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꽉 막힌 출퇴근길, 주차난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법

입력 2020.06.17 13:52 조회수 5,327 0 프린트
 
 
법무법인 삼율 이호영 변호사


아니 그렇게 위험한 오토바이가 방법이라고? 맞다. 정확한 용어로 ‘이륜차’가 답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2019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이륜차 사용신고는 2백만 대를 갓 넘는다(2,218,896대). 그렇다면 차는? 2020년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924만 대다. 이 좁은 땅덩이에 차가 1900만 대나 다니고, 이륜차는 겨우 200만 대만 다닌다. 허구한 날 도로를 깔아도 항상 차가 막히는 이유는 사람들이 기형적으로 자동차만 타고 다녀서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사람들이 자동차만 고집하는 이유는 이륜차가 ‘위험해서’라기 보다는, ‘불편해서’다. 이륜차를 타면, 고속도로는커녕 자동차전용도로도 못 들어간다. 인천공항에 이륜차를 타고 갈 수도 없다. 고속도로나 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1차선을 달리지도 못한다. 화물차와 같이 오른쪽 차로로 달리지 않으면 지정차로 위반이다. 주차할 곳도 없다. 공영주차장이나 시설물 등의 부설주차장은 이륜차 이용을 거절할 수 없다는 주차장법이 있지만, 관공서조차도 안 지킨다. 사정이 이러니, ‘라이딩을 사랑하는 필자’도 평일에는 큰 맘 먹지 않고는 이륜차 대신 덩치 큰 자동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 이륜차를 이중삼중으로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결과, 우리는 자동차 이용을 강요받는 것이다. 
이중삼중의 규제는 황당함을 넘어 믿기 힘든 교통지옥을 야기한다.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서울 강남에서 23km 떨어져있는 곳이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 이곳에서 강남역까지는 자동차로 걸리는 시간 무려 1시간 20분(심야에는 2-30분에 불과하다). 나홀로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도로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중 상당수가 이륜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면? 꽉막힌 차들 사이로 줄지어 지나가는 이륜차들을 지켜보는 운전자의 마음은 두가지 중 하나일 게다. ‘약오른다!’ 거나, ‘나도 차대신 이륜차로 저렇게 가면 참 좋겠다’ 
‘빨리빨리’가 몸에 체화 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의외로 신속하게, 차에서 이륜차로 갈아탈 수 있을 거고, 교통지옥은 의외로 단순히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하나 남은 문제가 있다. 바로 ‘이륜차는 위험하다’는 인식(믿음)이다. ‘비행기는 차보다 위험한가’하는 질문을 한번 해보자. ‘비행기가 더 위험하다’는 이도, ‘차가 더 위험하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비행기가 더 위험하다’는 측은 사고발생빈도는 차치하고, 그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이 그룹은 결벽증적으로 위험을 기피한다는 점에서 ‘결벽적’ 위험기피자들이다. 한편 ‘비행기가 차보다 위험하지는 않다’는 측은 사고발생빈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비행기 사고로 죽는 확률보다는 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논리를 거쳐 비행기는 차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위험을 나름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위험기피자’라 칭할 수 있겠다. 필자 역시 ‘합리적’ 위험기피자다.
이제 ‘이륜차는 (차보다) 위험한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이륜차를 타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행기 질문’ 때와는 달리, ‘합리적’ 위험기피성향에서 급격히 ‘결벽적’ 위험기피자로 뒤바뀐다. 이륜차 타다 사고 나면 죽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사용신고대수대비 사망자수를 보면 이륜차가 차보다 적다, 그러나 이륜차 타다 죽을 확률보다 차를 타다 죽을 확률이 오히려 더 높다는 통계수치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다. 위험에 대한 태도는 이상하게도 이륜차만 만나면 바뀐다. 합리적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신기하게도 결벽증적으로 태도가 급변한다.
‘이륜차가 차보다 위험한가’라는 질문과 ‘비행기가 차보다 위험한가’라는 질문은 같은 논리구조를 거쳐 대답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자신의 위험에 대한 태도에 따라 동일한 답을 내놓는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륜차 타면 죽는다, 그만 타라’는 설득은 듣는 사람을 위해주는 고마운 마음은 알겠지만 실상은 ‘잘못된 믿음’에 불과하다. ‘위험하니까 비행기는 절대 타지 말아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내 주위에서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꽉 막힌 출퇴근 길에서 저마다 1인 자동차를 운전하며, ‘왜 다들 차를 끌고, 나와서 이렇게 차가 막히게 하냐’며 한탄을 하고, 주말에는 쇼핑몰 주차장에 진입하기 위해 1시간여를 줄을 서서 대기하는 바보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륜차는 차보다 위험하다는 바보 같은 믿음을 내려놓고, 대한민국 도로 체제를 이륜차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자동차전용도로 및 고속도로를 순차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지옥 같은 출퇴근길을 감내해야 하는 인구의 상당수가 자동차 대신 이륜차를 한대씩 장만해 출퇴근을 할 테고, 그만큼 교통체증은 완화될 것이다. 유럽 상당수 국가들처럼 버스전용차로를 버스 뿐 아니라, 택시, 이륜차가 함께 이용하게 해야 한다. 시내를 이동하는 자동차 수요의 상당수가 이륜차 또는 택시로 넘어가면, 교통체증은 완화될 수밖에 없다. 쇼핑몰 주차장의 한 절반 정도는 이륜차 전용주차구역으로 바꿔보자. 꽉 막힌 자동차주차장 줄과 한산한 이륜차주차장 줄을 경험한 이들이 크나큰 짐을 실어야 하는 날이 아니라면, 그 다음에는 이륜차로 쇼핑몰을 방문할 거고, 그만큼 ‘모두’의 주차장 진입 시간은 빨라질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피해는 비단 이륜차 운전자들만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이륜차는 위험하다는 잘못된 ‘믿음’으로인한 불합리한 규제의 피해자’들이다.
필자는 이 같은 불합리하고 ‘바보 같은’ 규제 철폐를 위해, 이륜차지정차로제를 첫 타겟으로 삼았다. 지정차로제는 이륜차 운전자들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 아니라, 교통흐름까지도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모든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대단히 바보 같은 규제다.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 이륜차지정차로를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9]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참가인단을 모집 중이다. 관심있는 분의 많은 참가를 기다린다.

*이륜차 위헌소송 참가신청 링크 forms.gle/HujpHuaGq2scpgYx5 

**이륜차 제도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앵그리라이더들을 기다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앵그리라이더’ : facebook.com/angryri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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