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1년 여름부터 2023년까지, 만 2년하고도 절반을 <치맛바람 휘날리며>의 필진으로 활동했다. 2024년 새로운 해의 시작에, 엠스토리에서 내 이름을 붙인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더는 단체의 이름 아래 퉁쳐지지 않는 기분은 후련함보다도 알몸이 된 듯한 부끄러움이 더 크다. 매달 인쇄되는 종이를 만든 나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바이크와 자동차의 다른 점은 공간감이다. 사방이 막힌 차는 별도의 공간으로 간주되지만, 벽이 없는 바이크는 다르다. 내가 풍경이 되어 풍경 속에 그대로 녹아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 매력에 따라오는 단점이라고 하면 개방감으로 인한 불안정성이다. 한번은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이크를 타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 절대 바이크를 타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라이더에게는 비나 눈보다도 거센 바람이 더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라이딩했던 곳은 그 무서웠던 기억과 장소가 늘 세트처럼 묶인다. 나한테는 고흥이 그렇다. 바로 옆 동네라 특별한 준비 없이 무작정 떠난 마실이었다. 그런데 순천에서 고흥에 들어가자마자 바닷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나로호가 발사되었던 장소인 나로우주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을 땐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다.

내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날씨 확인이다. 비 소식이 있는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은 어떤지 보는 건 기본적이다. 여기까지는 라이더가 아닌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것에 더해 꼭 확인하는 것이 풍속이다. 풍속은 m/s로 표기되는데, 풍속을 확인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는 ‘보퍼트 계급’을 확인하면 보다 직관적이다. 보퍼트 풍력 계급은 풍속에 따른 풍력을 나타낸 것으로 풍속 고요(0.5m/s 이하)에서부터, 실바람(1.5m/s 이하), 남실바람(3.2m/s 이하), 산들바람(5.4m/s 이하), 건들바람(7.9m/s 이하), 흔들바람(10.7m/s 이하), 된바람(13.8m/s 이하), 센바람(17.1m/s 이하), 큰바람(20.7m/s 이하), 큰센바람(24.4m/s 이하), 노대바람(28.4m/s 이하), 왕바람(32.6m/s 이하), 싹쓸바람(풍속 32.7m/s 초과) 등 13계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보퍼트 계급에서 표현하는 단어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에만 기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본인만의 풍력 기준을 만드는 게 슬기로운 라이딩 생활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이다. 보포트 계급에서 산들바람의 기준이 3.3m/s ~ 5.4m/s인데, 나의 경우에는 5m/s만 되어도 장거리 라이딩은 꺼려진다.
체감온도 계산법

체감온도 = 13.12 + 0.6215Ta - 11.37 V0.16 + 0.3965 V0.16Ta
* T : 기온(°C), V : 10분 평균 풍속(km/h)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직접 할 필요는 없고, 간편하게 날씨 앱에 나오는 체감온도를 확인하거나 기상청 홈페이지에 있는 체감온도 계산기를 이용하면 된다.
지난 2023년 12월 26일 기준 풍속은 3m/s, 기온은 영상인 2°C이지만 체감온도는 -1°C이다. 남도 기준으로는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평범한 날씨다. 평소처럼 헬멧을 들고 집을 나서야겠다. 내일의 풍속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