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이륜차에 어디까지 실어봤니?

M스토리 입력 2022.01.28 08:47 조회수 4,448 0 프린트
퇴계로, 명동, 종로 등 구시가지를 지나다 보면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짐을 나르고 있는 바이크들이 보인다. 주로 시티 시리즈, 미라쥬 등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친구들이다. 저게 바이크인지 바퀴 달린 거대한 짐 덩어리인지 모를 정도로 짐을 가득 싣고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어쩐지 경외감이 든다. 저 짐들을 싣는 건 단순한 운송 작업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예술적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 키보다도 한참 큰 원단들을 바이크 옆에 실어 나르고,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큰 비닐봉지에 싸여있는 짐들을 실어 나르고… 언젠가 꼭 그 많은 짐을 싣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

바이크를 탄 지 햇수로 6년째. 위에서 말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꽤 멋진 패킹(짐 싣기)을 할 줄 알게 됐다. 짐들과 씨름하며 패킹을 마친 채 헉헉대며 찍어둔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치맛바람라이더스 기획단원들의 패킹 사진도 함께 봐보자. 

채린의 멋진 패킹 사진들
 
 

때는 몇 년 전… 작업실을 꾸리면서 새로운 의자가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당근마켓에서 중고 의자를 구매해 이동하는 중. 생각보다 너무 안정적으로 실리고, 짐 끈으로 동여매니 움직이지도 않아서 안 실은 거나 마찬가지인 느낌으로 운전했다. 바퀴 달린 의자를 두 바퀴에 실어 옮기는 모습이 꽤 현대예술 같다.
 
 

조금만 큰 물건을 실어도 짐대가 보이지 않는 트리커250을 가지고도 정말 많은 물건을 실었다. 
위 사진은 치맛바람 라이더스에서 주최한 캠핑 행사 날 직전 필요한 용품들을 전달받아 이동하는 모습이다. 바이크 없이 이동해야 했다면 낑낑대며 버스와 지하철을 오갔을 텐데, 짐끈 하나만 있으면 어지간한 물건들을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점에 매번 감동했다. 하지만 안전하게 패킹하는 데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위 사진은 18년도 여름 양양으로 모토 캠핑을 다녀왔을 때의 사진이다. 짐대가 손바닥만 한 트리커를 타며 모토 캠핑을 다니기란 정말 패킹 레벨업 속성 코스. 일주일 정도의 일정을 위해 꾸린 짐은 생각보단 많고, 걱정한 것보단 적다. 온갖 캠핑용품이 들어 있는 60L 방수백 하나, 방수백의 절반 크기인 침낭, 소지품을 넣는 가방까지. 이만큼의 짐을 실으면 사람이 탈 자리가 줄어드는데, 그래도 뭐 어쩌나. 모토 캠핑은 가야겠고 짐은 많은데! 어떻게든 실어 올리는 수 밖에. 짐을 높이 실으면 라이딩 중에 뒤로 기대어 있을 수 있어 편한 점도 있다. 무게 때문에 쇼바가 약간 눌려 시트고가 내려가는 장점도 있다.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접이식 책상을 구매할 때의 사진이다. 가장 긴 면이 70센티 가까이 되고, 무게는 5kg으로 무겁지 않았는데 부피가 컸다. 중고로 가구를 구매해서 바이크에 싣고 있다 보면 판매자분들이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동시에 걱정해주신다. 안절부절못하며 어떻게 도와줄 수 없나 지켜보시는데, 너무 민망하다. 아무래도 무언가 실려있는 바이크는 많이 봤어도 그 과정을 보지는 못해서 더 걱정이 많아하시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 번에 패킹하고 안전하게 이동했다.

노노의 멋진 패킹 사진들
 

재작년 가을, 고향인 서울을 떠나 순천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가구 하나 없이 단출한 짐이라 당근에서 맘에 드는 가구를 발견할 때마다 자이로를 타고 거래를 하러 나갔다.

호기롭게 의자를 자이로 뒤에 실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막상 의자를 마주하니 막막했다.  워낙 싣기 어렵게 생긴 모양이라 완전히 실을 때까지도 이게 될 거라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판매자이신 모녀분들도 걱정이 되는지 조금 떨어져 내가 패킹하는 모습을 지켜보셨다.
패킹 도구로는 짐끈 두 개를 챙겨 갔는데, 완충재 역할이 필요할 것 같았다. 마침 누군가 버리려 내놓은 박스가 눈에 띄어 사용했다.
짐대 부분에 의자가 쏙 들어가는 것까진 좋았는데, 의자 다리가 카울을 자꾸 찍길래 박스를 뜯어 괴어주었다. 마치 시트 위에 의자를 얹어둔 듯한 재밌는 모양새가 되었다.
 
 
의자를 한번 싣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동거인에게 차로 실어 달라는 부탁을 할 수도 있었지만, 테이블 거래도 자이로로 해보기로 했다. 확실히 평평한 부분이 있어서 패킹이 정말 쉬웠다. 높이가 있는데도 안정감이 있어서 주행에도 무리가 없었다.
 
 
이 사진은 치맛바람라이더스 기획단원 윤진의 사진이다. 어느 날 윤진은 원목 책장을 커브 짐대에 싣고 작업실에 나타났다. 바이크에 바이크를 한 대 실은 것 마냥 거대하고 무거운 가구였다. 당시 윤진과 함께 쓰는 작업실이 4층이었는데, 이 책장이 매우 무거워서 올리면서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 패킹할 때 균형 잡기와 고정의 신이 가호한 것이 분명하다. 대체 커브의 한계는 어디일까? 

6년째 바이크를 타면서 본 바이크 뒤에 실린 물건 중 가장 어이없던 것은 냉장고였다. 90L는 되어 보이는 중소형 냉장고였다. 너무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있어 처음 봤을 때는 이상한 것을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2미터쯤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사도 맘만 굳게 먹는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짐 싣기의 한계는 어디일까? 정말 한계까지 싣는다면.. 바이크의 몇 배 크기까지 실을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언젠가 패킹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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