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여름의 무더위는 지나간 모양새다. 무더위를 걱정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장마와 태풍까지 지나간 이제는 아침저녁의 선선함에 환절기 감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다녀 온 영월 투어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지난 몇 주 동안 라이딩의 발목을 잡았던 비를 포함하여 안전한 라이딩에 대한 생각을 먼저 나누어 보고자 한다.
라이더의 안전한 라이딩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언뜻 생각해 보면 첫째, 주변 차량들의 영향, 둘째, 기후의 영향, 셋째 라이딩 습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첫째 요인은 거의 모든 라이더가 이미 사륜차량 역시 소유하고 있기에 주변차량이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차량인지 감을 가지고 있어서 라이딩을 할 때에도 이런 위험차량은 먼저 보내거나 추월해서 상황을 벗어나곤 한다. 둘째 요인인 기후의 경우도 눈,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급적 라이딩을 안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비상식적 차량이나 우발적인 천재지변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요인인 라이딩 습관은 정작 해당 라이더 자신은 문제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라 주변에서 조언하기에도 조심스럽고, 조언을 해도 그동안 익숙해진 부분이라 쉽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좀 더 안전한 라이딩을 즐기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개인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또 은근 공도에서 흔히 보이는 위험한 라이딩 습관들을 몇 가지 뽑아보았다.
첫째, 그룹라이딩에서의 돌발행동. 개인적으로는 대규모 그룹라이딩보다는 5~6대 정도의 소규모 라이딩을 선호한다. 이유는 대규모 그룹라이딩의 경우, 라이딩 경력 및 성격차이로 은근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할리 투어팀들은 보통 가장 초보를 투어 리더인 로드마스터와 바로 뒤에 붙여서 초보라이더의 상태를 체크하며 오버페이스를 막고 차량들로부터 보호하는데, 요새 사고가 나는 경우들을 보면 로드마스터가 그냥 냅다 달리거나, 뒤에 따라오는 다른 멤버들이 앞에 달리는 라이더의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너무 바짝 붙어 앞쪽의 비숙련 라이더를 불안하게 만들어 차선이탈 또는 브레이킹으로 후방추돌 또는 슬립으로 이어지거나, 그룹 주행 중에 자기 혼자 흥분해서 좌우로 바이크를 지그재그로 흔들어 대는 이들도 본 바 있다. 모두 자기 자신 뿐 아니라 함께 라이딩 하는 멤버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습관들이다. 그룹 라이딩은 개인 돌발행동을 하지 않아야 안전한데 말이다.
둘째, 주변차량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 제한된 도로에서 많은 차량들과 라이더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건 안전운전에 대한 규범이 있고 그 상식 안에서 운전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규도 그 속에 포함되며, 당연히 이 규범을 벗어나서 행동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차선을 급작스럽게 변경하는 것, 방향지시등 없이 냅다 끼어드는 것, 차량이 상상하지 못하는 속도로 달리는 것, 차간주행으로 차 사이로 끼어드는 것, 갓길로 달리는 것, 코너 주행시에 중앙선을 포함한 차선을 습관적으로 넘나드는 것 등을 뽑을 수 있고 많은 라이더가 별 생각없이 위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혹 이러한 행동을 일부 배달라이더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본 바로는 빈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종과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셋째, 자신의 라이딩 실력에 대한 과신. 이건 모터사이클 이전에 자전거동호회 라이딩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자신의 라이딩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어느 정도 경력이 된 라이더들이 부추기는 부분이다. 2000km도 라이딩 경험이 없는 초보를 왕복 500km 와인딩코스로 괜찮다고 달래면서 데려가고 막상 데려가서는 자신의 라이딩에 급급해서 초보라이더를 배려하지 않는 바람에 민폐를 끼치기 싫은 초보라이더가 자신의 실력을 넘어 무리하다가 슬립하는 것을 비롯해서 은근 많은 사고가 있음을 보고 듣는다. 도로는 위험한 곳이며 장난을 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고 ‘재미있잖아?’라는 생각으로 동료를 위험에 빠트리는 이들이 은근 많다. 자기실력의 100%로 달려도 되는 곳은 레이스트랙 뿐이며, 공도에서는 항상 안전을 위한 마진을 두고 타는 것이 안전하고 오랫동안 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암튼, 안전한 라이딩에 대한 글이 많이 길어졌으니 이제는 최근에 다녀온 영월투어에 대해서 써야겠다. 이번 영월투어의 주요 경유지는 주천묵집, 선돌, 영월장릉, RC79로 서울 강남 기준으로 370km 내외에 순수 라이딩 시간 7시간 내외의 코스다. 이 코스는 숲으로 우거진 길을 따라 달리며 힐링하기에 좋은 코스로 전체적으로 도로의 포장상태도 좋고 와인딩 코스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라이딩 경험을 하기에도 좋고, 차량으로 붐비지 않아 오롯이 주변경관과 라이딩에만 집중할 수 있어 계절마다 자주 찾는 코스다. 가는 길에 여러 맛집들이 있지만 이번에는 주천묵집에 들려 감자옹심이와 감자전으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역시 강원도는 감자가 제격이다). 선돌과 영월장릉은 지난 강원네이처로드 투어 때에도 들렸던 곳이지만 다시 가도 새로운 곳이다. 선돌은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꼭 선돌전망대까지 걸어가 보기를 권한다. 잠깐 걷는 것 치고는 너무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영월장릉은 단종의 무덤으로 한번쯤 들려볼 만 하다. 장릉까지 가는 길이 멋지기에 그냥 가기만해도 손해볼 일은 없다. 복귀할 때에는 홍천 정도에서 한번쯤 쉬고 복귀 하는게 서울시내의 교통체증을 이기는 길이더라. 이제 1년 중에 가장 라이딩하기에 좋은 시즌이 시작되었다. 다음 편은 가을을 맞아 남쪽으로 훌쩍 떠나는 경상권 투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월투어 가볼만 한 곳
식당 이름처럼 묵이 유명한 식당이다. 하지만, 은근 감자옹심이도 맛있고, 감자를 좋아한다면 감자전도 괜찮다. 강원도 감자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선돌은 선돌전망대에 가면 볼 수 있는 약 70m 정도의 기암인데 정작 전망대에 가면 선돌보다 선돌을 감싸고 흐르는 서강에 눈길을 빼앗기게 된다. 선돌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거의 평지로 이동하면 전망대에 다다르니 비록 3보 승차의 생활패턴인 분이라도 한번은 가보는게 안 억울하다.
서울로 복귀할 때, 잠깐 숨고르기 하기에 적당한 라이더 카페로 널찍한 루프탑을 비롯해서 느긋하게 쉬어가기 좋은 카페다. 음료와 베이커리 모두 괜찮다.
RC79에서 6시를 넘어서 출발하면 서울의 러시아워를 살짝 피해서 들어가기에 길에서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