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베트남 여행기 (1) -여행의 시작-

M스토리 입력 2022.09.30 15:55 조회수 2,475 0 프린트
 

2022년 4월, 베트남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광비자 발급을 재개했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간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한낱 직장인에게는 가까운 동남아라 하더라도 몇일짜리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특히나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나갔다가 코로나에 걸려들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퇴사하게 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찾아보았고 베트남에 가는 편도 표가 10만 원대인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티켓을 끊었다.

동남아에서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인 베트남은 저렴한 물가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의 천국이다. 하지만 당신이 바이크 라이더라면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이크 렌트가 저렴하고 쉽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바이크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신선한 베트남 여행지를 찾아보다가 달랏이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날씨가 시원하다는 것 말고는 도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분위기나 이미지에 관한 여행기 몇 개를 읽어본 것이 전부였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나의 통계에 의하면 날씨가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느긋하고 여유롭다. 한국처럼 계절 간 기온이 극한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곳보다 사계절 내내 날씨가 온화하거나 시원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길을 물으면 더 많이 알려주었던 경험 덕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의 첫 1/3을 보낸 달랏은 호찌민 시티의 북쪽에 위치한 고산 도시로, 베트남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기온이 가장 낮은 도시이다. 선선한 기후 덕분에 한국의 봄이나 가을과 비슷하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선선함이지만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는 이국적인 매력으로 다가가는 도시이다. 커피, 아티초크, 딸기, 복숭아, 아스파라거스 등 열대기후에서 나기 어려운 작물들이 특산품이다. 사시사철 온화한 날씨 덕에 영원한 봄의 도시라 불리기도 하지만 뜨거운 한낮과 쌀쌀한 저녁의 대비는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봄보다는 가을이 더 어울렸다. 또, 고산지대이기 때문인지 달랏에 머무는 열흘 내내 하루에 한 번씩은 비가 왔다. 보통 한 시간 내에 비가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달랏은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 시티에서 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리는 남동쪽에 자리한 작은 도시이다. 달랏까지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우선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하노이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30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초여름인 한국과는 다른 열대의 태양이 나와 일행을 반겼다. 하노이의 뜨겁고 후덥지근한 공기를 느끼며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국제선 공항에서 국내선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셔틀버스에서 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순조롭게 흘러가는 여행을 음미했으나 곧바로 일이 터졌다.

국내선 공항에서 체크인하는 도중 직원으로부터 내가 예약한 티켓의 날짜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날 기준 전날로 예약해서, 어제 표를 들고 접수대에 간 셈이었다.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었고 문제는 나였다. 이런 역대급 실수를 했다니 프로 여행자라고 자부한 말들이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혼자 간 여행이라면 하노이에서 며칠 머물다가 싼 티켓이 있는 날로 재예매 해서 달랏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일행이 있었고, 숙소 예약도 해둔 상태라 오늘 꼭 달랏에 가야 했다. 허겁지겁 티켓판매 데스크로 가서 티켓 가격을 문의했는데 비행기 1시간 전이라서 동행이 구입한 가격의 무려 3배라고 한다. 2배까지는 각오했는데 3배라는 얘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해봤더니 직원이 부른 가격보다 저렴하다. 온라인으로 직접 예매하기로 하고 느린 공항 와이파이에서는 티켓을 예매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문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티켓을 검색하니 그새 해당 편명은 더 이상 판매하지 않았다. 다시 데스크로 가니 이미 데스크는 마감이었고, 동행인과 같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가장 빠른 다음 비행기인 1시간 30분 뒤에 출발하는 베트남 에어라인 티켓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달랏 공항에 도착해서 한 시간 반 일찍 도착했을 동행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눈앞에 시내에 가는 버스가 보여서 무작정 올라타고 혹시 동행이 늦게라도 도착하지는 않을까 싶어 버스 문 앞을 주시하고 있는데, 10분이 지났을까, 동행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카톡이 옴과 동시에 공항을 나오는 동행의 얼굴이 보였다. 크게 이름을 불러 옆자리에 앉히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리를 가득 채운 버스가 출발했다. 중앙선과 인도를 자유자재로 침범하는 버스 기사님의 도발적인 운전에 감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시내에 도착했다.
 

베트남 심 카드를 마련하지 못한 우리는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숙소 근처까지 갔는데, 골목 깊숙이 숨어있는 바람에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서야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3시간이 훌쩍 넘어서일까, 숙소 문은 굳게 잠겨있고 창문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이층으로 연결된 실내 계단을 발견한 내가 크게 ‘익스큐즈 미-’를 몇 번 외쳤는데, 기적처럼 주인분이 내려오셔서 문을 열어주셨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탄 새벽 6시로부터 16시간이 지난 밤 11시. 드디어 숙소에 몸을 뉠 수 있었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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