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막바지 여름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떠나는 여수 투어

M스토리 입력 2023.09.01 15:47 조회수 4,260 0 프린트
 

그토록 뜨겁던 한여름도 이제는 한풀 꺾이고, 라이딩에 최적인 가을이 드디어 다가왔다. 올여름은 지금까지 라이딩을 하면서몇 안 되는 최악의 여름 날씨였던 것 같다. 보통 여름이라도 나는 한 달에 2000km 내외는 타곤 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하루종일 덥고 습하고 햇빛까지 강해 몸이 타들어 가는데다가 절절 끓는 할리의 엔진을 껴안고서 뜨거운 아스팔트로 덮인 막히는 서울 강남을 통과할 자신이 없어서 한 달에 1000km 정도밖에 타지 못했다.
암튼, 그런 강렬한 여름도 이제 가고 아침저녁은 선선해서 얇은 긴팔 셔츠나 자켓을 챙겨 다녀야 하는 날씨가 됐다. 그것 말고도 지난 한 달은 망할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로 그토록 좋아하는 해산물을 마음 놓고 먹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난 달이기도 하다. 해산물을 조금이라도 안전할 때 먹어두자는 의미에서 이번 투어는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넘쳐나는 해산물 식도락의 도시 여수로 목적지를 정했다. 캐나다에 사는 오랜 친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광양으로 출장을 오는 것도 여수로 핸들을 돌리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이 친구 덕분에 광양에서 숙소가 해결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하기에 딱 좋았다.
 
이번 여정의 요약은 대략 이렇다. 첫날은 일단 아지트가 있는 목포까지 냅다 내려가서 푹 쉬고, 둘째 날 목포에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남해 바이크갤러리와 독일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다 친구의 숙소로 퇴근 시간에 맞춰 가서 친구의 차량으로 옮겨 타고 여수 오동도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광양으로 복귀해 뻗은 후, 셋째 날 아침에 느긋하게 서울로 복귀하는 여유 있는 코스다. 목포까지의 여정은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이번에는 새만금방조제는 건너뛰고, 영광백수해안도로만 거쳐서 내려오는 대략 440km, 8시간 정도의 코스를 선택했다. 둘째 날 목포에서 광양까지의 코스는 대략 300km, 5시간 내외의 라이딩 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무난한 루트로 정했다. 마지막 복귀일은 만사가 귀찮기도 하고 여독도 있어 380km 정도의 단거리 루트로 냅다 복귀하는 여정으로 잡았다.
 
 
목포까지의 여정은 지금까지 28편의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앞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제외하겠다. 마지막 날의 복귀 여정은 별다른 경유지를 선정하지 않고 빠르고 안전하게 복귀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에 설명하지 않고, 목포에서 광양까지의 여정과 여수에서의 추억에 대해서만 쓰고자 한다.
 
나는 여수를 자주 다닌 편이다. 서울 사람이라 경상권과 전라권 모두에 별다른 연고가 없지만, 여수는 예전 직장의 화학공장이 있는 곳이라 매년 몇 번씩 다녀오기도 했고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는 분들 덕에 맛집들이 많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여름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것이다.(무려 30년간 방류한다고 하니 바다가 빈틈없이 오염수 탄 물이 되겠지?) 비록, 우리나라까지 오염수가 도달하기에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고 오기에 당장은 직접적 영향은 덜 할 수 있겠지만, 자유분방하게 헤엄치는 생선들이야 언제든 우리 연안으로 와서 잡히기에 방류를 시작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무조건 큰 생선을 선호하기에 축적된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린 생선들에 비해서 그 영향을 더 받을 테니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덜 오염되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내 생각에 캐나다에서 온 친구도 의견이 일치되어, 다른 메뉴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해산물만 먹는 것으로 계획 완료.
 
목포에서 푹 자고, 아침은 목포에서 쫄복탕으로 든든히 해결하고 이제 출발이다. 목포에서 남도 투어를 떠날 때에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곤 한다. 여수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남해‧통영‧거제로 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여수에서 남해로 연결되는 도로가 없어서 다시 순천으로 올라가 광양을 거쳐서 남해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 여수만을 가든지, 아니면 남해를 거쳐서 통영‧거제를 지나 부산으로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무료 숙소(고마운 친구다)가 광양이기 때문에 남해 정도까지는 다녀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있었다. 남해도 여러 번 다녔지만 그동안은 독일마을만 주야장천 다녀오곤 했는데, 작년에 불현듯 ‘탈 것에 진심인 분’이 하시는 리조트에 기대 없이 들렸다가 할리데이비슨의 국내 최대 컬렉션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참 묘한 ‘탈 것’이다. 타면 탈수록, 뭔지 모를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인데, 할리는 기계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성능이 엄청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유지관리가 쉬운 것도 아닌데도 상당한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다. 아마도 이 리조트의 사장님도 그런 이유로 100여대가 넘는 할리데이비슨을 하나하나 모으시게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엘림마리나리조트 사장님의 컬렉션을 잘 살펴보면 바이크만 모으시는 것도 아니고 대형요트도 여러 대, 최고급 승용차도 여러 대인데, 이런 면에서 나는 이 사장님은 ‘탈 것’ 자체에 대해서 진심이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엘림마리나리조트에서 ‘탈 것’ 덕후 사장님의 엄청난 컬렉션에 넋을 놓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친구의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친구를 만나러 광양으로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남해까지 왔으니 77번 국도인 남해대로를 따라 상주은모래비치를 거쳐 19번 국도를 타고 이순신순국공원을 지나서 광양으로 들어왔다. 이 루트는 주변 경치도 좋지만, 차들이 많지 않아서 경치를 느긋하고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점이 좋다.
 
광양에 도착한 후에는 친구의 자동차로 옮겨 타고 냅다 여수로 넘어갔다. 친구도 바이크를 탄다면 좋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출장으로 한국에 오는 친구에게 바이크를 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여수는 여기저기 맛집들이 많지만 교포(?)인 친구에게는 절대 맛집 보다는 경치와 다양한 음식들의 구색이 갖춰진 식당이 좋을 것 같아서 오동도로 넘어가 지난 한 달 동안의 일들과 속 썩이는 내부 고객(?)들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 시간을 만끽했다. 일본이 원전오염수 방류가 아닌 다른 해결책을 찾아서 다시 안전한 수산물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일본에 대한 욕을 한 사발씩 한 것은 물론이다.

들를만한 곳
 
삼일로식육식당(목포시 양을로 11)
고기의 품질이 좋아 목포에서도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식당이다. 생고기가 유명하지만 생삼겹살이 제주 흑돼지에 못지 않다.
 
 
조선쫄복탕(목포시 해안로 115)
쫄복을 손질해 갈아서 만드는 쫄복탕 전문이다. 쫄복은 작지만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복어라고 한다. 워낙 작아서 복어같이 보이지도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엘림마리나앤 리조트(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74-19)
요트와 바이크 매니아인 오너가 운영하는 요트 리조트다. 바이크 갤러리를 무료 개방하고 있는데, 할리데이비슨의 연대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백여대의 바이크가 기종별, 연도별로 전시돼 있고 관리 상태도 좋아 라이더라면 들려볼 만 하다.
 
 
남해 독일마을(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외)
독일교포들의 거주지로 이제 는 관광지가된 곳이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현지에서 본 듯한 분위기의 소품들이나 건물 양식들을 볼 수 있고 독일식 음식과 맥주 등을 맛보기에 좋다.
 
오동도(여수시 수정동산1-11)
작은섬으로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로 불렸다고 하는데 동백나무를 비롯해서 잘 조성된 산책로가 명물이다. 걸어가는 것을 추천하지만 코끼리열차도 운영하고 있으니 체력에 맞춰서 선택하면 된다.
 
 
쫑포금바우(여수시 이순신광장로 137-1)
종포해양공원 앞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주점이다. 나름 신선하고 푸짐하게 내어주는 집이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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