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한 지난 6년의 라이딩

M스토리 입력 2022.06.16 14:58 조회수 3,580 0 프린트
단양 이끼터널

이제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이라 주중에도 많은 라이더들을 공도에서 만나곤 한다.  

내게는 얼마 전에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에 대한 정기검사 안내장이 날아 온 것을 보니 이제 내 로드글라이드도 만 5년이 된 모양이다. 정기검사 안내장을 받고 보니 ‘16년 4월 생일날에 내게 주는 선물로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을 사는 것으로 난생 처음 모터사이클을 산 날의 추억과 함께 ‘17년 5월말 현재의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로 기변을 한 기억이 떠오르며 이번 편은 지난 6년의 라이딩 중간정산으로 써보고자 한다. 

다른 모터사이클과 좀 다르게 할리데이비슨은 고객들이 첫 바이크로 선택하는 경우가 제법 많고 나도 그런 라이더 중 하나였다.  나는 첫 바이크로 할리데이비슨에서 좀 가볍고 (그래도 공차중량이 220kg가 넘는다) 시트고가 낮은 포티에잇을 선택했었고, 포티에잇으로 1년간 2.2만km를 좀 넘는 거리를 부지런지 잘 돌아다녔었다.  포티에잇은 참 매력있는 바이크였지만 장거리 투어를 주로 다니는 나(구매 당시엔 내 성향이 장거리 투어러인지 몰랐었다)에게는 수납공간의 부족과 작은 연료탱크로 인한 짧은 항속거리가 불편으로 다가와서 기변을 하긴 했지만 참 즐거운 바이크였다.
춘천 승호대

나는 모터사이클에 빠지기 전에는 자동차와 자전거에 빠졌던 이력이 있고 그때 로드자전거와 MTB자전거들로 하루 100~150km 내외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곤 했었기에 서울에서 반경 약 100km까지의 코스들은 제법 익숙한 편이었다. 나는 처음 포티에잇을 샀을 때 주로 자전거로 다녔던 코스를 중심으로 다녔었는데 이렇게 했던 이유는 당시는 ‘모터사이클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완전 초보인데 코스까지 생소하면 당황해서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인지 1년을 타는 동안 심지어 제꿍도 한번 없이 잘 돌아다녔고, 좀 익숙해지고 나서는 당일치기로 속초, 강릉, 남원 등을 자주 다니고 부산과 목포도 박투어로 다녀올 정도로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장거리를 주행하게 되었다.
로드글라이드와 5년간 15만km를 달렸다.

2017년에 1년간 즐겁게 타던 포티에잇을 내 바이크를 노리던(?) 선배에게 가슴 아픈 가격에 넘기고 내가 장거리 여행을 위해 선택한 기종은 또 다시 할리데이비슨 모델인 로드글라이드 스페셜이었다. 왠지 멋있어 보였고, 양옆에 달린 사이드백이 듬직해서 좋았다.  포티에잇도 그랬지만 시승도 안 해보고 구매를 해서 둘 다 인수하는 날 처음 타 보았는데 포티에잇과 너무나 다른 무게감 (공차중량만 380kg에 달한다)과 핸들과 함께 돌지 않는 고정식 샤크노즈 페이링의 이질감에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에 특화된 투어러라 역시 장거리에는 너무 편한 포지션과 한번에 400km를 넘게 무급유로 주행할 수 있는 항속거리와 비가 와도 어느 정도 속도만 유지해주면 몸이 젖지 않는 페어링의 능력 덕분에 하루 600km 이상의 투어도 크게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그 덕분에 5년이 된 지금 15만km를 넘게 되었다.
 
호미곶 야경
다른 바이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은근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다. 다들 아시는 바처럼 할리데이비슨을 순정 그대로 타는 라이더는 옵션 없는 포르쉐가 없듯이 지극히 보기 드물다. 나는 상대적으로 성능과 관련된 부분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타입이라 포티에잇에도 클러치, 머플러, 플러그, 케이블, 에어필터, 라이트 등 실질적인 주행에 필요한 부분만을 중심으로 옵션을 선택했었음에도 대략 400만원 가까운 옵션비용이 들었었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포티에잇은 2.2만km를 타는 동안 평균연비가 고급휘발유 기준으로 22km/L 정도로 제법 괜찮았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 27km/L까지 나오는데다 오일도 투어링과 달리 두 가지만 교환하면 되고 오일량도 적어서 교환비용도 크게 부담이 없었던 바이크였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면 포티에잇은 연료비+소모품 유지비용이 1km당 150원 내외의 바이크였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의 기함급인 로드글라이드는 유지비용이 훨씬 높다.  연비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좋아 고급유기준 평균 18~19km/L 정도에 장거리 항속연비는 22~24km/L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일 및 타이어 등의 소모품 비용이 높아 연료비+소모품 비용이 대략 1km당 250원 정도로 거의 중형차 수준의 유지비가 든다. 15만km를 타면서 평균을 낸 것이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 내 로드글라이드는 포티에잇과 마찬가지로 성능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세팅되었지만 연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의 순정부품들로 튜닝되어 연비는 순정이었을 때와 비슷하다.
평화의 댐 그룹 투어

지난 6년 동안 바이크 2대로 17만km를 넘게 타면서 할리데이비슨 유지비로 사용한 금액만 4000만원이 넘었으니 바이크 구매가격까지 포함하면 참 비싼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달리는 즐거움과 다녀온 곳들의 추억들을 생각하면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로드글라이드로 기변한 후에는 5일 정도의 박투어도 별다른 준비와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고 제주도를 비롯해서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벌써 수십 번 일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자동차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바이크를 성능 또는 가성비로만 보고 산다면 할리데이비슨을 구매할 라이더는 많지 않겠지만 할리데이비슨은 분명 자유로움과 여유로움 가운데 우리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바이크 브랜드다. 어차피 취미생활이라면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바이크를 한번쯤 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의 로드글라이드는 고장도 없고 탈도 없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서 적어도 20만km 정도까지는 탈 생각이며 앞으로도 이 바이크와 함께 할 여정과 목적지의 즐거움이 항상 기대된다.  다음 편에는 이 로드글라이드와 함께 느긋하게 떠나는 초여름 날씨의 박투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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