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라이더들이 가진 많은 로망 중 하나는 바이크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게 아닐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이 생소할 것이다. 반도라고는 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하게 섬처럼 고립된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렇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기 때문이다.
스즈키 DR 650을 타고 러시아를 가로질러, 북한에 입국해서 DMZ를 지나 대한민국까지 여행한 라이더를 아는가? 그들은 뉴질랜드 라이더인 조앤 모건과 개러스 모건-이하 모건 부부-와 그의 친구들 데이브, 토니, 브랜든이다.
모건 부부는 2001년부터 바이크로 세계를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80년도부터 대한민국을 방문했던 조앤 덕에, 모건 부부는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여러 번 여행했다. 2006년에는 김치-키위 모터사이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바이크로 여행 하기도 했다. 개러스는 여행 당시, DMZ 주변을 바이크로 달리며 북한 쪽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호기심과 남북한의 분단 상황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든 것은 당연하다. 아마 그때부터 북한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지 않았을까? 그해부터 그들은 북한을 여행할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어려움을 딛고 2012년,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했다. 바이크를 타고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 공식 초대장을 받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탓에, 미스테리한 점이 많은 북한 여행기는 그 자체로도 아주 흥미롭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북한의 모습은 극단적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먹지 못해 깡마른 어린이들 아니면 각 맞춘 매스게임으로 지도자를 찬양하는 이미지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들이 본 것은 바닷가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춤을 추는 사람들, 보행자로 붐비는 인도와 스쿠터, 자전거, 차들이 함께 달리는 도로와 같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한국에서 만든 영상 인터뷰를 몇 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개러스 모건은 이렇게 답했다. ‘나처럼 평범한 외국인도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자기 나라이지만 이런 여행을 할 수 없을까요? 이게 제가 세상에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분단 이래 북한을 바이크로 여행하고, 개인 운송수단으로 DMZ를 넘어 남북한을 종단한 그 이례적인 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한 것만 같다.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은 아직도 첫 시도로 남아있다. 앞으로의 10년 동안 더 큰 변화를 끌어내려면 나는, 우리 개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하지 못한 질문을 마음속에 담은 채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