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펜하이머

M스토리 입력 2023.09.01 16:41 조회수 2,315 0 프린트
 

「테넷」,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메멘토」등 스크린 너머로 또 다른 세계를 매번 선보이는 거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는 퓰리처상 수상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American Prometheus: The Triumph and Tragedy of J. Robert Oppenheimer)』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 사건, 천재들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쳤다. 제우스가 불은 신들만 다뤄야 한다며 인간들로부터 불을 빼앗아버린 후, 인간들은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것을 불쌍히 여긴 프로메테우스는 천상의 불을 훔쳐 지상의 인간에게 전해주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와 기술을 가르쳐 문명의 꽃을 피우게 한 신이 바로 프로메테우스다. 그러나 이 일을 알게 된 제우스가 복수를 강행하여 프로메테우스를 숭배한 인간들에게 온갖 재앙과 질병을 쏟아부어 괴롭혔고, 프로메테우스 조차 코카서스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들에게 그의 간을 쪼아먹게 하고 밤사이에 다시 회복되어 끝없는 고통을 안겨 주게된다. 오펜하이머가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정치 세력에 가담하고 훗날 대립하게 된 것, 원자폭탄의 개발에 기여해 인류의 손에 쥐어준 것 결국 징벌을 받아 끝없는 내적 고뇌에 시달리는 그의 삶 모두를 “프로메테우스”라는 한 단어로 은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3가지 시간대로 바라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풀컬러로 표현되며 오펜하이머의 대학시절에서 시작하여 맨하튼 프로젝트의 에피소드 과정과 마지막 트리니티 실험의 성공 및 일본에 투척할 2개의 원자 폭탄을 실은 트럭이 떠나가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시간대이다. 
 
 
두 번째는 1954년, 핵분열로 지칭되며 빛바랜 컬러로 진행되는 다소 토사구팽으로 보일 수 있는 국가 보안 승인 심사에 대한 오펜하이머 청문회이다.
 
 
세 번째는 1959년, 핵융합으로 지칭되며 흑백으로 표현되는 스트로스의 미국무부 상무장관 심사 청문회이며 오펜하이머 청문회와 대척점이 된다.

오펜하이머의 학벌 위주의 신분 차별주의에서 비롯된 스트로스의 공개적 모욕, 아인슈타인의 맨하튼 프로젝트 배제, 진과 연애 등과 함께 부인인 키티 오펜하이머의 이정표이자 촌철살인 같은 대사가 관전 포인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1963년 오펜하이머가 엔리코 페르미 상을 받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만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호수 옆에서 바람에 의해 날아간 아인슈타인의 모자를 오펜하이머가 주워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점은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원폭 투하 완료 후 미국의 영웅이 된 오펜하이머가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된 상황에서 아인슈타인이 축하의 말을 건넨다. 오펜하이머가 핵폭탄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받았더라도 그 성과에 대한 이룸, 검증, 판단은 같은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된 것이며, 그로 인해 메달을 받을 것이고 연설도 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그 상을 수여하는 자들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난다. 떠나는 아인슈타인을 보며 “연쇄적 파멸은 시작되었다”고 오펜하이머는 말한다.
 
 
신발 구르는 소리, 함성, 함성보다 더 큰 소리로 들리는 침묵, 원폭 위협을 알려주는 섬광,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장면 이후 폭풍처럼 몰아쳐 오는 굉음 등은 정말 놀라운 연출이다. 오펜하이머의 심리 묘사와 대사 속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구성은 정말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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