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하는 제주투어 3편

M스토리 입력 2022.02.16 16:02 조회수 3,813 0 프린트
남태해안로

지난 2편에서는 제주공항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 서귀포까지의 여정을 소개했었다. 이번에는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출발해서 역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돌며 함덕해수욕장 앞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동편 바다인 오늘의 코스가 제주의 해안도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라고 생각한다.  

제주를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네비게이션에 해안의 멋진 포인트들을 입력하고 달려본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네비게이션은 제주 순환도로를 통해서 냅다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하는 길을 안내하기 때문에 해안을 따라서 해안 풍경을 즐기며 드라이빙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한 우리 라이더들은 그저 냅다 달리러 온 것이 아니라 멋진 풍광과 함께 느긋하게 배기음과 바람을 느끼며 달리기 위해서 제주의 해안도로를 찾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이 안내대로 따랐다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러나 문제에는 답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최근에 알게 된 방법이지만, 이럴 때에는 주요 포인트들을 입력하고 경로를 ‘자전거도로’로 선택하면 거의 문제없이 정말 해안으로만 달릴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했을 때에는 네비게이션이 주요 갈림길에서 신호를 주지 않고 지도에 경로를 표시해 주는 것이 전부라 네비게이션을 계속 보면서 달려야 하는 점은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도, 쇠소깍 정도만 지나도 해안도로로 안정되게 진입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불편이다. 클래식 바이크들이나 스쿠터들도 마찬가지지만, 어차피 빠르게 달리지 않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라면 더욱이 이 방법은 바이크와 자연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다.

늘상 영하를 기록하던 12월말 서울의 날씨가 무색하게 제주는 아침부터 영상 10도를 넘는다.  이 정도면 아침 일찍 떠나도 되니 간단하게 짐을 챙겨서 모닝커피 마시러 출발! 첫 일정은 서귀포가 익숙한 선배가 선택한 보래드 베이커스라는 카페로 제주다운 풍경과 원시림의 모습을 살짝 섞어놓은 매력 있는 카페였다.  
 
섭지코지에서본 성산일출봉
따듯한 커피로 몸을 데웠으니 이제부터 해안도로를 찾아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쇠소깍을 지나 로빙화 카페 앞부터 시작하는 멋진 해안도로로 진입했다. 이 해안도로는 제주 올레길코스이기도 한데 참 멋진 코스로 로빙화 뒷편에는 멋진 경치를 담은 펜션들이 있다. 다음엔 이곳에 숙소를 잡고 로빙화에서 느긋하게 맥주 한잔 하면 딱 좋겠다 싶다. 이 길은 소노캄 제주까지 이어지는데 소노캄 리조트 뒤로 이어진 해안 골목길을 따라가면 사진 찍기에 좋은 포인트들이 있으니 한번쯤 들려볼 만 하다. 소노캄을 지나 쭉 달려서 성산일출봉에 이르면 늘 그렇듯 정상까지 올라가볼까 고민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정상보다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이 더 멋지다고 자위하며 등정을 패스하고 사진으로 대신하였다. 

대신, 우리는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전시공간인 빛의 벙커에 오랜만에 들렸다. 지난 번의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는 끝나고 지금은 모네, 르누아르, 샤갈 미디어아트 전시 중이더라.  집안 내력이 미술과 매우 밀접한 나는 예술적 감수성을 살리자고 선배를 꼬셔서 들어갔다.  

이 전시회는 꼭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전시의 스케일과 기법에서 충분히 흥미와 감동을 받기에 한번쯤 방문하여 라이딩만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미술적 감성을 채워 보시기를 권한다. 

이쯤 지나면 이제 슬슬 점심 장소를 정해야 할 때다. 오늘의 점심은 세화해변에서 가까운 소라횟집으로 정했다. 이 식당에서 활우럭매운탕으로 뜨끈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제주 지인이 추천한 당근카페 돌담너머 당근으로 향했다. 구좌는 당근이 유명해서인지 당근쥬스와 당근빵을 꼭 먹어보라는 지인의 당부에 큰 기대없이 방문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카페 중에 하나였다. 이유는 방문해 보시면 알 수 있다. 

물론, 세화와 구좌 해변에는 개인적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회국수 전문인 곰막식당과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 라라라가 있으니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갑자기 매운탕이 먹고 싶어지는 바람에 소라횟집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이 두 곳은 다음에 들를 예정이다.

구좌를 지나면 월정리 해변과 김녕해변을 거쳐서 함덕해변까지 이르게 된다. 함덕해변 앞에서는 길이 살짝 복잡해지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자전거 도로안내를 잘 따라 이동하면 무리없이 함덕해변에 이를 수 있다. 함덕해변은 제주를 방문하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한번은 들르는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북적대는 곳이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코로나 이전에 들렸을 때 보다는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일단, 오늘 밤은 함덕에서 보내기로 했으니 늘 그렇듯이 숙박앱을 통해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정하는 것이 순서다.  이번엔 지난번에 들렸을 때 만족도가 좋았던 호텔로 정했는데 이번엔 로비 바로 앞에 바이크를 주차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어서 더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함덕해변은 지난 6월경에 경험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살짝 당황했다.  세화, 월정리, 김녕해변 등은 6월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 반면, 겨울의 함덕은 카페 델문도 앞의 높아진 파도를 비롯해서 그 잔잔하고 부담 없던 바다가 아니었다.

함덕해변은 아무래도 봄부터 가을이 바다도 잔잔하고 발 담그기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겨울에는 월정리해변이 더 매력 있었다.
참고로 제주는 서울과 달리 가로등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밤이 되면 야경으로 볼 것이 없고, 이건 함덕해변도 예외가 아니라 오늘은 호텔인근에서 가볍게 저녁을 해결하고 휴식하며 오늘의 투어를 마무리하였다.  다음 편은 제주의 쌀쌀한 중산간지역을 지나며 레포츠와 맛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식당 및 들를 만한 곳
 
 
1. 로빙화(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13) 
남원 해안로의 절경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로 이 곳을 처음 가게 되면 오프로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서부 등이 연상되는 카페다. 커피 및 수제버거, 피자 등을 주로 판매하지만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기에도 분위기 만점이다.
 
 
2. 빛의 벙커(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예전에 실제 군사용 벙커로 사용되던 곳을 전시공간으로 변화시킨 곳으로 지금은 모네, 르누아르, 샤갈의 작품을 주제로 하는 미디어 아트가 전시 중이다.  이곳은 빔프로젝터의 복합적 사용을 통해서 영상을 벽면과 바닥에 투영하는데 명화들을 동적으로 재구성하여 매력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3. 성산일출봉(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1) 
제주를 다녀오신 분 중에 일출봉을 안 가보신 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작 정상의 분화구를 보지 못했다. 올라간 적은 없고 아래에서 열심히 사진만 찍었기 때문인데, 입장료를 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도 기분은 난다.
 
 
4. 카페 돌담너머 당근(제주 제주시 구좌읍 대수길 22)
오래된 제주 돌집을 리뉴얼해서 카페로 개조한 곳으로 학예사 경력을 가진 오너의 감각이 카페의 안팎에서 돋보인다.  재료로 사용되는 당근은 사장 내외가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고 하며 당근쥬스와 당근빵이 맛있다
 
 
5. 카페 델문도(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19-10)
제주도 함덕해변 최고의 입지에 위치한 카페다.  이곳은 올 때마다 어떻게 허가를 받았을까 싶은 의문이 항상 들곤 한다. 개인적으로 함덕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이긴 하지만 이곳은 야외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봄부터 가을에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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