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우 여행사진 작가와 함께하는 여행기] 타임슬립한 듯, 과거로 떠나는 여행… 일본 교토와 게이샤 -1-

M스토리 입력 2023.09.27 11:33 조회수 2,680 0 프린트
 

21세기 들어 더욱 더 ‘스마트’해진 세상. 그러나 21세기의 여행자는 지난 세기의 여행자보다 불행해진 듯하다. 전 세계에 분 스마트 바람은 그 수많은 긍정적인 변화와 동시에 획일화라는 부정적인 변화도 갖고 왔으니…. 여행자를 들뜨게 하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던 그 많던 신화와 전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아쉽게도 스마트함과 두근거림은 반비례하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런 스마트한 세상일수록 스마트하지 않기에 더 빛을 발하는 존재들이 있다.

동양에서 탄생한 첫 월드스타
 
이웃나라 일본의 심벌 중 하나인 ‘게이샤’가 바로 그런 존재일 터. 지난 세기 과거의 추억으로 잊혀질 뻔했던 그녀들의 존재가치가 21세기 들어 다시 빛나고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게이샤의 본거지였던 교토는 ‘스마트하지 않은 매력’으로 각광받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준다. 새하얀 얼굴에 도드라진 빨간 입술,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앙증맞은 접이식 우산을 든채 새침하게 웃고 있는 모습. 누구나 엽서나 책자 등을 통해 한 번쯤은 봤을 게이샤의 이미지는 낯설지 않다.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에서부터 심지어 <나비 부인> 같은 오페라까지. 일찍이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매혹된 서양인들은 숱한 대중문화에 그네들의 상상력을 보탠 게이샤의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어쩌면 그녀들은 동양에서 탄생한 첫 월드스타였던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게이샤를 실제로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막연히 일본 교토에 가면 게이샤를 볼 수 있겠거니 기대하지만 진짜 게이샤는 길거리에서조차 마주치기 어렵다. 메이지 시대에는 교토에만 천 명이 넘는 게이샤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현재는 그 수가 200명이 채 안 되기 때문. 그래서 교토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진짜 게이샤를 발견하는 것은 교토 여행의 가장 큰 행운이다. 교토에서 게이샤를 마주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기온’. 게이샤들이 공연을 하고 술자리 시중을 드는 가게인 ‘오차야’가 가장 많이 밀집해있는 지역인 기온은 가장 대중적인 관광명소임과 동시에 여전히 수많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가장 신비로운 장소다.

게이코와 마이코
교토 사람들이 게이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에게 잊지 않고 해주는 언질이 하나 있다. 교토에서는 게이샤를 게이코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 원래 게이샤는 예술을 뜻하는 ‘芸(게이)’와 ‘者(사람)’를 합친 말로 실제로 ‘예술하는 사람’을 뜻한다. 교토에서는 ‘者’ 대신 ‘子’를 붙이는데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거쳐 달인 수준의 예술 소양을 갖춰야 ‘子’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게이코(芸子)’가 되기 전의 수련생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마이코(舞妓)’라 부른다. 마이코가 되고 싶은 소녀는 중학교까지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으며 지망생들은 ‘오키야’라는 기숙사에서 ‘넨키’라는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약 1년 동안의 이 기간 동안 가족의 면회도, 하루의 휴일도 없이 엄격한 수련을 거쳐야 하는데 그 혹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어디 수련 뿐이겠으랴. 마이코가 되기 위해서는 높이가 10cm가 되는 ‘오코보’라는 나막신을 신느라 발가락이 부르트고, 특유의 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목침을 베고 자느라 정수리가 벗겨지고, 한 여름에도 20kg에 육박하는 기모노를 입고 다녀야 하는 불편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힘든 넨키 과정을 거쳐야 마이코가 되고 약 5년 정도가 지나면 비로소 게이코가 되는데 게이코가 되면 금전적으로나 명예적으로 큰 보상이 따른다고.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게이샤의 세계를 이 스마트한 시대에 누가 지망하겠냐 싶지만 천만의 말씀! 195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지난 세기 말 명맥이 끊어질 뻔한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지망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교토 출신의 경제학자 니시오 구미코가 지은 <교토 하나마치 경영학>이라는 책에 따르면 2004년에 불과 58명인 마이코의 수가 5년이 지난 2009년에는 약 77명으로 늘었는데 이 추세는 점점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단다. “게이샤가 되고 싶다”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오키야를 찾은 중학생 소녀부터 심지어 가정주부까지 있다고 한다. 마이코가 등장하는 영화나 CF까지 등장하면서 생긴 일종의 ‘팬덤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세태에 비례하지 않는 흐름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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