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은 인간을 강하게 만들까, 연약하게 만들까? 나는 4년 전, 바이크를 타던 중 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3개의 뼈는 여러 조각으로 골절된 분쇄골절, 1개의 뼈는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는 개방성 골절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뼈를 곧바로 제 위치 하지 않으면 감염의 위험이 있기에, 사고가 일어난 직후 해당 부위의 긴급 수술을 받고, 그 이후로도 뼈의 위치를 조정하고 고정하는 수술을 매주 간격으로 4번 더 받았다. 수술이 끝나면 회복되기도 전에 새로운 수술 준비가 시작되었다. 수술 전후의 금식이나 마취, 주의 사항 등에는 익숙해져도 이동하는 이동식 침대에서 몽롱하게 깬 뒤 마취가 풀려 느껴지는 고통의 감각은 매번 새로웠다. 무자비로 덮쳐오는 고통에 할 수 있는 거라곤 목 놓아 소리 지르고 우는 게 전부였다. 감각은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했고, 그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프리 다이버 키키 보시는 고통을 치료하는 도구로써 고통을 사용한다. 그녀는 영하의 날씨에 얼음 아래로 잠수한다. 몇 년 전, 그는 과거에 당했던 성폭력을 감당하기 어려워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에서 그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추위 속으로 몸을 내던진다. 뇌의 모든 통증 수용기가 최대로 가동되는 극한의 추위는 인간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실제로 그는 물속에서 의식을 잃어 죽을뻔한 적이 있음에도 다시 외투를 벗고, 얼음 부스러기를 손으로 그러모아 몸에 시작을 알리고, 천천히 물속으로 잠수한다. 그의 잠수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몸을 마비시키듯이 얼렸던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고통은 이어진다. 언 몸을 녹이며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신체적인 고통이 끝나고 이제는 정신적인 고통이 몰려온다. 그녀가 느꼈던 수치와 분노가 재생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더는 같은 고통이 아닐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은 감정적인 고통과도 관련이 있어요. 고통이 몸을 떠날 때가 늘 더 괴롭죠.” 그녀가 용기를 내어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고 스스로 마음을 열었을 때, 그녀의 마음 상처는 치유되고 흉터도 옅어진다. 고통은 비자발적인 고통과 자발적인 고통으로 나눌 수 있다. 키키처럼 비자발적인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자발적인 고통으로 스스로를 떠밀고 그렇게 얻은 주도권으로 삶이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19살 때 이륜차를 타다가 차에 치인 에이미에게 의사는 다시는 걷지도, 달리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로 왼쪽 다리의 무릎부터 아래가 으스러졌고 45번의 수술 끝에 다리를 절단했다. 언젠가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던, 경찰이 되고 싶었고, 군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에이미의 꿈은 차에 치인 그날 모두 빼앗겼다. 하지만 사고 덕에 에이미는 본인이 인내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을 계속 밀어붙여서 한계에 도전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고통스럽다고 악명 높은 마라톤 데 사블레, 모래의 마라톤에 도전했다. 사하라 사막 251km를 6일간 달리는 이 울트라 마라톤에서 모든 선수들은 자급자족해야 한다. 매일 아침 함께 출발하는 낙타가 당신을 앞지르는 순간 탈락이다. 에이미는 언제든지 낙타가 자신을 지나쳐서 꼴찌가 될까 봐 두렵다. 실패는 늘 등 쪽에 버티고 서있다. 낙타는 어쩌면 포기하고 싶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륜차 사고 이후, 내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서 생활했던 때 의사에게 ‘언제 걸을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혹시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무서워 엉엉 울었다. 그리고 한 달 뒤, 검진을 받으러 갈 때 다시 걸을 수 있기는 한 건지 물어보고 싶지만,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들을까 봐 무섭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다. 친구는 ‘그러면 언제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되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요?’라고 묻고 우리는 잠시 서로의 눈을 쳐다보다 깔깔 웃었다. 나는 휠체어, 워커, 목발, 지팡이를 거쳐 두 다리로만 걷게 되었다. 절뚝거리는 걸음이어도 어디든지 두 다리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2년이 더 지나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균형 있게 걷게 되었고, 지금 나는 폴댄스를 춘다. 한계를 정하는 것도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모두 나의 몫이다. 뼈가 부러졌다가 붙게 되면, 그 부분은 더 단단해져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고통을 이기고 얻은 강함은 쉽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