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은 이륜차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였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호황을 맞았던 이륜차 산업은 올해 배달 시장 위축과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륜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는 이륜차 소음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이륜차 산업계가 일년내내 시달리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고시한데 이어 올해는 제작 및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현행 최대 105dB이하 에서 최대 95dB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규제하기 위해 이동소음 고시를 제정하는 움직임을 보여 이륜차 산업계 및 라이더와 갈등을 빚었다.
나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륜차 정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이 신설되는 등 이륜차도 차츰 제도권에 편입되어 정부의 규제의 대상이 아닌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점차 지위가 바뀌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이륜차 분야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환경부 제작·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 추진
환경부는 지난 2023년 2월 9일 제작·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배기량 80cc 이하 102dB 이하, 배기량 80cc 초과 105db 이하인 제작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과 105dB 이하인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배기량 80cc 이하 86dB, 배기량 175cc 이하 88dB 이하, 배기량 175cc 초과 95dB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는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의 강력한 반발에 환경부는 뒤늦게 이륜차 라이더와 이륜차 정비 업계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설득에 나서는 등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들의 강력한 대응에 결국 환경부가 무릎을 꿇었다.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의 목소리를 수용해 환경부에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를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5dB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에 혼란
2022년 개정된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륜차 산업계와 라이더들이 혼란에 빠졌다. 2023년 7월 1일부터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이 기존 105dB과 제작 이륜차 배기소음 결과 값에 5dB을 더한 값 중 더 강한 기준을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으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행규칙 시행 이후 최초 사용신고된 이륜차부터 강화된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이 적용되지만, 기존에 사용신고된 이륜차의 경우에도 구조변경을 할 경우에는 +5dB 배기소음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환경부는 이륜차 소음정보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소유한 이륜차에 적용되는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시스템 오픈 초기에는 상당수의 차량이 배기소음 허용기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혼란이 빚어졌다. 또한 일부 차량의 경우 이륜차 소음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제작 이륜차 배기소음 결과 값이 공회전 소음보다 더 낮아 비정상적으로 배기소음 결과 값이 낮게 등록된 사례가 속속 발견되는 등 현장에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가 지속되자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수입사의 신청을 받아 제작 이륜차 배기소음 인증 값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의 경우 재측정해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자체 95dB 초과 이륜차 이동소음 규제 도입에 라이더 반발
환경부가 지난 2022년 11월 2일부터 배기소음 95dB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이동소음 규제지역 지정 고시를 통해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근거가 마련됐다. 2023년 초부터 경기도 광명시를 시작으로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륜차 소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속속 이동소음 규제지역 지정 고시를 지정하기 시작해 이륜차 운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나섰다. 특히 지자체가 고시로 지정하는 이동소음 규제지역은 지자체마다 규제지역과 규제대상을 각기 다르게 정할 수 있어 이륜차 운전자들이 규제내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우며, 현행 운행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보다 규제 기준이 낮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이륜차 운전자 단체인 앵그리라이더는 전국 최초로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를 규제하는 이동소음 고시를 시행한 광명시를 상대로 이동소음 규제지역 지정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광명시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소송에 굴복해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를 이동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95dB 초과 이륜차를 규제하기 위한 이동소음 규제지역 지정 고시 제정 움직임이 위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가 지난 11월 16일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의 심야 시간 운행을 제한하는 이동소음원 규제지역 고시를 행정예고해 갈등이 재점화됐다. 특히 종로구는 이륜차 명소로 유명한 북악스카이웨이를 이동소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의 경우 심야시간대에 이곳을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종로구에 이어 경기 부천시도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를 행정예고하는 등 2024년에도 이동소음원으로 인한 지자체와 라이더 간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제작이륜차 인증 고시 강화 추진에 이륜차 업계 우려
환경부가 지난 2023년 1월 16일 개별수입 이륜차에 대한 인증생략 혜택 차량 대수 축소 및 제작 이륜차 인증시험 대수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하 제작차 인증 고시)’를 행정예고해 논란이 일었다. 수입 이륜차 업계가 환경부의 이번 고시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개별수입 방식으로는 사업을 영위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수입 이륜차 업계가 이번 고시 개정안에 대해 크게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인증비용 상승과 환경인증 소요시간 증가 등이다. 이외에도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차량 수입 및 금융비용, 창고사용료를 비롯한 기타 부대비용 등의 증가로 인한 자금경색 등의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입 이륜차 업계는 이번 고시 개정안에 대해 최소통관 대수 및 시험검사 대수 축소, 인증생략 대수 확대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을 환경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륜차 정비기능사 국가기술자격 신설
이륜차 정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이 지난 2023년 11월 14일 신설됐다. 그동안 이륜차 정비는 국가기술자격이 없고 정비업에 대한 자격 기준이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륜차 정비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륜차 정비에 관한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인정받기 어려웠다. 또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전무해도 정비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량 정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어 왔다.
이륜차 정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이 신설되면 그동안 기술력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이륜차 정비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일정한 자격과 시설, 장비를 갖춘 사업자만이 정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비에 대한 신뢰도 향상 및 정비품질 개선, 무자격 업체 난립 방지, 우수한 정비 인력 양성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륜차 정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이 도입됨애 따라 이륜차 정비업에 대한 자격 기준도 새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이륜차 시장
배달 이륜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고물가 등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2023년 이륜차 시장은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건수는 5만3752건으로 2022년 상반기 7만1519건과 비교해 25% 가까이 최초 사용신고 건수가 줄었다. 2023년 3분기 최초 사용신고 건수는 8만4949건이다.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상용 이륜차 시장이다. 국내 상용 이륜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이자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연간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인 PCX 125 시리즈(ABS 및 CBS 포함)도 배달 이륜차 시장 축소의 영향을 피하지 못 했다. 2022년 상반기 1만5963건이 최초 사용신고된 PCX 125 시리즈는 2023년 상반기 8518건에 그쳤다. 이륜차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자 일부 이륜차 수입사는 1000만원대의 파격적인 할인까지 내세워 이륜차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붕괴 위기에 내몰린 전기이륜차
가성비로 주목을 받으며 급격하게 성장했던 이륜차 시장이 보조금 축소와 급격한 원가 상승에 된서리를 맞았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올해 3분기까지 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건수에 따르면 8만4949건이 최초 사용신고 됐다. 이 가운데 전기이륜차는 6300여건으로 전체 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건수의 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이륜차의 단점인 충전 시간을 해결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대응 모델은 1800여대로 보급이 저조했다. 4분기가 전통적인 이륜차 비수기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전기이륜차 최초 사용신고 대수가 1만대에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전기이륜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덕분이다. 그러나 영세한 전기이륜차 업체의 도산 등으로 인한 AS 문제와 중국산 논란, 배터리 안전성 문제 등이 불거졌고,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반면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총액으로는 증가했지만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전기이륜차 보급사업 초기에 저렴한 가격과 쓸만한 성능으로 인기를 얻었던 경형 전기이륜차는 보조금 축소로 시장에서 거의 퇴출됐다.
이륜차 안전도 정기검사 제도 도입
이륜차 안전도 검사 제도의 시행을 담은 자동차관리법이 지난 2023년 9월 14일 공포됐다. 안전도 검사는 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 구조와 장치 등이 적합한지 등을 확인하는 검사로 차량의 조향계통과 주행계통, 제동계통, 등화장치, 계기계통, 원동기 및 센서 등 차량이 안전운행에 적합한 상태인지를 확인해 차량 이상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다. 새로 도입되는 이륜차 안전도 검사는 사용검사와 정기검사, 튜닝검사, 임시검사 등 네 가지다. 국토부는 우선 배기량 260cc 초과 대형이륜차부터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행은 2025년 3월 15일부터다.
중·소형 이륜차 기준 배기량 100cc에서 125cc로 상향될까?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3년 8월 8일 중‧소형 이륜차를 구분하는 기준 배기량을 100cc 초과에서 125cc 초과로 변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배기량 100cc 이하를 소형 이륜차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배기량 125cc 이하도 소형 이륜차로 분류된다. 특히 중·소형 이륜차 구분 기준 배기량이 변경될 경우 이륜차 보험 차량 분류 기준도 변경될 수 있다. 배기량 50cc 미만 소형A, 50cc 이상 100cc 이하 소형B, 100cc 초과 260cc 이하 중형, 260cc 초과 대형으로 구분하고 유형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125cc 이하 이륜차가 소형으로 분류되면 이륜차 보험에서도 125cc 이하가 소형B로 분류돼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하겠다더니… 충전 인프라 관련 예산은 거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