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수 시인의 문화 산책] 통합 건너 통일

M스토리 입력 2023.03.02 11:29 조회수 2,106 0 프린트
Photo by Rock Staar on Unsplash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는 전 국민,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다.

하지만 한동안 나는 <남북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하지 않는 편이 남북한 사람 모두에게 편안하고 좋을 것이라 진단했다. 아무리 한 집안 형제라지만 총칼로 심하게 다투고 나서 70년 세월 동안 담쌓고 살다가 가정살림을 합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유익할 것인가? 하는 의심도 들어서였다. 

누군가는 개성공단의 예를 들어가며 그런 나를 애써 설득하려고 했다. 통일을 하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양질의 인력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합쳐져 세계 최강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말로.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좀체 믿어지지 않았다. 70년을 자본주의를 부정하며 살아온 공산당 중심의 노동인력과 그에 못지않은 반공 교육을 받으며 발전을 이룩해온 기업 중심의 경제 자본과 과연 무리 없이 협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혹자는 또 독일의 경우를 들어 ‘통일비용을 미리 조성하면 통일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통일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 제대로 계산해본 것일까? 그리고 그 비용을 어떻게 누가 마련한다는 것일까? 

독일은 그래도 동·서독 간에 6.25와 같은 처절한 국민적 고난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통일 이후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과 정신적 갈등을 다분히 겪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얻은 게 진정 무엇인가?

33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들은 세계적 강대국으로 우뚝 섰는가? 

하지만 지난 해 말, 그런 내 생각을 대폭 조정할 수 있게 해준 행사가 있었다. 바로 아오마명상센터에서 개최한 <정신문명의 통합의 이해> 2022 송년특강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진행한 특강의 강연자는 인도의 사하이 박사(Dr. G.S. Sahay, 요긱헤리티지 연구소)였는데 그는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면 종교적으로 통합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마치 화살이 내 이마 정중앙에 날아와 딱 맞는 기분이었다.

정신문명의 통합을 위해서 그는 우선 <서로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통합의 가능성을 인도의 경우는 <인도정신>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이슬람과 무굴제국과 영국의 침략을 받아 천년이 넘게 타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인도정신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정신문명의 네 가지 요소를 역사, 철학, 종교, 관습이라 밝히고 사전에 서로 그것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고 실천방향도 제시해주었다. 그러한 이해 역시 스승과 신앙, 부모와 조상을 존경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특권이 인정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힘주어 설파했다. 왕자나 특권층이라 하여 부모 찬스에 의한 특권을 누린다면 존경을 받을 수 없고 사회적 통합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에 대해 잘 살펴서 먼저 정신적 명상에 대해 진력할 것을 제언했다. 곧 물질문명을 추구하는 것으로는 통합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확고한 지론이었던 것이다. 

가령 인도에 갔을 때 수행자의 긴 수염과 멋지게 잘 차려입은 의상을 보고 종교적 감동을 받을 것이 아니라 수행자의 정신적 진면목을 살펴 공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그와 관련하여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가 영국왕실의 초대를 받았을 때 그는 평소 입고 있던 허름한 옷차림 그대로 왕궁으로 갔다고 한다. 그러자 왕궁 경비병이 그의 옷차림을 보고 들여보내주지 않아 할 수 없이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정장을 차려입고 와서야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연으로 그는 이날 연회 만찬장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의 옷에다 마구 뿌려댔다는데, 사람들이 놀라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옷이 초대를 받았으니 옷이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일갈하여 왕실의 겉치레 격식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는 에피소드다.

이어 그는 어느 종교나 절제와 도덕적인 삶을 제1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듯이 <우리의 삶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느라 정신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끝으로 그는 『현대는 정신문명의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초점을 잃어버려서 그런 것이다. 본질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정신문명의 통합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 모든 종교가 선하게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지 않느냐. 다만 실천을 하지 않아서 위기로 보이는 것뿐이다.』라고 마무리했다.

결국 우리의 남북통일도 우리 국민 모두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듯 통합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 다만 이제부터 정신적 통합 그리하여 국가와 국민의 통일을 위한 실천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그 실천이 가능할까? 사하이 박사가 우리 앞에 미래를 향한 쉽지만 지난한 실기문제를 출제한 것만 같았다.

어느 나라나 자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씨앗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봄에 전 세계인의 평화와 만복을 기원해본다.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