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자동차와 바이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 세계 명차 브랜드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탄생하였고, 두카티, MV아구스타, 모토구찌, 피아지오 등 세계 명바이크 브랜드 역시 모두 이탈리아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수많은 자동차와 바이크 브랜드 중 창립한 가족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드물다.
1959년 창립 이후 아직까지 창립한 가문의 직계 후손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바이크 브랜드가 있으니, 그 브랜드는 바로 ‘이탈젯’이다. 이탈젯(Italjet)은 타르타리니 페밀리가 1959년에 설립한 이탈리아 바이크 및 스쿠터 제조업체다. 레오폴도 타르타리니(Leopoldo Tartarini)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이탈젯은 창립부터 폐업이 될 때까지 약 40여 년간 이탈리아 바이크 시장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탈젯의 창립자 타르타리니는 독창성과 열정을 갖고 미래지향적인 성격의 바이크를 개발하고 출시하였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50개 이상의 모델을 생산해 왔고, 다수의 모델들이 세계 바이크 역사에서 지속 가능한 트렌드가 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에 출시된 포뮬러50(Formula50)은 1998년에 뉴욕시의 구겐하임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었고, 1960년대 고전적인 스타일과 현대 기술을 완벽하게 결합한 최초의 스쿠터인 벨로시페로(Velocifero)는 2000년 미국 비즈니스 위크에 올해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탈젯이 40년이 넘는 역사에서 남긴 족적들은 다양하다. 1961년부터 모페드를 비롯한 각종 바이크와 스쿠터를 양산형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이탈젯의 바이크 역사는 시작되었다. 1969년엔 트라이엄프의 T120을 기반으로 개발된 그리폰(Grifon)650이 출시되었고, 1970년대엔 당시 인디언모터사이클을 인수한 플로이드 클라이머(Floyd Clymer)와 로얄엔필드의 인터셉터 엔진을 장착한 ‘인디언500’ 개발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후 1980년대 부케너125(Buccaneer125), 로드마스터350(Road Master 350) 등을 생산하였고, 1990년대 포뮬러와 벨로시페로 그리고 드랙스터까지 혁신적인 바이크와 스쿠터를 출시하여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하였다. 바이크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언급한 이탈젯의 역사에서 등장하는 제품들의 이름이 귀에 쏙쏙 박힐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각 유럽 브랜드에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신제품 또는 재탄생한 바이크들의 제품명과 겹치는 게 많아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탈젯은 유럽 바이크 역사와 맞닿아 있는 브랜드라는 것 아닐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탈젯은 2000년대 초 심각한 재정문제로 2003년에 폐업하게 된다. 그러다 2005년에 창업자의 아들 마시모 타르타리니가 다시 회사를 부활시켜 전기자전거와 함께 라이센스 제조 방식으로 바이크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업적 성과는 크지 않았다. 성과보다는 오히려 라이센스 제조로 인해 품질 관리 및 마케팅에 대한 문제가 커지면서 브랜드 가치가 낮아지는 역효과를 불러오게 되었다. 결국 글로벌 바이크 유통그룹 KSR이 이탈젯에 투자하고 관여하면서 2019년 과거 이탈젯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시킨 드랙스터를 새롭게 내놓고 다시 한번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되었다.
부활의 신호탄이 될 드랙스터(Dragster)

가장 주를 이루었던 논란의 중심은 “멋은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앞쪽 포크를 대신하는 스윙암과 단측 서스펜션의 설계와 제조 비용은 일반 포크 방식보다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저속에서의 비조화와 불안한 부분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드랙스터를 개발한 ‘타르타리니’는 드랙스터의 실용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기존의 바이크와 다른 메커니즘을 구현하면서 생긴 이질적인 문제와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드랙스터는 유럽에서 흥행하였고, 북미로까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드랙스터는 1995년부터 2003년 단종 될 때 까지 7만 대 이상의 제작되었고, 단종 이후에도 매니아들이 늘어 더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