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 다른 직업 다른 삶 하지만 우리는 슈퍼 커브와 달린다

M스토리 입력 2022.05.15 21:27 조회수 3,546 0 프린트

치라가 만난 사람들
린틴틴 박진홍 편집장

린틴틴 박진홍 편집장
2018년도, 레트로한 디자인의 신형 슈퍼커브가 237만 원의 획기적인 가격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색색의 슈퍼커브를 길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신형커브의 등장 이후로 영업용 바이크도 아닌, 대배기량의 레저용 바이크도 아닌, 생활에 밀접한 라이더가 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슈퍼커브로 배달 노동을 할 수도, 레저를 즐길 수도 있다. 슈퍼커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바이크니까.
그런 슈퍼커브의 라이더 26인의 이야기를 묶은 책 <슈퍼 커브 생활>이 출간되었다. `자유롭고 슬기로운 바이크 생활기`라는 카피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다음은 책 <슈퍼 커브 생활>을 만든 <린틴틴 편집부>와의 인터뷰이다. *본 인터뷰에서 지칭하는 ‘슈퍼커브 생활자’는 책에 등장하는 26인의 슈퍼커브 라이더를 칭하는 말이다.

린틴틴을 소개해주세요. 
박진홍(이하:박) : 저희는 ‘모험 전문 출판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어요. 거창한 모험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지금 삶에서 작은 모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슈퍼 커브 생활>에서도 보면 겁도 많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이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 순수한 마음을 따라서 한 걸음을 내디디면 갑자기 세계가 확장되잖아요.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죠. 그런 일상적인 모험을 다루는 출판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다른 면으로는 팝 컬쳐 기반의 생기 넘치는 컨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내지 맨 첫 장의 커브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요. 일러스트같은 디자인도 전부 편집팀에서 하신 건가요? 
박) 본문의 편집은 모두 편집팀에서 했지만, 일러스트는 매번 책의 컨셉에 맞는 분께 외주를 맡기고 있어요. 

이번 책 <슈퍼 커브 생활>에서의 일러스트 외주 맡길 때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박) 원고나 사진의 포인트가 ‘생활’이었다면, 그림의 포인트는 ‘커브’에 맞추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초기의 아이디어는 더 딱딱한 설계도면을 그릴까 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커브 일러스트를 찾아보니까 딱딱한 그림보다는 귀여운 그림이 많더라고요. 아마 애니메이션 <슈퍼커브>의 영향인지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 많아서, 저희는 색감은 알록달록하게 잘 살리되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귀엽지도 않은 절충안으로 컨셉을 정했어요. 

커브 일러스트의 방향이 같지 않고 4대만 좌측 편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 그림 페이지는 각 슈퍼 커브 생활자들의 슈퍼커브를 잘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슈퍼커브 생활자들의 슈퍼커브 커스텀이 워낙 다양하다보니까 특별한 커스텀이 좌측에 있는 경우 그 커스텀을 잘 보여주는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몇 컷만 방향을 바꿨죠. 
 

각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수집한 방식은 무엇인가요?
박) 저희가 책을 준비할 때가 한참 코로나19가 극성이었어요. 그래서 한 분만 대면 인터뷰했고요. 그분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전부 서면 인터뷰를 했어요. 기본 질문을 20가지 정도 하고, 부족하면 추가로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단답형이거나 설명이 자세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경우나 더 궁금한 부분들이 생기면 서면 인터뷰뿐만 아니라 문자나 전화로 여쭤보기도 했어요. 기본 1회를 포함해서 최대 3회 정도 했습니다. 

슈퍼커브 생활자 26인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편집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은 무엇인가요?
박) 슈퍼커브라는 게 일종의 취미 생활인데, 저희는 이 책을 이런 종류의 재밌는 취미가 있다는 소개에 그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책을 보시면 슈퍼커브 생활자들의 성격/직업/가치관이 다 다르거든요. 책을 만들면서 가장 생각했던 부분은 이분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거였어요. 슈퍼커브라는 소재 자체는 재미있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2022년도 현재에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 외 책을 만드시면서 가장 공들이신 부분이 있을까요?
박)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슈퍼커브를 둘러싸고 생겨나는 활기차고 건강하면서, 자유롭고 당당한 문화를 잘 싣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두 번째는 원고 면에서 슈퍼커브 생활자들의 삶이 잘 보였으면 했어요. 그들의 생활이나 고충 등이 잘 보이도록요. 세 번째는 디자인적인 면인데요. 색상은 초록색을 메인으로 사용했어요. 앞서 얘기한 컨셉에 맞게 활기차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디자인 했습니다. 
 

책의 서문 중 ‘슈퍼 커브 자체보다는 그것을 둘러싸고 생겨난 문화, 생활양식, 삶의 태도를 더 중요하게 다루었다’는 말처럼 각 라이더들의 생활양식에 대한 소개가 자세해서 재밌더라고요. 바이크 정비사부터 네일아트 기술자, 패션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직장인, 간호사, 물리치료사, 대학원생, 필라테스 강사 등 직업군이 다양하던데, 다양한 직업군을 의도하신 건가요?
박) 아니요. 우연히 그렇게 된 거예요. 직업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인터뷰 마치고 나서예요. 저희가 처음 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슈퍼커브를 타는 여성 라이더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전부 찾아도 50명도 안 되는 정도였어요. 그렇게 많지 않은 분들 중에 추려서 인터뷰를 제안했고, 그중에 거절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총 26명의 슈퍼커브 생활자를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요. 

<슈퍼 커브 생활> 이라는 책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박) 어느 날부터 길에서 슈퍼커브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언더본 바이크라고 하면 배달 오토바이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 오토바이 참 귀엽다’라고 생각했어요. 색도 다양하고 시각적으로 예쁘더라고요. 그렇게 관심이 생겨서 슈퍼커브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어떤 문화가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같이 모여서 동호회를 하기도 하고, 등산을 가듯이 같이 라이딩도 가고, 바이크 카페도 가고요.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알고서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2021년도 가을부터 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바이크를 타지는 않으시는 거군요? 
박) 이 책을 만들면서 타고 싶은 마음이 되게 많이 생겼어요. 제가 2종 자동 면허밖에 없어서, 원동기 면허를 딸까 고민 중이에요.
 

책을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박) 지난겨울에 책 작업을 하면서 슈퍼커브 생활자들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는데, 너무 밖에 나가서 놀고 싶더라고요. 고통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게 싫은 느낌이 아니고 긍정적으로 고통스러운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게 기억에 남아요. 

‘이런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 독자층이 있을까요?
박) 사실 이 책 <슈퍼 커브 생활>을 서점에 가져가면 분류가 애매해요. 수필로 들어갈지, 취미로 들어갈지요. 저는 이 책을 취미를 넘어서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삶이 답답하고, 틀에 박혔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 안에 잠식되어 있으면 밖으로 나가기가 힘든데,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책을 쓰시면서 애로사항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점일까요? 
박) 혼다의 슈퍼커브도 정말 좋은 바이크지만, 원래 바랬던 건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서 디자인적으로도 좋고 기능도 괜찮고, 사람들이 커스텀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기종이 있다면 그걸 소재로 했을 거예요. 없으니까 슈퍼커브로 한 건데, 우리나라 브랜드가 아닌 게 조금 아쉬워요.

출판사 린틴틴의 다음 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박) 다음 책은 1930년대에 출간되었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에요. 이 책의 작가가 당시에는 하드보일드 작가 최초로 타임스지 표지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잊혔어요. 그런 여성 작가의 탐정 소설을 준비 중입니다. 하드보일드라는게 최근에는 주로 남자들이 나와서 폭력적인 행동을 펼치는 영화와 동일시되는데, 원래 하드보일드는 예술의 한 방식이거든요. 여성 작가들도 많고, 멋있는 여성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작품도 꽤 있어요. 이 책은 최근의 하드보일드의 편견을 깨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다음 책으로는 우리나라 코미디언의 인명사전을 만들고 있어요. 먼저 나올 1권은 1세대 코미디언이 주제여서 서영춘 씨, 배삼룡 씨 등의 1세대 코미디언의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슈퍼 커브 생활>이 어떤 책으로 읽히길 바라시나요?
박) <슈퍼 커브 생활> 속 여성 라이더들은 자신이 원할 때 달려요. 주체적이고, 활동적입니다. 삶의 진짜 주인으로 지금 삶을 즐겨요. 수십 년간 여성은 바이크 뒷자리에 타는 존재로 인식됐지만, 지금 이들은 앞자리에 앉아 스스로 스로틀을 당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멋있어요. 한 걸음 주저 없이 나아가는 분이 많아져서 좀 더 재밌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by. 노노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