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륜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지정차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정차로제도는 도로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제원과 성능에 따라 차로별로 통행할 수 있는 차종을 지정한 제도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이륜차는 차량 크기와 특성이 다른 대형 저속 차량과 같이 오른쪽 차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륜차 사고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현실적으로 지정차로제를 준수하기 힘든 이륜차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법인 삼율의 이호영 대표변호사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자동차와 비교해 이륜차는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륜차에 대한 문제를 한마디로 하자면 차별이다. 바퀴 숫자나 주행 특성에 따라 자동차와 이륜차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륜차라는 것만으로 합리적인 이유나 근거 없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지킬 수 없는 지정차로제,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금지, 주차 거부 등 이륜차가 받는 차별은 심각하다. 이륜차 운전자가 차별받는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소수자라는 점일 것이다.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빠르게 개선된다. 그러나 이륜차는 교통수단 가운데 소수자면서 목소리를 낼 창구조차 없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회, 법원 중에서 한 곳이라도 움직여야 하지만 모두 이륜차와 라이더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에는 민원을 제기하고 국회를 통한 입법청원, 법원에는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륜차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은 어떻게 추진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지정차로제도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고 단속도 없어 유명무실해 이륜차 운전자들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이륜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새삼 지정차로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용도로 통행이나 주차문제도 심각하지만 지정차로제는 어떤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륜차 통행에 지장을 주고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제도다. 지정차로제 관련 소송은 헌법소원과 과태료 불복절차 투 트랙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과태료 불복은 지정차로제 위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법원에 제기할 수 있어 과태료 개별 접수를 추진하고 있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최대한 많이 모집해 7월에서 8월말 정도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청구인단은 현재 200여명 정도 모였다. 청구인단이 많이 모일수록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지정차로제의 위헌성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다. 또한 헌재도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헌법소원은 관심 사안으로 더 신중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청구인단으로 함께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은 고속도로 통행 입법청원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번에 추진하는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은 이륜차고속도로 통행 입법청원과 달리 단순한 서명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소원을 위해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이다. 과거 추진한 입법청원은 아무런 비용을 받지 않고 봉사 차원에서 한 것이라 그 순수성은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본업인 변호사 업무를 놓아두고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틈틈이 입법청원 관련 일을 할 수밖에 없어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었지만 명확한 성과를 내기 어려워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내보자는 생각에 제가 일하는 법무법인의 다른 파트너 변호설득해 정식 사건으로 수임해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이번 사건을 수임할 생각을 하게 됐다. 청구인단으로 라이더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헌법소원을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수만명이 참여한다면 다른 사건을 맡지 않고 지정차로제 헌법소원과 이륜차 관련 법제도를 바꾸는데 전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이륜차 관련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륜차를 좋아하지만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아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정도밖에 탈 수 없다. 이륜차 운전자들도 자동차 운전자처럼 차량을 구입하고 관련 세금을 내는데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변호사로서 이륜차 운전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아는데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륜차를 타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이륜차 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관심을 갖는 제조사나 수입사 등은 없어 아쉽다.
마지막으로 라이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륜차 관련 헌법 소원이 계속 기각되거나 각하돼 해봐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륜차 운전자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경험을 드리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법소원에 임하고 싶었다.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다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른다. 의뢰인이 원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사건을 수임한다. 의뢰인 요구를 해결할 자신이 없는데 사건을 맡으면 단기적으로는 의뢰인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장기적으로 쌓이면 평판이 떨어져 변호사로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각 개인의 수임료는 소액이지만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저 또한 헌법소원에 참여한 분들에게 성과를 낼 책임이 있고 승리하는 경험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