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여행기] 가와사키의 Z300과 함께한 빠이 여행

M스토리 입력 2022.01.04 13:20 조회수 3,351 0 프린트
 

이번 태국 여행은 최대한 여러 기종의 바이크를 타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빠이에 있는 모든 렌트 샵 들을 체크했다. 
빠이에는 바이크 렌트 샵이 여러 개 있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빌리는 기종은 저렴한 스쿠터이기 때문에 배기량이 크고 클러치가 있는 수동 바이크를 빌리고 싶다고 해도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그중 먼저 눈이 간 렌트 샵은 빠이 시장 길목에 있는 쿠미빠이(Kumi PAI)였다. 쿠미빠이에서는 드물게도 야마하, 혼다, 가와사키 브랜드 종류별로 쿼터급 네이키드가 각 한 모델씩 3종류나 있었다. 지금까지 소장해 본 바이크는 대림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혼다 바이크인데, 내구성과 편리성에 최적화된 혼다와는 다르게 거친 매력을 어필하는 가와사키는 한 번쯤 꼭 타보고 싶었다. 가와사키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인 닌자가 아니어서 아쉽긴 했지만 강렬한 초록색으로 뒤덮인 Z300 또한 가와사키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아 렌트하기로 했다.

바이크 렌트료는 24시간 기준으로 700밧(한화 약 35,000 원)이었다. 빠이에서 가장 큰 렌트 샵 겸 각종 투어 예매처이자 치앙마이에 여러 지점이 있는 <Aya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렌트 샵이 개인 렌트샵이기 때문에 약간의 가격 협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보통 1주일 이상을  빌리는 경우 가격 흥정을 하지만 여행을 간 기간이 비수기이기도 하고 많이들 빌리는 스쿠터 렌트료의 3~4배 가격이기 때문에 물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얘기했는데, 흔쾌히 50밧을 깎아주신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흥정을 마치고 렌트 절차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잠시 나를 아래위로 훑어본 직원분이 메뉴얼바이크 탈 줄 아냐고, 한번 요 앞에서 타보라고 하셨다. 

여행기 초반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빠이에 최적화된 교통수단은 바이크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바이크를 타본 것은 아닐 터. 그래서 바이크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초보자들이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고율도 높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팔이나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여행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빠이에 있는 빠이병원이 바이크 초보자 여행객들 덕분에 운영이 잘 된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작동법이 간단한 스쿠터 같은 경우에는 별 검증 없이 렌트가 가능하지만 이렇게 비교적 대배기량이고 매뉴얼 바이크인 경우에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능숙하게 키온을 하고 시동을 건 뒤 천천히 10m쯤 앞으로 갔을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바이크 좀 타본 사람 같았는지 바로 이제 됐다며, 렌트하기 전에 시승해보라고 얘기 하셨다. 사실 렌트 전에 시승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이 매장만의 방식인 건지, 아니면 쿼터급부터는 모두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약 5분간 샵 근처를 돌며 시승을 했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부터 클러치, 브레이크감과 포지션 등을 확인해볼 수 있어 좋았다. 

시승이 끝난 후에는 늘 그렇듯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바이크의 상태를 촬영하는 것이 좋은데, 사진에 잘 찍히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나 동영상으로 바이크 전면을 촬영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헬멧은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데 사이즈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평소 S 사이즈 헬멧을 착용하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가 L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사이즈만 맞으면 오픈 페이스던 풀 페이스던 관계없이 고르려 했지만 그나마 가장 치수가 맞고 상태가 나아 보이는 풀 페이스 헬멧을 빌렸다. 

바이크를 빌리자마자 가까운 근교 카페로 라이딩을 나갔는데, 카페에 있다가 보니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에 묵은 숙소는 방갈로로, 정원이 보이는 통유리에 테라스까지 있는 작지만 알찬 숙소였다.
숙소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 다시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빠이 캐니언이라 불리는 관광지로, 일몰을 보기에 좋은 장소이다. 입구에 바이크를 주차하고 언덕을 올라오니 통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 너머로 일몰 직전의 쨍한 태양과 빠이 캐니언이 보였다. 주황빛 흙길을 걸어 입구로 향했는데, 빠이 캐니언은 이름대로 협곡으로 되어있어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낭떠러지 길을 지나면 일몰 포인트에 갈 수 있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그나마 덜 어려워 보이는 코스로 택했는데도 울퉁불퉁하고 아주 좁은 협곡을 지나야 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올랐다. 뷰 포인트에 도착하니 여행객들이 하나 둘 해가 지는 쪽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 있었다. 나도 합세하여 일몰을 기다렸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몰을 보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고 해가 바닥으로 가라앉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을 먹기 위해 야시장으로 향했다.

야시장에는 여러 태국 음식뿐만 아니라 라멘이나 라자냐 같은 각국의 음식 또한 접할 수 있는데, 오늘의 저녁으로는 팔라펠을 선택했다. 팔라펠은 중동의 음식으로 병아리콩을 뭉친 뒤 튀긴 것인데 피타 브레드라고 불리는 동그란 빵에 팔라펠과 각종 야채와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를 하나 주문했다. 미리 튀겨두지 않고 그때그때 튀기는 팔라펠이어서 그런지 따끈하고 바삭바삭한 팔라펠과 아삭한 야채들의 조합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고개를 드니 야시장의 불빛들 사이로 동그란 달이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평화로운 밤길을 천천히 달려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by 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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