜차가 대형차의 사각에 들어갈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크기와 주행 특성이 상이한 대형차와 이륜차가 같은 차로를 이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현실적으로 어긋나 교통안전을 감안해 분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