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악몽 같은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의 기억

M스토리 입력 2023.07.17 13:26 조회수 2,724 0 프린트
실수로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해 당황하던 중 겨우 갓길에 멈춰서니 이륜차 단속 표지가 보인다.

라이더에게 최악의 악몽 중 하나인 자동차 전용도로. 자동차 전용도로에 실수로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에선 강하게 ‘망했다.’는 생각 외엔 나지 않는다. 양옆으로는 차들이 시속 80~90km로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고, 나는 멈출 수도 계속 이동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태로 갓길을 향해 불안한 주행을 하게 된다. ‘들어와서는 안 되는 길’ 위에 있다는,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생각에 엄청난 곤란함과 두려움에 빠른 상황 판단이 어려워진다. 갓길이나 안전지대 위에 겨우겨우 멈춘 뒤 이미 안내를 멈춘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여기서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나 찾아보지만, 대부분의 경우 출구는 이미 지나쳤거나 한참 더 가야 나온다.

지도 앱을 새로 고치며 혼란해하다가, 정신을 붙잡고 112에 전화를 건다. 혹시나 누군가 신고했을 시 의도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온 게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 벌금을 피하고 나가는 길을 안내받기 위해서다. 전화를 걸고 나면 보통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나뉘는데, 얼마 정도 더 이동하면 출구가 나오니 혼자 알아서 갓길을 통해 이동하라는 지시 또는 현재 위치로 경찰이 출동하니 대기하라는 지시를 듣게 된다.

전자의 경우엔 갓길에서 바이크를 끌어 이동하라고 하기도 하고, 가장 아래 차선에서 조심하며(대체 쌩쌩 달리는 사륜차들 옆에서 조심하며 운전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궁금하다.) 이동해 가장 빠른 출구로 나가라고 한다. 일전에 한남대교 남단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잘못 진입했을 때는 정말 곤란했는데, 출구까지 약 2km로 정도 되는 오르막길을 내 몸무게의 세 배가 넘는 이륜차를 끌고 가야 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너무 힘들어서 지나가는 트럭에 히치하이크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한겨울에, 차가 씽 지나갈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위가 더해져도 오르막길에서 이륜차를 끌다 보면 헬멧이고 패딩이고 땀으로 축축히 젖어 다 벗어던지고 바이크도 내버려 두고 그저 이 도로 위에서 벗어나고만 싶어진다.

후자의 경우는 조금 나을 수도,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담당 경찰관이 배정되고 나면 전화가 걸려 오는데, 생전 처음 오는(심지어 이미 사륜차를 타고 몇 번 지나가 본 도로여도 당황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로 위에서 여기가 무슨 도로인지, 내가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아내서 경찰관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한다. 도로란 것은 양방향이니까, 무슨 행 도로 위인지도 말해야 한다. 아무리 핸드폰 위치 조회 서비스로 내가 서 있는 도로의 이름을 알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쪽으로 가는 길 위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 두서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표지판과 큰 건물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진이 쪽 빠진다. 그리고 경찰차가 올 때까지 또다시 기약 없이 도로 위에 맨몸으로 남겨져서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후 경찰에 정확한 내 위치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야간이라면 달리는 사륜차들이 나를 못 보고 실수로 갓길을 물고 달려서 나를 칠 수도 있으니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을 켜두고 바이크 앞에 서 있어야 한다. 그렇게 최소 10분, 최대 30분을 덩그러니 서서 기다리다 보면 경찰차가 도착한다. 어쩌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전화로 했던 말을 또 한 번 그대로 경찰분들께 말한 뒤, 경찰의 지시에 따라 겨우겨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때 상황과 사람에 따라 지시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장 정석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내가 저속으로 주행하고, 뒤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켠 뒤 따라오며 고속으로 달리는 다른 차량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다. 내가 경찰차 뒤를 따라가거나,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가까이에 있는 경우 경찰관의 안내를 따라 바이크를 끌고 함께 이동하기도 했다. 가끔은 전용도로를 벗어난 뒤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기도 했는데, 혹시나 있을 신고를 대비해 필요한 절차라고 한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 없이 다짜고짜 신분증을 요구해 벌금과 벌점을 물게 될까 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 112에 신고했을 경우 경찰관의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는다면 이때부터는 그저 몸의 힘듦을 넘어서서 정신까지 뒤흔들리게 된다. 친한 라이더 한 명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서 112에 전화를 하자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지금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것이 불법이니, 경찰이 출동하면 벌금과 벌점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그런데도 출동하길 바라냐는 말을 듣고 도저히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쌩쌩 달리는 사륜차들 옆에서 맨몸으로 전용도로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경찰의 대처가 아쉬운 수준이 아니라 넘어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용도로에 들어가는 실수를 처음 해 본 라이더라면, 아니 경험이 여러 번 있는 라이더라도 언제나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제발 대처 방법이 매뉴얼화 되어 혼란과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by. 채린
M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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