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문화의 확산으로 배달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이륜차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륜차 판매량이 증가세라곤 하지만 이륜차 제조사와 수입사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내년부터는 유로 5 인증을 받은 이륜차만 판매할 수 있지만 인증을 받은 차량이 극소수에 불과해 판매할 수 있는 이륜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이륜차 배출가스 신규인증 또는 변경인증을 받은 건수는 국내 제작사 15건, 수입 제작사 47건으로 총 62건이다. 이 가운데 29건은 유로 5 배출가스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전기이륜차이며, 나머지 33건만 내연기관 이륜차다. 지난해 이륜차 배출가스 인증 건수가 109건(전기이륜차 13건 포함), 2018년 169건(전기이륜차 2건 포함)이다. 올해처럼 배출허용 기준이 유로 3에서 유로 4로 강화되기 직전인 2017년 153건(전기이륜차 3건 포함) 비교해도 인증 받은 건수가 유난히 적은 편이다.
내년부터는 제조·수입사가 이륜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올해까지는 지난해에 유로 4 배출허용 기준으로 인증 받은 이륜차도 판매할 수 있지만 신규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한 이륜차만 판매할 수 있다. 단 제조·수입사가 아닌 대리점 등이 보유한 유로 4 인증 이륜차 재고는 내년에도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으로 인증 받은 건수가 8월까지 33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인증 받은 이륜차도 모두 배기량 260cc를 초과하는 대형이륜차로 사용신고 된 이륜차의 90%를 차지하는 중·소형 이륜차는 한 건도 인증 받지 못 했다. 개별수입 이륜차 업계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한 이륜차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을 수입해야 팔 수 있는데 지금은 유로 5와 OBD2를 만족하는 차량을 찾을 수가 없다. 드물게 있더라도 가격대가 너무 높아 팔리지도 않을 모델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올해 이륜차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차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국내 이륜차 산업이 성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륜차 배출허용 기준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유럽과 같은 속도로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을 요구하는 국가가 유럽연합과 우리나라 정도에 불과하다. 글로벌 이륜차 제조사들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유로 5 대응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대중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차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륜차 제조 강국인 일본만 하더라도 신차의 경우 2020년 12월부터 유로 5를 적용하며, 기존에 유로 4로 인증 받은 차량은 2022 10월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다소 넉넉히 주고 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이륜차 제조사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유로 5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신차 개발 및 기존 차량 업데이트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이륜차산업협회(ACEM)은 지난 5월과 8월에 유럽연합에 유로 4로 인증 받은 이륜차의 판매 기한 연장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륜차 업계는 정부가 유로 5 배출허용 기준 유예 또는 유로 4 인증 이륜차 판매 기간 연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륜차 업계가 장기적인 침체를 겪어 왔는데 올해 잠깐 판매량이 증가한 것만을 이유로 내년에 예상되는 이륜차 업계의 차량 수급난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