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은 이륜차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이용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륜차 산업도 활성화되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교통수단 중 하나인 전기이륜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대만의 이륜차 분류 체계는 우리나라와 다소 상이하다. 대만은 대형중이륜차(배기량 250cc초과 550cc미만, 배기량 550cc이상)와 보통중이륜차(배기량 50cc이상 250cc이하, 이하 중형), 보통경이륜차(배기량 50cc미만, 시속 45km 이상, 이하 경형), 소형경이륜차(배기량 기준 없음, 1.24hp이하, 시속 45km이하, 이하 소경형)로 구분하고 있다.
대만의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소경형과 경형, 중형 등 3종류의 전기이륜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은 환경보호국과 경제 산업국에서 지급하는 정부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지방보조금 등 3종류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보조금이 축소됐다.
이륜차 이용률이 높은 대만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전기이륜차 활성화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대만은 1996년부터 전기이륜차를 보급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부족한 성능으로 실패했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배터리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2009년 다시 전기이륜차 보급에 나섰다. 대만 경제부 산업국이 운영하는 전기이륜차산업네트워크에 따르면 2009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4년 2개월 동안 대만에서 판매된 전기이륜차는 소경형 1만9782대, 경형 9459대 등 2만9241대로 월 평균 585대를 보급하는데 그쳤다.
대만의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이 전환기를 맞은 것은 2015년 8월 처음으로 고성능 중형전기이륜차가 출시되면서 부터다. 2015년 전기이륜차 보급 대수는 총 9765대 소경형 2036대, 경형 4661대, 중형 3068대가 보급됐다. 이후 2016년 1만8942대(소경형 1981대, 경형 5519대, 중형 1만1442대), 2017년 3만9025대(소경형 2526대, 경형 4042대, 중형 3만2457대), 2018년 7만8676대(소경형 4276, 경형 8359, 중형 6만6041대), 2019년 17만3033대(소경형 377대, 경형 2만4752대, 중형 14만7904대)가 보급됐다.
기존에 대만에서 출시된 전기이륜차는 무겁고 비싼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작고 저렴한 소경형 또는 경형 전기이륜차가 주로 출시됐으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능에 못 미쳐 보급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대만 첫 중형 전기이륜차인 고고로가 등장한 이후 성능이 떨어지는 소경형은 급속히 판매량이 축소된 반면 성능이 우수한 중형을 중심으로 경형이 조금씩 성장하는 추세가 됐다. 고고로는 전기차 제조사로 유명한 테슬라가 고성능 모델인 로드스터와 모델S를 먼저 출시하고 자사만의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를 구축한 것과 유사한 전략을 취했다. 고고로는 소경경과 경형 중심의 대만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고성능의 중형 전기이륜차를 출시해 전기이륜차는 느리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깼다. 또한 배터리 교체형 충전 인프라인 고스테이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느린 배터리 충전 속도와 짧은 주행거리라는 단점을 해소해 나갔다.
최근 대만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주목할 지점은 경형 시장이다. 2018년 8359대가 보급된 경형은 2019년 2만4752대가 보급돼 3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2019년 11월부터 보급량이 급격히 증가해 11월에는 4387대, 12월에는 1만7243대가 보급됐다. 2020년 전기이륜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구매 수요 집중 효과로 2019년말에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으나 2020년 보조금 축소 이후에도 판매량 증가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경형 보급량은 1130대에 그쳤으나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3465대가 보급되는 등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 이상 보급량이 증가했다. 또한 경형 전기이륜차의 판매 증가는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중형 전기이륜차로 성능을 인정받은 고고로가 2019년 10월 경형인 고고로 비바를 출시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전기이륜차가 대만 전역에서 고르게 많이 보급된 것과 달리 경형 전기이륜차는 도시화율이 높은 곳과 작은 섬지역에 많이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형이 가장 많이 판매된 곳은 대만의 실질적인 수도이자 제1의 도시인 타이베이시다. 경형은 도심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 되어 있어 타이베이시처럼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시 지역에서 많이 보급됐다. 또한 섬지역은 이동 거리가 짧아 주행거리가 길고 성능이 뛰어난 차량의 수요가 크기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의 한 전기이륜차 연구자는 “전기이륜차 보조금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경형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현격하게 증가한 것은 경형 전기이륜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인프라 확대로 인한 사용 편의성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