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첫 불법주행의 기억

M스토리 입력 2023.05.16 14:55 조회수 1,816 0 프린트
Photo by Gene Gallin on Unsplash

때는 2017년 5월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두 달여간의 동남아 여행에서 돌아와 잠시 전라도에서 지내다가 바이크를 사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있을 때였다.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원래 그렇게 산다.고 밖에 답할 수 없다. 어쨌거나 그랬다. 바이크를 사기 위해 서울에 왔고 바이크는 샀으나 면허는 살 수 없었기에 면허 연습이 한창이었다. 

바이크를 연습하던 곳은 미군 기지 앞의 공터였는데, 사실 그곳은 공터가 아니라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도로였다. 밤에는 그 도로를 이용하는 차가 거의 없어서 불법 주차를 하는 차들의 핫스팟이었다. 넓고 한적한 도로이니 나에게는 원동기 연습 핫스팟이기도 했다.

당시 나의 원동기 면허 선생님이던 친구 A는 나의 시티백을 타고 나는 그 뒤에 텐덤해서 연습장소로 이동하는것이 일상적이었지만, 그날은 무슨 이유인지 각자의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A는 그의 울프를 타고, 나는 내가 산 바이크를 타고 집에서 가까운 그 도로까지 갔다. 연습을 무사히 마치고 헬멧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친구가 저기 경찰차가 들어온다며 먼저 빨리 가라고 말했다. A는 헬멧을 쓰던 중이었고 나는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바로 슝 하고 경찰차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추격신을 찍는 것처럼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려면 지나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에 긴장했지만 무사히 집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다리가 풀렸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으로 제꿍을 했다. 머플러에 오른쪽 종아리를 데여 너무나 쓰라리고 아팠다. 

그러던 중 A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에요?”묻는 말에  “집이에요”라고 대답하니 “지금 갈게요.”라고 했다. 그리고 5분쯤 되었을까? 뒤에 A와 그의 울프는 경찰차를 대동한 채 집 앞으로 왔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지? A는 경찰들이 그 번호판이 없는 바이크가 일행이냐고 묻고, 일행이라 하니 어디로 갔냐고 전화해보라고 한듯싶었다. 그리고 A는 준법 시민답게 나에게 위치를 묻고 집 앞으로 온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좀 둘러대면 안 됐나..’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도망친 건 나고.. 무보험에 무번호판에 무면허.. 흔히 말해 3무를 저지른 것은 나이니 누구를 탓하랴.

경찰이 바이크의 차대번호와 소유자 등을 확인하고 보험 등록과 면허에 대해 질문했다. 나는 무면허 무보험 무등록 이렇게 범법 3가지 모두를 처분 받게 되었다. 경찰관은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냥 무번호판에 대해 얘기만 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도망친 게 괘씸해서 하나도 봐주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다시 한번) 잘못한 건 나지만 억울하고 속상했다. 괜히 도망쳤다는 후회와 머플러에 데여 쓰라린 다리를 느끼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잘못한 사람은 우는 거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로 꾹 참았던 눈물이 '앞으로 1년간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라는 말에 펑펑 쏟아져 나왔다. 경찰이 건네주는 서류에 사인과 지장을 찍었다. 며칠 후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 설명해 주었고 그 말대로 경찰서에서 출석하라는 전화가 왔다. 경찰서에 가니 의무보험 미가입 자동차 운행에 대한 범칙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해 주었고, 입금할 금액과 계좌번호가 적힌 증을 발급해 주었다. 보험 미가입에 대한 범칙금은 10만원 이었다. 경찰서 출석 얼마 뒤, 무면허 운행에 대한 범칙금은 따로 메일과 문자로 안내가 왔다. 금액은 최대치인 30만원이 나왔다. 그리고 무등록 자동차 운행에 대한 범칙금 서류가 이사하기 전 주소로 잘못 배달되어서 올해 1월에나 내야 할 벌금의 존재에 대해서 알았고, 약 3년 동안 쌓인 연체금까지 해서 63만 5천원의 벌금을 냈다. 총 103만 5천원의 벌금을 낸 것이다. 

억울하고 속상하단 얘기를 잔뜩 했지만 무면허, 무보험, 무등록 운전은 아주 위험하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보상해 주기가 어려우니 참으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그냥 연습만 한 것이 아니라 면허연습 장소에서 집까지 불법주행을 한 것이므로 더 위험도가 높은 일이었다. 면허 연습만 하러 가는 것이라도 혹은 가까운 곳에 가는 것이라도 절대 면허 없이 주행하면 안 된다. 그러면 본인의 바이크로 면허연습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면허증이 없더라도 보험 등록과 번호판 발급은 가능하다. 구입한 바이크를 등록하고 면허증이 있는 사람에게 바이크 운전을 부탁하면 된다. 본인은 뒤에 타거나 다른 방법으로 면허 연습 장소까지 이동하면 문제가 없다. 타인이 바이크를 운전하려면 보험 등록 시 운전자를 <누구나>로 등록하면 된다. 혹시 본인만 운전자로 등록했다면 타인이 바이크를 운전하기 24시간 전에 보험사에 연락하면 1일 단위로 운전자 범위 변경이 가능하다. 추가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짧은 기간이라면 몇천원 정도로 저렴하다. 

원래대로라면 2017년 5월부터 1년 동안 면허시험 응시를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혹시 조만간 다시 면허시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품었다. 왜냐면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취임을 기념으로 범죄자들이 사면을 받는 것이 일례 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경범죄 중에서도 특히 교통범죄가 그 대상이었다. 친구에게로부터 특별사면이 시행된다는데 혹시 너도 대상일 수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연락이 왔다. 주변에서는 ‘내 주위에 사면을 받은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신기해 했다. 

무면허 주행에 단속된 지 7개월 후 사면을 받아 다시 원동기 면허 시험을 보기 시작했고 총 13번의 시도 끝에 4개월이 지난 4월에나 원동기 면허에 합격하여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머플러에 데인 종아리는 2달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했고 아직까지도 검게 탄 흉터가 남았다.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았으니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여러분 무면허 주행은 하지 맙시다. 모두 안전하고 합법적인 라이딩 생활을 오래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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