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서울에서 제주까지 바이크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번에 나는 바이크 탁송으로 바이크를 보냈음을 설명 드린 바 있다. 이제 투어 시작의 첫날 아침이다. 아침에 부지런히 집에서 채비를 하고 기내용 트렁크 하나에 짐을 넉넉히 챙겨서 제주행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으로 향하는데 기분이 묘하다. 2년 전 제주 투어 때는 해도 뜨기 전 꼭두새벽에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냅다 완도로 떠났던 기억이 나면서 느긋하게 텅텅 빈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도착하고 나니… 지난번 한 겨울에 추위를 감수하면서 완도까지 거의 9시간 동안 500km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던 추억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공항에 도착해서 사전체크인을 하고 1시간10분 비행하고 나면 바로 제주공항 도착이다. 집에서 출발해서 공항 대기시간 포함해도 불과 3시간만에 제주도에 도착한 셈이다.
지난 편에도 설명했지만 봄~가을까지는 완도까지 가는 길도 아름답고 화창하고 즐겁기에 완도여객터미널까지 바이크로 이동하는 방법을 추천하지만, 제주에서의 일정이 여유가 있다면 바이크 탁송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 이유 중 지난 편에서 설명하지 못한 한 가지는 제주도는 12월말까지도 아침기온 10도 내외, 점심 기온 15~17도를 오르내려 늦가을 정도의 복장으로도 라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한겨울 라이딩 복장과 열선까지 달고 완도까지 이동해서 제주에 도착하면 입을 옷이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나도 겨울 제주 투어는 처음이라 겨울의 제주가 이 정도로 따스한지 몰랐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비행기로 홀가분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트렁크에 옷가지를 넉넉히 싸와서 갈아 입을 수 있는 적당한 옷이 있었다. 가져온 트렁크는 바이크 운송개러지에 맡겨두고 필요하면 개러지에 들려서 바꿔 입을 옷들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굳이 많은 짐을 바이크 새들백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는건 바이크 탁송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제 바이크를 찾았으니 제주 투어 1일차의 본격 시작이다. 이번 여행은 넉넉하게 일주일을 계획하고 왔기에 시간이 충분하지만 그래도 제주도 산간지역은 해안과 달리 일교차도 크고 기온도 낮아 노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가능하면 겨울에는 따듯한 날의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겨울 제주의 최대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코스는 일교차가 적고 따스한 해안도로다. 다만, 제주도는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달리는 해안도로로 한 바퀴를 돌아도 불과 240k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순환도로로 돌면 200km 정도에 지나지 않아 투어 일정이 3박4일 정도만 되어도 같은 도로를 여러 번 지나치게 되는 점은 살짝 아쉽다.
우리는 제주시 빅브라더스개러지에서 10시쯤 바이크를 찾아 이른 점심장소로 자매국수 본점을 선택했다. 제주도를 여러 번 왔지만 밀가루 국수를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한번도 들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함께 한 선배의 추천으로 먹어 본 고기국수는 은근 매력 있고 가성비까지 좋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의 코스를 시계방향으로 돌 것인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것인지 이야기하다 그래도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달릴 수 있는 시계 반대 방향 투어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서편보다는 동편을 선호하지만 서편 투어는 저녁에 숙소로 복귀할 때 해를 등지고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눈이 부시지 않은 점이 좋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 때 아쉬운 점은 애월 해안도로에 들어설 때까지는 길이 막힌다는 점인데, 그래도 애월 해안도로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서귀포까지 힐링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제주 서편에서는 애월, 한림, 신창풍차해안도로, 하모, 대정에 이르는 멋진 해안도로와 원앤온리, 카페루시아를 비롯한 멋진 카페들이 매력이다.
제주 동편 해안도로와 달리 서편 해안도로는 해안도로가 쭉 이어지지 않고 자주 끊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 덕분에 해안가 샛길로 들어서면 차량이 많지 않고 한적한 도로를 느긋하게 크루징 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할리데이비슨의 고배기량 바이크들이 굳이 제주에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지만 한번 경험 해보시라. 느긋한 속도로 해안을 따라 잔잔한 배기음과 바람을 느끼며 포워드 스텝에 발을 얹고 달리는 할리데이비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즐거움을 준다. 아무튼, 제주도는 어떤 바이크라도 멋지게 어울리지만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들은 마치 자동차 엔진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엔진 위에 올라타고 달리는 날것의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오늘의 숙소를 동행한 선배가 선호하는 서귀포 지역으로 일찌감치 정하고 나니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대정읍 대형카페인 카페 루시아에서 멋진 일몰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투어를 다니면서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지역에 가서 숙박 앱으로 근처의 숙소를 즉석 검색해서 정하곤 한다. 이번에 서귀포 인근 호텔들을 숙박 앱으로 검색 해보니 주로 묵던 함덕, 애월의 호텔들보다 숙박비가 저렴한 매력이 있더라. 메뉴에 대한 난상토론 끝에 첫날의 저녁은 제주산 돼지특수부위를 취급하는 뽈살집에서 즐겁게 마치고 느긋하게 투어 첫날을 마감하였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제주여행의 백미인 서귀포에서 제주 동편의 멋진 해안도로를 달리는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식당 및 들를 만한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