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위험 내모는 지정차로제 다른 나라는?

서용덕 기자 입력 2020.06.17 13:39 조회수 4,696 0 프린트

화물차는 별도 규정해도 이륜차 제한 찾기 힘들어
일본은 최고속도 시속 30km 이하 원부1종만 제한

 

최근 정부가 배달이륜차 사고를 줄이겠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이륜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정차로제 위반 단속은 이륜차 운전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지정차로제는 도로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종류와 성능에 따라 각 차로별로 통행 가능한 차종을 지정하는 제도다. 차량의 속도와 종류에 따라 대형·저속 차종은 오른쪽 차로를 이용하고 소형·고속 차종은 모든 차로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정차로제의 취지와 달리 고속·소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륜차를 저속·대형 차량과 함께 오른쪽 차로만 이용하도록 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차나 건설기계 등과 같은 대형차량 운전자는 사각지대가 커 이륜차와 같이 작고 빠른 차량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회전 시에는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 또한 최하위 차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각종 장애물 등이 산재해 있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좌회전 또는 유턴을 하는 것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신호등이나 교차로 바로 앞에서만 1차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 특성이 다른 이륜차와 화물차를 같은 차로에 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이륜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선을 제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1968년 국가 간 교통 규칙을 통일해 국제 교통의 편의와 교통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체결 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차로 통행에 관한 기본 원칙으로 도로 가장자리에 인접한 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화물자동차에 대해서는 세부 규제를 둘 수 있지만 이륜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로를 별도로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 이에 따라 독일과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은 일정 톤수 이상의 화물차나 특수한 저속·대형 차량에 대해서만 하위차로를 이용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륜차를 포함한 다른 차종은 통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은 36개 국가가 서명했으며 83개 국가가 당사국으로 있다.
이웃국가인 일본도 이륜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로에 대한 제안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원동기부자전거1종(이하 원부1종)은 법정 최고속도가 시속 30km에 불과해 최하위 차선으로만 주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원부1종은 속도가 느린데다 최하위 차선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측통행하는 국가의 좌회전에 해당하는 우회전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원부1종 차량이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교차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두 번 직진하는 훅턴을 해야 한다. 훅턴은 다소 번거롭지만 저속 차량이 고속 차량과 섞이지 않고 안전하게 교차로에서 회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찰청이 발주한 지정차로제 관련 연구 용역에서도 이륜차와 대형차를 같이 묶은 지정차로제의 문제가 지적됐다. 한국ITS학회가 수행해 2016년 발표한 ‘지정차로제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대형차는 이륜차와 같은 소형차량이 옆차로 진입시 사각지대에 놓여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회전 수행 시 이륜차가 대형차의 사각에 놓이게 될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 크기와 주행 특성이 상이한 대형차와 이륜차가 동일한 차로를 이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긋나 이륜차의 교통안전을 감안하면 분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이륜차는 왼쪽차로 및 모든 차로를 이용하고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오른쪽 차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지정차로제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개선안은 받아 들어지지 않았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모든 차량이 뒤 섞인 국내 도로환경에서 지정차로제는 의미를 잃었다. 단속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선진제도를 참고해  일정 지역을 지정해 시범적으로 이륜차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교통제도를 적용해보고 이후 도입하는 등 이륜차도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덕 기자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