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은 ‘사랑의 해피엔딩’? '해피 이벤트'

M스토리 입력 2024.05.16 13:29 조회수 2,213 0 프린트
 

사랑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눈이 마주친다. 바바라와 니콜라는 DVD 대여점의 손님과 직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하고 같이 살기로 한다.

웃는 것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빛만 보아도 사랑스럽고, 아무 걱정이 없었던 두 사람은 세상에 둘 뿐인 듯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꿈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니콜라는 바바라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바바라는 아무 말 없이 니콜라를 꼭 껴안는다. 그리고 그들은 간절히 원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스럽게 이어줄 아이를 갖게 된다. 

바바라는 산부인과에서 출산 예정일이 다음해 3월 5일 임을 확인하고 바로 대학교 지도교수에게 찾아간다. 대학원생인 바바라에게 지도교수는 다음해 3월까지 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조교수 자리를 줄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바바라의 눈치를 살피던 지도교수는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지만, 바바라는 차마 임신 소식을 알리지 못한다.   
 
 
며칠 후, 니콜라는 바바라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치즈도 먹지 않는 딸의 행동 변화를 눈치 챈 바바라 엄마는 그녀에게 임심 여부를 묻는다. 바바라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바바라의 엄마는 “혼자 자립할 능력도 없고, 학생인 주제에 겁도 없이 임신을 해” 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그렇게 식사는 마무리 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금전적으로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바바라는 엄마의 말을 곱씹어 본다.

행복이 가득할 거라 꿈꿨던 9개월 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과 산모에게 끼칠 주변 환경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심한 입덧이 시작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채식주의자인 걸 잊게 하는 식습관에 이유 없이 웃고 또 이유 없이 우는 감정 기복은 물론, 밤도깨비가 되어가는 신체 변화에 그녀는 우울해 한다. 함께 아이를 가지길 원했고 가졌지만 임신은 온전히 바바라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출산 당일, 바바라는 아픔에 발버둥 치고 의사는 아기를 더 쉽게 낳을 수 있도록 회음부를 절개하자 그 장면을 본 니콜라는 충격으로 기절한다. 바바라는 마지막 젖 먹던 힘을 다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이쁜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 바바라는 전자레인지에 돌린 커피조차 먹지 못하고, 목욕을 하다가도 아이의 울음에 뛰쳐나오는 일상이 되어버린다. 밤낮 새벽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돌보며 제대로 키우기 위해 연구하는 바바라와 달리 니콜라는 본인의 생활에 더 열중한다. 한땐 섬세하고 순수한 철학자였으며, 또 한때 로맨틱했던 그녀는 출산으로 그와의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을 해보지만, 둘에서 셋으로 가족이 늘어난 만큼 쉽지는 않았다. 어느새 자신의 존재보다 아이에게 맞춰진 일상에서 지쳐버린 바바라는 니콜라가 도와주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서로에게 쌓인 감정이 터져버리게 된다. 힘들다는 바바라의 외침에 해결을 해주겠다던 니콜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셔 오지만 모유 수유부터 그녀의 육아 방식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시어머니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얼마 후 바바라는 작성한 논문을 들고 지도교수를 찾아가지만, 육아하는 사이 조교수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용되고 니콜라는 바바라의 마음도 모르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집에 늦게 들어온다. 두 사람은 더 큰 행복을 꿈꾸며 아이를 낳았지만 그로인해 여유를 잃고 틈만 나면 다투게 된다. 힘든 시간들을 적응해 나간 바바라는 아기를 낳고 키우며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4살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빠와도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되는데…….   
 
 
영화 ‘해피 이벤트’는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사실은 사회적 안정 유지를 위해, 깊게 들어가자면 가부장적 질서를 영속화하기 위해 여성을 착취해온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아이를 하나 키워내는 일은 프랑스나, 한국이나 모든 나라가 똑같다는 생각과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절실히 하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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