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장마시즌이 지나고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장마 기간에는 무더위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로 인해 박투어는 잠시 미루고 기상청의 예보와 하늘의 눈치를 함께 살피며 그날의 코스를 정해야 하는 눈치투어의 시즌이 되기 마련이었다. 기상청은 일주일 내내 비를 예보하는 무성의한 예보로 아예 바이크를 만지작거리지도 못하게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이번 장마는 3일 연속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비록 박투어는 못 떠나더라도 아침에 하늘 눈치를 보고 당일치기 투어 정도는 떠날 수 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비가 오더라도 달리는 동안은 비를 튕겨내 주기 때문에 바지 아래쪽을 제외하고는 그닥 젖지 않아서 투어 중에 오는 비는 길만 막히지 않는다면 부담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은 여름이라 우비 없이 비를 그냥 맞아도 부담이 없고 비가 오더라도 폭우만 아니라면 해가 지기 전에 복귀만 하면 크게 위험요소가 없다.
이번 편은 원래는 정선을 관통해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박투어를 계획했었지만 장마 기간 떠나는 투어라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계곡투어로 변경하였다. 그래서 정한 코스는 내린천을 포함하는 강원도 인제 강변 와인딩로드 투어다.
오늘의 코스는 홍천을 지나 인제, 하추리계곡을 거쳐 내린천을 따라 미산계곡을 지나고 구룡령을 넘어 미천골, 진동계곡을 통과하고 내촌면을 거쳐 복귀하는 코스로 서울 강남 기준으로 약 450km 정도에 순수 라이딩 시간이 대략 9시간 내외가 걸리는 코스다. 이 코스는 강원도 인제 내린천과 방태산을 둘러싸고 있는 산길로 구성된 코스라 완전 초보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초중급 정도의 라이더라면 주변 경관을 즐기며 시원하게 달리기 좋은 코스다. 진동계곡, 구룡령, 미산계곡 등 제법 곡률이 심한 코너가 많은 이 코스는 코스 자체의 난이도는 좀 있지만 대신 차량이 적고, 계속 강변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시원한 경관을 즐길 수 있어서 여름이면 자주 찾는 코스다. 이 인근에는 운두령, 진고개를 비롯한 멋진 와인딩로드가 더 있지만 이번의 일정은 요기까지만으로 정하고 출발. 코스에 더 욕심 내다가는 일정이 너무 길어져 얼결에 박투어로 전환될 수 있다.
점심장소는 인제를 지나갈 때 가끔씩 들르는 남북면옥으로 정했다. 남북면옥은 오늘의 코스에서내린천으로 들어서기 직전에 있기도 하고 인제 맛집임에도 다른 식당들처럼 가격을 냅다 올리지 않아서 가성비가 좋을 뿐 아니라 강원도 대부분의 막국수 식당들이 혼자 먹기엔 버거운 양의 수육만 팔지만 남북면옥은 혼자 먹기에 딱 좋은 수육 소짜가 있어서 솔투일 때에도 좋다. 시원한 순메밀동치미물국수과 수육으로 점심을 든든히 해결하고 바로 내린천으로 들어섰다.
몇일 전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퍼 부은 비로 인해 내린천의 수위가 제법 올랐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래프팅도 이젠 가능할 듯 힘있는 물살이 흐르는 내린천을 따라 앞뒤로 차 한대도 없는 산길을 달리니 무더위도 바람에 날려 잊혀진다. 이 코스는 솔투를 포함해서 5명 미만의 소그룹 투어로 진행하는 편이 주변의 경관과 청량함을 느끼며 달리기에 좋다. 기온은 마스크를 쓰고라도 래프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더운 날이었지만 도로 정체가 없어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어 좋았다.
코로나의 위세는 이제 꺾었지만 방역지침 완화가 되어 내린천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미산계곡 쪽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삼림숲을 관통하며 살둔계곡과 칡소폭포를 지나 달리게 되는데 이곳을 달리다보면 할리데이비슨의 배기음이 계곡에 반사되어 울려퍼지는 듯 평소와 다른 배기음을 감상하며 사뭇 우리나라가 아닌 곳을 달리는 기분이 들게 된다.
칡소폭포를 얼마 지나지 않아 구룡령에 들어서게 되는데 구룡령은 코너에서 곡률변화가 있는 코너가 많아서 초행이라면 급코너들의 경우 충분한 마진을 주고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지 않으면 코너 중반에 갑자기 급격하게 더 꺾여 들어가는 코너의 경우 중앙선을 침범할 수 있다. 휘몰아치는 코너들로 구성된 구룡령을 지나 진동계곡, 방동계곡을 따라 가령폭포 옆을 지나는 멋진 시닉로드를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달리다 보면 어느덧 오늘의 와인딩코스는 끝난다.
아침 8시반쯤에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을 때의 시간은 점심과 휴식을 포함해 대략 6~7시간 남짓 걸렸다. 이제부터는 쭉 뻗은 길을 달려 집으로 복귀하면 된다. 서울이 가까워지니 슬슬 더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바이크만 열관리가 필요한게 아니라 라이더도 열관리가 필요하니 카페에서 잠깐 쉬고 복귀하는 것으로 하고 홍천에 새로 리뉴얼하여 오픈한 RC79 카페에 들려 시원한 스무디 한잔으로 열을 식혔다. 최근 곳곳에 라이더카페가 많이 생겨나는 것은 라이더로서 참 반가운 일이다. RC79도 카페 바로 앞 주차자리는 바이크 전용으로 허스크바나를 타는 오너의 감성이 엿보이는 카페였다. RC79에서 잠시 쉬고 교통정체가 심해지기 전에 복귀를 서둘러 해가 지기 전에 안전하게 오늘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이런 날씨에는 뭘 해도 덥긴 하지만 그래도 길이 덜 막히는 산길을 달리면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 물론, 라이더가 오버히트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날이 너무 더워지기 전에 아침 일찍 서울을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추천맛집
남북면옥(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265-1)
100% 메밀면을 사용하는 메밀국수 식당으로 메밀국수도 좋지만 수육고 감자전도 훌륭하다. 특히, 남북면옥은 혼자먹기 딱 좋은 수육(소)가 있기 때문에 솔투 라이더라도 부담없이 수육을 즐길 수 있고, 다른 메밀국수 식당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동안 고집스럽게 경쟁력있는 가격을 유지해 주는 고마운 식당이기도 하다. 식후에 내린천 한바퀴 하면 딱 좋다.

라이더카페79는 설악로에 위치한 카페로 최근에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한 곳이다. 이전에도 카페였다고는 하는데 그때는 관심을 가질만큼 매력이 없던 곳이라 매번 그냥 지나치던 곳인데 이번에 새로 깔끔하게 리뉴얼하고 오픈했길래 큰 기대없이 들어갔지만 여기저기 나름 신경을 많이 쓴 카페였다. 음료도 괜찮고 가성비도 좋아 속초나 강릉투어 후에 복귀하다 중간에 들르기 딱 좋았고, 음료 외 간단한 군것질 메뉴도 판매하기 때문에 간단히 요기하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