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하는 제주투어 4편

M스토리 입력 2022.03.16 13:58 조회수 3,954 0 프린트
 

지난 3편에서는 서귀포 올레시장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 함덕해변까지의 여정을 소개했었다. 이번은 함덕해변에서 출발해서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9.81파크와 1100고지를 지나 월정리해변으로 돌아 공항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이번 제주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순수 라이딩 시간 약 5시간에 거리는 200km 정도로 무리 없도록 정했다. 

여전히 제주의 아침기온은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이 푸근하지만 그래도 10도 미만이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뜨끈한 음식에 손이 가게 된다. 오늘의 선택은 다른 곳에서 흔히 맛보지 못하는 메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메로식당으로 정했다. 이 식당은 제주 현지 지인이 추천하여 몇 년 전부터 알게 된 곳인데 이제는 제주에 갈 때마다 아침식사로 들르곤 하는 곳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오늘은 애월 중산간에 위치한 981파크로 냅다 출발.

9.81파크는 상당히 대규모의 카트레이싱 파크로 중력가속도인 9.81을 이름으로 정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력가속도만을 이용해서 달리는 무동력 레이싱카트를 사용하는 레이싱파크다. 

엔진이 없다는 점에서 시시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 두시라. 생각보다 빠르며 이곳은 오롯이 드라이버의 실력을 보여준다. 순간적으로 시속 60km를 넘기도 하는데 바이크처럼 온 몸이 바람을 맞으며 굽이치는 코너를 연속해서 달리다 느끼는 긴장감은 할리데이비슨으로 강원도 운두령이나 구룡령을 60km로 올라가는 것보다 심장 쫄깃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이어 마찰음과 횡G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느긋하게 달리는 할리데이비슨과는 결이 다르며 마치 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인데 매우 매력 있다.
 
 
이제 후끈하게 아드레날린을 뿜어냈으니 긴장을 풀기 위해 정한 목적지는 카멜리아힐과 1100고지. 카멜리아힐은 겨울에 온 적은 없는데 동백꽃으로 유명한 수목원이다. 이 곳은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전체를 돌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동행이 있기에 그냥 수박 겉핥기로 돌아봐서 딱히 사진은 남지 않았다. 역시 여긴 남자들끼리 갈 곳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점심 장소를 조천에 위치한 닭요리 전문점으로 정했는데, 그냥 바로 가기는 아쉬우니 1100고지를 넘기로 했다.

비록 제주의 해안도로는 10도를 넘지만 1100도로는 서울과 진배없는 영하의 기온이고 산간지역이기 때문에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겨울에 1100도로를 넘어 본 적은 없으니 조심스레 한번 돌아보기로 했는데 예상대로 길이 반짝반짝 얼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량이 거의 없어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에 1100고지는 라이더들에게는 추천하기 않는다. 길이 너무 미끄럽다.
 
 
심장 쫄깃한 1100고지를 지나 닭샤브샤브와 백숙으로 유명한 성미가든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동행한 선배가 제주에 올 때 가끔씩 찾는다는 말에 들렸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다. 이런 구성의 닭요리를 먹어본 건 처음인데 샤브샤브도 독특하고 백숙도 일품이었다. 

따스한 점심을 먹었으니 오늘의 중산간 일정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이제부터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푸근한 코스로 떠나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좌와 조천의 해안도로로 정했다. 이 코스는 어디라도 좋기 때문에 일단 월정리해변으로 대략적인 목적지를 정하고 할리데이비슨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곤 제주 지인이 제주의 몇 안되는 타코맛집이라고 추천한 월정리타코마씸에 들렸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사장님이 문 잠그고 어딘가 가셨다. 제주의 여유로운 영업마인드를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월정리 해변을 지나 구좌의 카페 라라라에서 당근쥬스 한잔.

제주에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상당히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딱히 뭘 하지도 않는데 힐링이 되는 기분마저 드는데, 여기에 할리데이비슨의 묵직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엔진의 고동과 제주의 바람이 더해지면 이만한 힐링이 없다. 마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속에 담아두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서울로 복귀해야 할 시간. 이번 여행은 동행한 선배와 복귀 항공편 시간이 달라서 시간이 좀 남은 나는 조천에 위치한 전문 바리스타 카페인 트라인커피에서 잠깐 시간을 더 보내고 바이크를 제주개러지에 맡겨두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제주여행을 정리해 보면, 겨울에 바이크로 제주에 온 건 처음이었고 바이크를 탁송으로 보내 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한겨울이라도 제주도는 생각 외로 상당히 푸근하다는 점과, 바이크 탁송이 바이크를 직접 몰고 배에 실어 오는 것과 비용 상으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 이제 매년 겨울 제주여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다. 다음 편에는 봄의 푸근함을 느끼며 달리기에 좋은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추천식당 및 들를 만한 곳]

1. 9.81파크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산131): 애월의 중산간에 위치한 레저파크다. 중력가속도로 움직이는 무동력 레이싱카트들을 타고 굽이치는 트랙을 내려가며 기록경쟁을 하는 테마파크인데, 생각보다 긴장감이 높고 빠르다. 일반 자동차트랙 레이싱과 다른 점은 엔진이 없이 중력가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브레이크와 핸들로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코너를 극한의 속도로 통과하는 드라이버의 능력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처음 타는 경우에는 레이싱등급의 카트를 타지는 못하며 기본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게 되는데 기본 카트도 무시할 수 없는 긴장감을 주니 방심은 금물이다. 
 
 
2. 트라인커피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1908):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인 윤혜원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로 감성적인 인테리어 뿐 아니라 커피의 맛이 일품이다. 맛 본 롱블랙도 훌륭했지만 곁눈질로 본 옆 테이블의 커피들도 탐스러웠다. 다만, 주차장이 폐쇄적이라 바이크는 주차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주차장 앞 포장도로에 주차하는 것이 제꿍의 위험도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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