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륜차를 화물차와 버스, 특수차량, 건설기계 등 느리고 덩치가 커 사각지대가 넓은 대형 차량과 같은 차로를 통행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3년이 훌쩍 넘었지만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놓지 않아 애꿎은 라이더들만 오늘도 도로 위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륜차 운전자인 김모 씨 외 369명은 지난 2020년 10월 23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이륜차는 도로의 오른쪽 차로로 통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두 명이 더 추가돼 모두 372명의 이륜차 운전자가 이륜차 지정차로 위헌소송에 참가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차량의 통행 효율을 높이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제원과 성능에 따라 차로에 따라 통행할 수 있는 차종을 지정한 제도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통행할 수 있는 차로를 차종에 따라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로 구분하고 있다. 오른쪽 차로를 통행할 수 있는 차량은 왼쪽 차로를 통행할 수 없지만, 왼쪽 차로를 통행할 수 있는 차량은 오른쪽 차로도 통행할 수 있다. 왼쪽 차로는 차로를 반으로 나눠 1차로에 가까운 차로를 의미하며, 왼쪽 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로가 오른쪽 차로다. 다만 차로가 홀수인 경우에 가운데 차로는 왼쪽 차로가 아니라 오른쪽 차로다. 즉 4차로 도로에서 1‧2차로가 왼쪽 차로이며, 3‧4차로가 오른쪽 차로다. 3차로 도로에서는 1차로가 왼쪽 차로, 2‧3차로가 오른쪽 차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륜차는 차량 크기가 작고, 가속력이 좋고 속도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화물차와 버스, 특수차량, 건설기계 등 덩치가 크고 느린 대형 차량과 같이 오른쪽 차로를 주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지정차로 제도가 최초 도입된 1970년과 달리 대부분의 이륜차가 승용차의 교통흐름을 저해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륜차를 저속차량으로 간주해 일률적으로 오른쪽 차로로 주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원활한 교통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륜차가 대형차량으로 인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을 키운다. 또한 도로의 진출입로로 급격히 끼어드는 차량, 승객을 태우려고 급제동하는 택시로 인한 추돌 및 비접촉사고가 다수 발생한다는 점, 특히 끝 차로의 경우 주‧정차 차량과 적치물, 맨홀 뚜껑 등이 많아 사고 위험 발생 가능성 큰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한 경찰청이 발행한 ‘지정차로제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의 내용을 인용해 이륜차 운전자의 교통안전을 감안해 이륜차를 대형차량 등과 분리하는 방안 검토가 절실히 필요함을 주장했으며, 일본, 영국,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호주 등 이륜차가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해외사례를 함께 소개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경찰청은 이륜차 운전자들이 제기한 이륜차 지정차로 위헌 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해 이륜차는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고 치사율이 높아 모든 차로에서 이륜차의 통행을 허용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더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제기한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을 검토 끝에 회부하기로 2021년 1월 12일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회부 결정 이후 이해 관계 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검토하고 2021년 10월에는 국내 및 국외 연구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륜차 지정차로 위헌소송 사건 접수 이후 3년 2개월이 흘렀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정기간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게 되어 있으며, 이 기간을 초과할 경우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2년을 넘긴 사건의 경우 초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된다. 이륜차 지정차로 위헌소송과 같은 초 장기미제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사건 중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끝도 없이 늘어지는 상황에서 이륜차 운전자들이 먼저 칼을 뽑았다. 이륜차 지정차로 위헌소송을 대리하는 이호영 변호사는 조속한 공개변론 및 위헌결정을 위한 서명을 받아 이달 초에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제출해 헌제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