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와 어울리는 직업을 생각해보면, 음악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바이크를 타는 뮤지션을 상상해보자. 딱 맞는 가죽 자켓에, 얼굴이 잘 보이는 반모를 쓰고, 이유는 모르지만 선글라스를 낀 채로 깨끗한 클래식 바이크를 모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당신이 지나쳤던 안장 위의 얼굴 중에 이미 뮤지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혼다의 클래식 바이크 CG125를 타는 동녘도 그 중 한 명이다. 우리의 상상 속보다 조금 더 피곤하고, 때때로 짐이 많을 뿐.
1 지난여름에 EP 앨범을 발매하셨는데,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녹음을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쯤이었어요. 원래는 겨울이 끝나기 전에 작업을 끝내고 싶었는데, 당시 녹음이 잘 안 되어서 어떤 곡은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녹음하기도 했어요. 여차여차하다 보니 21년도 6월에 녹음을 끝내고 후반 작업을 하고 8월에 발매하게 됐습니다.
1-2 곡을 쓰신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전부 원래 만들어두셨던 노래였던 건가요?
대부분 옛날에 썼던 곡이에요. 사실 트랙 1번부터 4번까지가 오래된 순서대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가장 오래된 곡은 호반이고 16년도에 만들었어요.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은 21년도 10월로, 어떤 겨울이라는 노래에요.

맞아요.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내용이에요. 곡을 썼을 때 당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나 느낌을 그대로 썼던 것 같아요.
2-2 그런 맥락에서 <*라이카>라는 노래만 주제가 많이 다른 느낌인데 어쩌다 라이카를 소재로 노래를 쓰게 됐나요?(*라이카: 소련의 실험으로 최초로 우주에 보내진 개의 이름)
<라이카>를 만들었을 무렵, 서울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을 접고 본가인 상주로 내려가게 됐어요. 상근활동으로 군 복무를 해야 했거든요. 상주로 내려오고 나서는 아침에 버스 타고 일하고 해질 때 퇴근 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며 바쁘게 살 때는 몰랐는데 한적한 데서 떨어져 있으니까 과거의 서울에서의 삶을 관조하고 관망하게 되더라고요.
늦가을 어느 날 찬바람을 맞으면서 퇴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에서 버스를 타는데, 거기서부터는 시골 길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그때가 막차여서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요. 어둠 속에서 노곤한 몸을 이끌고 서 있다 보니 ‘내가 지금 세상에서 떨어져 있구나’하는 기분으로 흥얼흥얼 하다 보니 멜로디가 나왔어요. 저는 곡을 쓸 때 처음에는 멜로디와 곡의 이미지 정도만 잡고, 후에 가사를 붙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가사를 쓸 때 갑자기 라이카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거기에 빗대어서 쓴 것 같아요.
2-3 왜 그 당시 본인의 상황에서 라이카의 이야기가 생각났나요?
현실의 라이카는 실험용으로 방출되어서 혼자 고독하게 버려진 거잖아요. 이 노래에서의 라이카는 지구에서 희망이 없어서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서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갈 데도 없어 평생 우주를 떠도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라이카가 혼자 있다기보다는 비슷한 처지에 떠밀려서 버려지고 낙오한 개개인들 중 한 명인 거죠. 우리가 사는 시대가 상승 욕구만 가지고 너무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저버린다고 생각하면서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우리는 넓은 우주에서 가장 빠르고 외로운 별이 아닐까.
이렇게나 멀리 떠나올 수 있어도 그 누구도 이런걸 바란적 없고
이렇게나 넓은 세상에 나를 위한 애틋한 곳 하나 없을까.
<'라이카' -동녘->
2-4 동녘의 노래 <라이카>에서는 라이카가 자의적으로 우주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강조되는 것 같던데요.
맞아요. 지구에 가망이 없어서 우주로 나가기는 하지만 그건 어떤 희망적인 선택이 아니라 지구에 있으면 멸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우주로 떠밀려진 거죠.
제 얘기라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모두 그렇게 느끼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요? 다 같은 처지라도 자기 자신이 더 고독하다고 느끼잖아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도 나는 나밖에 모르니까 나만 보이고. 사람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내가 혼자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낀 거죠. 군중 속의 고독처럼요.
3 음악가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두 개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구조적인, 사회적인 문제이고 하나는 개인적인 문제인데요. 사회 구조적으로는, 인디음악 판이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지속 가능하기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이 안에서 어떻게든 공연과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공연시장의 규모가 더 작아져서 무대에 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뮤지션들 중 음악 말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쫌쫌따리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저처럼요. 음악을 하고는 있는데 할 자리가 없어진, 기회를 창출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2~3년 동안의 생활방식이 코로나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짜졌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대면 활동의 제한이 있어서 강제적으로 집에만 있게 되는 바람에,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 일상적으로 강해졌어요. 경험이나 영감의 인풋이 적어져서 창작에도 제동이 걸리고 좀 우울하고 생각이 둔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만큼 연습할 시간이 생겼으니까 실력 자체는 조금 는 것 같긴 해요. 다들 그럴 것 같은데, 무대 경험이든 일상적인 경험이든 새로운 자극이 없으니까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어려워요.
이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만큼 연습할 시간이 생겼으니까 실력 자체는 조금 는 것 같긴 해요. 다들 그럴 것 같은데, 무대 경험이든 일상적인 경험이든 새로운 자극이 없으니까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어려워요.
시기는 2018년 봄 정도에 갑자기, 주변 사람들 타는 거 보고 저도 타고 싶어졌어요. 그 전해까지는 자전거 마니아였어요. 가능하면 모든 이동을 자전거로 고집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름에 자전거를 타다가 일사병을 겪고 나서 자전거를 접었고요. 그러다 이륜차를 알게 되어서 하우스 메이트에게 이륜차를 타는 법을 배웠고, 기종 소개도 받고요.
4-2 그게 시작이었군요, 그러면 그 이후 지금까지의 바이크 라이프를 간단히 요약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바이크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원동기 면허를 땄고요. 면허를 딴 다음에는 커브를 샀어요. 구형 커브를. 그 커브가 되게 싼 가격에 나왔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되게 싼 건데, 그 가격으로 지금 구할 수도 없어요. 근데 그 차가 사고 차였던 것 같아요. 나중에 정비를 보다가 확인하니 차대가 휘어져 있었어요. 약간 사기를 당한 느낌이에요. 그 하늘색 드림 커브를 열심히 타고 다니다가 시티 100으로 바꿨어요. 그게 더 예쁜 것 같아서요. 그다음부터 그 시티 100이라는 바이크의 귀여우면서 털털한 매력에 빠졌어요. 시티 100에 겨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걸 계속 타다가 겨자가 퍼져서 다른 시티 100을 구해서 타게 됐는데, 또 퍼져서 또 새로운 시티 100을 구하고 그렇게 탄 시티 100이 총 3대에요. 3번째 시티 100이 퍼지고 나니까 이제는 계속 시티 100을 새로 구해서 직접 정비해서 타는 게 지치더라고요.
그러다 좀 만만한 클래식 바이크로 눈이 갔죠.
4-3 쭉 언더본을 타시다가, 갑자기 메뉴얼 바이크를 타야겠다고 생각하신 거에요?
네, 사실 언더본을 탈 때도 기어로 변속하는 것이 너무 재밌고 좋았는데 매뉴얼은 클러치 조작도 해야 하니까 철컥철컥하면서 기어가 맞아들어가고 변속 되는 감각이 너무 궁금하고 즐거울 것 같았어요. 기계적으로 봐도 더 단순한 원리인 것 같고 매뉴얼 중에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한 모델의 선택지가 더 많아 보였어요.
125cc의 클래식 바이크를 구매하려고 몇 달 동안 검색을 열심히 했어요. 고민 끝에 CG125가 제가 생각한 이미지의 클래식에 더 가까워서 작년 10월에 중고로 사서 타고 다니고 있고요. 어디 갈 때든 가능하면 바이크를 타고 다니고, 중고 거래를 할 때 많이 쓰고 있어요. 악기 운반용으로도 쓰고요.
5 최근 가장 관심이 가는 이륜차는 무엇인가요?
계속 혼다의 125cc 라인을 계속 눈여겨보고 있어요. 크로스 커브가 취향이었는데 최근에는 마음이 좀 떠났어요. 지금은 헌터 커브랑 몽키가 나오더라고요. 아, 닥스가 다시 나온다는 소식도 봤어요.
5-1 주로 원동기를 좋아하시나요?
원동기 취향이에요. 125cc 이상은 맘에 안 들고 부담스러워요. 쿼터급에서는 클래식한 거 SR400이나 세로우, FTR 같은 것도 예쁘다고 생각해요. 제가 탈 것 같지는 않고 예쁘다고 생각해서 가끔 사진을 들여다보는 정도에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산을 타고 싶은가 봐요.

5-2 지금까지 얘기하신 바이크 중, 한대를 고르자면?
어려운데, 저는 헌터 커브 아니면 크로스 커브요. 헌터 커브는 짐대가 너무 커 보여서 사람을 뒤에 태우기가 어려울 거 같아요. 업 머플러도 텐덤 하기 불편할 거 같고요. 근데 그런데도 헌터 커브헌터 커브가 근본인 것 같아요. 올드바이크를 생각하면 옛날 CT90이 더 멋있는 거 같아요. CT90을 최근에도 호주의 우체부들이 타고 다니는 사진을 봤거든요. 그 사진을 보고 좀 반한 것 같아요. 우체부 하니까 생각난 일본의 우정 커브도 비슷한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우정 커브는 좀 둔하게 생겼지만 기능적으로도 좋고 나름의 멋이 있는 것 같아요.
5-3 짐을 싣는것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실제로는 짐을 실을 일이 많이 없는데, 짐대가 없는 바이크를 타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아무리 좋은 바이크여도 짐대가 없으면 안 좋아 보여요. 여차할 때 쓸 수 있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