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특징인 삼한사온의 날씨와 뚜렷한 사계절이 언제부턴가 뭉뚱그려져서 뒤섞이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영상 15도를 넘나들다가도 몇일 후에는 영하 5도를 넘게 내려가는 엉뚱한 날씨가 반복되어 ‘과연 봄이 온 건가?’ 싶기도 하다. 가뜩이나 요즘 봄은 정말 찰나의 시간에 지나가서 봄날씨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몇일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게다가 지난 겨울에는 눈비도 참 많이 왔고, 작년보다 기온의 오락가락이 더 심했던 것으로 기억된 겨울이었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 라이더들은 일년에 몇일 되지도 않는 ‘쉬는 날’ 라이딩을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초봄의 우중투어는 감기 걸리기 딱 좋기 때문에 조심 해야 하지만 도무지 예측되지 않는 날씨 덕분에 출발 전날 정도가 되어야 ‘그날’의 날씨가 괜찮을지를 그나마 짐작할 수 있다 보니 일찌감치 휴가를 내거나 일정을 비워 두어야 떠날 수 있는 박투어를 계획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문제는 날씨예보는 일기예보 사이트별로 다르고, 때로는 기상청의 정보를 사용하는 예보의 경우에도 앱에 따라서 기상청과 다르며, 심지어 기상청도 시시각각 그날의 예보를 실시간 중계(?)하는 당황스런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날씨의 예측이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만큼 어려운 것이기도 한 셈인데… 요즘 뉴스를 보면 과학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슈퍼컴퓨터를 돌릴 전기료 예산도 없다고 하니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못한 정확도로 있으나 마나 한 예보가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최근 몇 년간은 소위 ‘날씨요정’(내가 나가는 날은 눈비도 안 오고, 심지어 다른 라이더들이 비를 맞은 날에도 나는 아슬아슬하게 비를 피하는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다)이라고 할 만한 라이더였다. 그래서 장마철에도 하늘을 한번 보고 ‘비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우비 하나도 챙기지 않고 나가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살살 날씨요정의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작년엔 폭우는 아니라도 간간히 비를 맞은 날들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 동안 잊고 있던 날씨의 중요성을 요새 심하게 실감하고 있다.
첫째, 우선 다양한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무엇보다 기상도를 면밀히 살펴본다. 예측 사이트별로 다른 일기예보는 혼란스럽기만 하기 때문에 기상도를 통해 기온, 바람의 방향, 주변날씨, 습도 등을 살펴서 그날의 날씨를 ‘셀프 기상대’가 되어 예측한다. 나를 책임지고 지켜줄 수 있는 건 결국 나 밖에 없으니까(나름 기상청보다 정확한 예측이 되더라).
둘째, 여벌의 옷가지를 챙겨간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는 양쪽의 새들백 중에 한쪽엔 ‘특이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를 넣어둔다. 폴라플리스 자켓이나 패딩조끼, 겨울용 여벌의 장갑, 핫팩 정도다. 겨울용 가죽자켓은 가죽이기는 해도 방수성이 좋은 가죽이라 폭우만 아니라면 굳이 우비를 입을 필요까지는 없고, 만약 예상 외의 폭우를 만나면 가까운 카페에서 쉬거나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옷을 덧입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해도, 하늘의 뜻은 내 기대와 다른 경우가 있다. 갑작스런 비를 만나는 경우에는 나름 다음과 같이 대응하곤 하는데 올해에는 이런 비상대응이 없었으면 싶다.
첫째, 심상치 않은 하늘과 강수량이 너무 많은 폭우가 아니면서, 목적지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해가 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지체하지 않고 강행군 한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목적지에서 멀지 않은 어정쩡한 거리에서 숙박을 하거나 휴식을 길게 취하면 그 투어는 망친다. 하지만, 해가 저물어가거나, 목적지와 거리가 제법 남은 상황에서 강풍과 폭우를 만난다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신속하게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비를 피하기에는 편의점도 좋고, 카페도 좋다. 하늘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다양한 숙박 앱(데일리*텔, 여기*때 등)에서 주변의 숙소들을 뒤져본다. 굳이 좋은 숙소는 필요 없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과 뜨듯한 방이면 충분하다(온돌이면 더 좋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이 중요한 이유는 늦겨울/초봄의 차가운 비를 바이크가 오래 맞으면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져서 배터리에 좋을 것이 없고, 일단 시트가 물을 머금어서 옷을 말려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별의 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모든 경우에 대비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나쁠 것 없다. 2024년 시즌에는 모든 라이더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비롯해서 도로의 온갖 위험에서 피하며 즐거움만 남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