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구정태(변요한)의 직업은 공인중개사 이며, 취미는 좋게 말해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무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오늘도 정태는 애완곤충 개미에게 아침인사 후 집을 나서며 영화는 시작된다.
정태는 매도인 또는 세입자가 부동산 매물을 내놓으면서 출입키를 맡긴 사람들의 집에 몰래 들어가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직업적 특권을 이용하여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철칙으로 세면대의 물 빠짐 상태를 확인하거나 오래된 전구 갈아주기, 문 이음새 등을 고쳐주고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관찰활동이 오히려 선한 행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당화 한다.
정태는 매물이 나오면 세입자를 맞이하기 전에 집을 정리 해준 뒤 다 쓰고 버리지 않은 핸드크림, 다시는 읽지 않을 러브레터 등을 프린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기록물을 만드는 악취미가 있다.

44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그녀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사진이나 값비싼 명품백 사진을 올리며, 보여주기씩 관종행각을 보이고 있는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는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실속이 없이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허영심과 과시욕으로 똘똘 뭉친 29세 여성이다. 자칫 된장녀의 이미지로 비칠까 우려하여 최근에는 유기동물 돌보기, 불우 이웃돕기, 노약자 집에 연탄 나르기 등 봉사활동 사진을 주로 올리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리고 있다.

며칠 후 “오 마이 갓……. 그녀가 부동산에 찾아왔다!”
한소라 집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답답해하던 차에 그녀가 집을 내놓으려고 한다면서 제 발로 정태의 부동산 중개 사무실에 찾아왔다. 게다가 집 열쇠까지 맡기고 갔으니, 이로써 정태의 고민은 한방에 해결되어 마음껏 그녀의 집에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최근 개봉한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서, 나름 철학을 가진 신종 변태 스토커 구정태와 가식의 끝판 개념없는 한소라의 모습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씁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주인공 세 사람 이외에도 한소라의 열성팬 이종학(윤병희), VJ 유튜버 호루기(박예니), 형사팀장(박명훈)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너무 좋았지만 결말이 약간 예상 가능해서 큰 반전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어쩌면 조금은 무뎌져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곱씹어 볼 거리를 던져 준 영화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