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륜차나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고라니, 고양이, 너구리, 개 등 야생동물이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와 발생하는 ‘동물 찾길 사고’(이하 로드킬) 사고가 급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도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 건수는 2015년 1만1633건에서 2019년 1만7502건으로 50.5% 증가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015년 2545건에서 2019년 1866건으로 26.7% 감소했다. 이륜차가 통행할 수 없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감소했지만 국도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도에서 라이딩의 즐기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는 모두 7만1999건으로 충청이 3만300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원도가 5402건으로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도로연장 대비 로드킬 건수를 살펴보면 충청지역이 1km당 13.8건으로 평균 1km당 6건의 두 배가 넘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킬 사고를 가장 많이 당한 동물은 고라니로 4만2748마리로 전체 로드킬 사고의 59.4%에 달했다. 뒤를 이어 고양이 1만5717마리, 너구리 5617마리, 개 3737마리, 멧돼지 387마리 등으로 조사됐다.
국립생태원에서 로드킬 다발 구역을 분석한 결과 전국 로드킬 상위 50구간이 모두 국도로 나타났으며 충남, 충북 등 충청지역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킬 상위 50개 구간이 가장 많은 지역은 충남으로 모두 15구간에 달했다. 뒤를 이어 충북과 경북이 각각 8 구간, 경기가 7구간, 전북 4구간, 전남 2구간, 강원 3구간, 경남 2구간, 세종 1구간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 건수는 1만7502건으로 봄과 가을철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244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5월 2827건, 10월 1714건, 4월 1609건, 11월 1408건, 7월 1351건, 9월 1288건, 8월 1213건, 1월 1008건, 3월 907건, 2월 885건 12월 844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로드킬 사고는 야생동물의 피해는 물론 교통사고 사망사고와 2차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라이더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다. 가령 야생동물을 피하기 위한 급작스러운 감속이나 급격한 방향 전환 등으로 바이크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도로 밖으로 밀려나거나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동차보다 차체가 작고 가벼운 이륜차는 고라니나 멧돼지와 같이 크기가 큰 야생동물과 부딪힐 상상 이상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이륜차가 파손되더라도 야생동물에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자비로 수리 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로드킬 사고 다발 구간에 야생동물의 도로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유도울타리를 설치하고 유도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지역은 야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표지판을 설치해 로드킬 사고 다발 구간임을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네배게이션 업체와 로드킬 사고 다발 구간의 위치 정보를 공유해 운전자에게 음성 안내 및 주의표시를 표출할 계획이다.
야생동물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주의도 매우 중요하다. 로드킬은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야간에 위험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야간에 산악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야간 주행을 해야한다면 주행 속도를 줄여야 갑자기 뛰어드는 야생동물을 피하거나 로드킬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야생동물 출몰지역 표지판이 보인다면 반드시 서행해야 한다. 만약 멀리서 야생동물을 발견했다면 속도를 줄이면서 경적을 울려 야생동물이 도로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야생동물을 피하기 위해 급격히 방향전환을 하거나 브레이크를 잡는 것도 피해야 한다. 도로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연재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물류증가, 이동편의 등을 위한 교통량 확대로 로드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로드킬 사고 저감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서 야생동물과 인명사고가 대폭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