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베트남 여행기 (6) 휴식의 도시 냐짱

M스토리 입력 2023.04.17 13:40 조회수 2,028 0 프린트
 

판랑의 다음 목적지로 냐짱을 택한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특성을 가진 판랑에 머무는 동안은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남쪽에서 천천히 북쪽으로 올라가던 중이었기에 냐짱이 가까이 있단 걸 확인하고는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다. 냐짱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견한 냐짱의 특이한 점은, 게스트 하우스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백패커의 비율이 적은 것이 이유인 듯 했다. 가장 깔끔해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로 예약하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여독을 푼 뒤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옆방에서 막 나온 한 여행자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로렌이었는데, 내일 아침 일찍 사이공으로 가야 하는데 핸드폰을 변기에 빠트려서 작동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곧 지도인 요즘 핸드폰 없이 핸드폰을 사러 가야 하는 그가 걱정되어 동행이 되어주기로 했다. 2시간가량 냐짱 거리를 헤매며 가까운 핸드폰 매장을 죄다 방문하고 그나마 예산에 맞는 갤럭시 핸드폰을 찾고 나서야 로렌은 안심한 얼굴로 짐을 싸러 갔고, 나는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영어가 통하는 곳으로 오고 싶다는 나의 욕망은 기대 이상으로 충족되었고 사실 남은 여행 기간 쓸 영어를 두 시간 동안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늦은 밤이라 영업 중인 음식점이 별로 없어서 그저 배를 채우는 것에 만족하며 국적을 알 수 없는 크레페 샌드위치를 먹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달랏에서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던 한국인 여행자를 다시 만났다. 그와 이야기하던 일본인 여행자 요스케에게 불을 빌리고 몇 마디를 나눈 뒤 다낭으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다시 요스케를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철판요리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뜨거운 철판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아서 돼지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베트남에서 볼 수 있는 돼지고기 덮밥은 한국의 돼지갈비 양념과 흡사해서 어디에서든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밥을 먹고 바로 수영을 하러 갈 요량으로 옷 안에 수영복을 입고 나왔는데 마침 그도 아직 냐짱의 바다를 보지 못했다며, 맥주를 한 캔씩 사서 함께 해변으로 갔다. 냐짱의 바다는 썩 깨끗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수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우리는 맥주를 몇 모금 마시고 바다에 뛰어들어 두어 번 헤엄을 치다가 다시 모래사장에 앉아서 이야기하기를 반복했다. 요스케는 야마하 바이크를 좋아하는 라이더로, 지금은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바이크도 처분하고 세계를 여행 중이었다. 

각자의 모국어를 하지 못해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둘 다 영어가 유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무척이나 말이 잘 통했다. 일본의 바이크 브랜드 특성과 서로의 바이크 취향, 그리고 올드바이크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얘기하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일의 계획에 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요스케가 냐짱 근교에 있는 i resort에 온천수 수영장과 진흙 목욕탕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함께 바이크를 빌려서 다녀오기로 했다. 주변에 바이크 렌트 샵이 보이지 않아 구글 지도에서  ‘Moto 4 Free’라는 바이크 렌트 샵을 발견하고 문자로 예약까지 마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예약한 바이크를 빌리러 가기 위해서 ‘Moto 4 free’에 갔는데 구글 지도가 대로변이 아닌 가정집들이 늘어선 골목으로 안내했다. 나처럼 이쪽이 아닌가 보다 하고 큰길로 가지 말고, 구글 지도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면 바이크 렌트 샵이 나올 것이다. 
 
 
바이크 렌트 샵의 사장님이 영어를 매우 잘하시고, 친절하셨으며, 오토바이 상태가 매우 좋은 데다가 서류가 구체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24시간 기준 한화 5,000원으로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다. 바이크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125cc 매뉴얼 혹은 스쿠터 중에 고를 수 있다고 했는데, 더 저렴한 매뉴얼로 선택해서 받은 바이크는 야마하의 스나이퍼 125로 아마 동남아시아 쪽에서만 발매되는 언더본 기종인 것 같았다. 요스케가 흔쾌히 운전석을 나에게 양보해서 요스케를 텐덤석에 태운 채로 내가 바이크를 운전하기로 했다. 이미 해가 뜬 지 몇 시간 지난 터라 아침이지만 한낮 같은 햇볕 아래 힘껏 스로틀을 당기며 i-resort로 향했다. 중간에 노점 커피숍에 멈추어 연유를 넣은 차가운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i-resort는 야외 수영장과 작은 워터파크, 그리고 진흙목욕을 할 수 있는 목욕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뜨끈한 물속에서 수영하는 기분이 묘했지만 물에 아무리 들어가 있어도 추워지지 않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영했다. 수영을 마치고, 배가고파올 때쯤 리조트를 나와 넴느엉을 먹으러 갔다. 숯불고기와 야채를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요리로 한국의 쌈과 비슷하다. 

냐짱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는 미식을 즐기고 수영을 하는 게 전부였다.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어디론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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