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해>라 한다. 계묘년이 육십 간지의 40번째이고 계(癸)가 검은색을 의미한다 해서 그렇다는데, 의미야 어떻든 흰 토끼나 검은 토끼나 토끼는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남녀노소 모두 토끼를 좋아한다. 하지만 암수 구별이 쉽지 않다. 한때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한 쌍을 길러보았는데 새끼를 낳을 때 가서야 어느 게 암놈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토끼처럼 부부의 연을 맺고 사는 동물들은 암컷과 수컷의 생긴 모습이나 행동이 엇비슷하여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두루미나 비둘기, 펭귄 같은 조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사람도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그렇기도 하겠지만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서로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부부의 연을 맺고 산다하더라도 수컷의 겉모습이 화려한 동물은 <일부다처>가 많고 암컷의 겉모습이 화려한 동물은 <일처다부>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컷의 깃털이 화려한 청둥오리나 원앙은 <일부일처>로 일생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흥미로운 해석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보통 그렇게들 알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정설(불편한 진실)이다. DNA검사를 해보면 남편인 수컷의 핏줄은 고작 10%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그 증거란다. 부부로서 일생을 함께 살지만 암암리에 암수가 서로 외도를 하여 더 강인한 인자를 선택해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떤가? 물론 인류는 이성적이라 동물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국가가 일부일처제를 선택하여 일생을 함께 살도록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족도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오지(奧地)에 더러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도나 방식이야 어떻든 역시 건강하고 유능한 국민과 종족을 육성하자는 데는 목적이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유능하고 강인한 국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던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아니 둘도 많다고 해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며 철저히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제도로 인해 최근에는 대폭 인구감소라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나 둘만 낳아 너무 잘 기르려다보니 경제적으로나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로인해 상당수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현상까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여 그런 가정의 어른들은 그런 자식에게 아이를 안 낳아도 좋으니, 제발 결혼만이라도 하라고 애걸하는 시대가 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출산 거부나 비혼은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지역을 넘어 전국가적으로 인구감소로 이어져 지역과 국가의 존폐가 매우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급기야 각 지자체별로 출산과 육아에 따른 비용과 시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중앙정부에서도 올해부터는 0세 영아를 키우는 엄마에게 매월 70만원, 1세 아이의 엄마에겐 35만원 씩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까지 펼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출산과 육아를 위한 천문학적인 금전적 지원만으로 인구증가에 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젊은 세대가 출산거부와 비혼을 선언하는 마당에 출산이나 육아비용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해서 하는 말이다.
물론 금전 지원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이해하다시피 무엇보다도 먼저 부부가 건강할 때 안전하고 편안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 구축과 육아를 하면서도 사회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근무환경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육아휴직자가 13만 명을 돌파했다는 언론보도다. 3+3 부모육아휴직제에 따라 작년에 남자가 3만8천 명, 여자가 9만3천 명으로 전년보다 2만 명이 증가했는데, 특히 남자 휴직자가 3만7,885명으로 30.5%가 증가하여 전체 육아휴직자 중 28.9%나 된다고 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수도 1만9,466 명으로 전년에 비해 2,777 명(16.6%) 증가했다고 한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시기에 휴직을 해야 한다니, 참으로 엄청난 노동력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현재 근로자들이 원활히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아파트단지나 직장에서 점차 탁아와 육아, 유아원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지엽적이고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를 원활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관련 연구기관에서 이미 많은 연구를 하고 있겠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나도 누군가가 이미 생각해봤을 법한 제안을 하나 해본다.
가령 요즘 사관학교나 준사관학교에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음을 볼 때 여성들에게도 이젠 군사문화가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하여 남성들처럼 여성들에게도 선택적 복무 제도를 마련하여 전국적으로 각종 탁아 및 육아시설을 다양하게 설치하고 봉사단체와도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일정기간 복무 또는 봉사를 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남녀 모두에게 취업의 부담도 줄일 수 있고, 향후 복무자나 봉사자가 결혼을 할 경우에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실적만큼(또는 그 이상) 탁아와 육아를 경제적 또는 육체적 부담 없이 위탁할 수 있게 하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싶다.
미래에 우리가 행복하고 윤택하게 사는 길은 서로 협력하고 봉사하여 모두에게 가치 있고 유익한 공공의 방법을 찾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출산과 육아는 전 국민적 의무이며 국가 존립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국민의료보험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정착시킨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빛나는 실적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하루빨리 그런 유익한 방법을 찾아내야만 할 시점이다.
아이가 없는 가정, 국민이 없는 국가란 존립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