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암흑의 수렁에 빠진 국내 이륜차 시장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당장 막힐듯하던 국내 튜닝시장이 관련 업계종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한시적으로나마 관련법규가 개정될 때까지 연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 이륜차가 판치는 시장에서 기존에도 있었던 튜닝에 대한 규제가 잠시 유예되었다는 이유로 새로운 활력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지 모른다.
하지만 업계가 중심이 돼 관련 규제를 늦추고 법 개정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래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남았다 하는 것이다.
이 희망의 불씨가 불장난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륜차 업계의 시각에서 법률 개정안이 출발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업계 튜닝관련 법률 개정을 이끌기 위한 현실은 어렵다 못해 처참하다. 관련 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정확한 관련 자료나 데이터도 전무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 역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미래의 튜닝시장 개척에 나서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냉정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우선 먼저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사례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적합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진 선진국의 사례는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일본의 튜닝제도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일본의 이륜차튜닝 제도는 이륜차 제조사와 튜닝제품 제조사의 공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튜닝제품 제조사들은 이륜차 메이커들이 생산한 제품의 성능을 최대한 훼손 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가령 머플러의 경우 머플러 생산회사를 중심으로 유통사와 판매점 등 관련 업계에서 일본이륜자동차액세서리연합회를 결정해 환경을 훼손하는 제품이 시장에 생산 유통되는 것을 스스로 감시하고 있다. 또한 성능이 뛰어난 제품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에 막혀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밀접하게 소통을 하고 있다.
정부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튜닝 인증 제도가 운용되고 있어 최소한 제도가 기술을 못 따라간다는 비판의 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튜닝제도는 소비자와 시장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소비자 민원이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정부와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냉정히 말해 지금까지는 환경부 따로, 국토부 따로, 교통안전공단 따로, 그리고 이륜차 사단법인들 모두 따로 움직이고 있다. 한마디로 따로 국밥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륜차 업계를 위한 튜닝제도를 도입하려면 업계와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현장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목소리를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한번 두 번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소통 안 되었던 것이 하루아침에 될 일이 만무한 일이다. 끈기를 갖고 정부를 설득해서 이참에 정부에 소통의 통로를 마련해 튜닝시스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륜차 숙원사업들이 주목받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튜닝기업들의 현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국내 대다수의 튜닝 기업들은 법적인 틀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규제에 묶여 성상하지 못해 영세성을 크게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되여야 한다. 바로 정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격 앞세워 국내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든 저가의 저품질 제품 이 범람하면서 국내 튜닝 기업중 살아남은 기업이 거의 없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신제품 개발은 엄두도 못내 왔고 현대화 되지 못한 시설로 인해 생산성은 크게 낮아져 있는 것이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 주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술개발과 시설확충을 위한 금융지원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륜차시장에 새롭게 튜닝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어느 것이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여기저기가 다 시급하고 촉박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이러한 시급함 속에서도 우리업계가 차근차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의 목소리 하나하나는 거대한 함성으로 변해 이륜차 업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